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서해랑길 56코스(장항도선장입구 - 장항송림산림욕장 - 하소버스정류장 - 송석리노인회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56코스는 장항도선장입구에서 출발하여 장항송람산림욕장해변을 지나서 하소버스정류장을 거쳐서 가면 송석리노인회관에서 끝이 나는 14.2km의 비교적 짧은 길이다.

 

56코스 안내판

 

 지난 번 여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일상의 시간을 보내면서 다음 여정을 계획하는 중에 올해 겨울의 첫 한파가 닥쳐 잠시 미루다가 이번 여정을 시작하기로 계획하고 집을 떠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기에 추위에 대비하여 짐을 꾸리고 옷도 두껍게 입고 집에서 출발하여 전주와 군산을 거쳐 장항에 도착한 시간이 어느 새 오후 6시 경이었다. 장항도선장 입구에 있는 카몬호텔에 숙박을 하고 다음 날부터 길을 떠나기로 생각하고 숙박처를 찾아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숙박처가 가격에 비하여 서비스가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캔 과일주스와 음료수, 커피 그리고 사탕 간단한 빵 등을 무한정 공짜로 제공하고 있었다. 주인도 아주 선량하게 사람을 대하며 친절하였다. 이 주변에 숙박을 할 계획이 있는 사람은 한번 숙박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숙소를 정하고 밤의 풍경을 보려고 도선장으로 가서 멀리 보이는 군산과 도선장 주변의 야경을 잠시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와 내일을 기약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도선장입구에서 보는 밤의 풍경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을 가볍게 먹고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에 장항읍에 도착하여 보는 읍은 상당히 큰 곳이었다.

 

 서천군 서남부 금강 하류의 북안에 위치하고 있는 장항읍은 삼국 시대에는 백제의 지배를 받았는데 사비성을 지키는 주요 관문이자 중국과의 교역항인 기벌포가 있었다. 장항읍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때 장암리와 항리가 통합되어 장항(長項)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원래는 한가로운 촌락이었지만 1931년에 장항선이 개통되자 1931년부터 1941년까지 사이에 항만 수축과 시가지 정리에 의하여 근대적인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좋은 항만 교통수단을 조건으로 1936년에 대한민국 유일의 건식 제련소인 장항제련소가 건설되어 동, , , , 아연 등을 생산하게 되었다. 내가 초등과 중학교 다닐 때는 장항제련소가 교과서에도 나왔다.

 

아침의 장항도선장 입구

 

 길을 따라 가니 항구로 들어가는 철로가 보인다. 지금은 폐선이 된 구 장항선이다.

 

 구 장항선은 일제강점기에 조선경남(京南)철도주식회사에 의해 사설 철도 노선으로 건설되었다. 초기 명칭은 충남선(忠南線)으로, 당시 개통된 첫 구간은 천안역에서 온양온천역까지였다. 1931년에 남포역부터 판교역까지의 구간이 개통되며 전 구간이 완전히 영업을 개시하게 되었다. 19911125일 서울역에서 출발해 장항역으로 가는 새마을호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서천군 장항읍에 위치하였던 종착역인 장항역의 이름을 따 장항선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으나 200712월 장항선과 군산선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장항역은 장항읍이 아닌 마서면에 위치하게 되었으며, 장항읍을 지나가지 않게 되었다. 2008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전 구간 단선 비전철이었던 장항선은, 선형 또한 매우 좋지 않아 잦은 지연과 긴 소요 시간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태로는 증가하는 수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으며, 열차 운행에도 상당한 애로사항을 주었다.

 2020년 기준으로 장항선은 신창~주포, 간치~대야 구간의 복선전철화 사업이 현재 착공되어 공사 중이고 해당 구간의 복선전철화는 서해선 개통 때까지 모두 마무리 될 예정이라고 발표되었다.

 

구 장항선 철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습

 

 

 

 장항읍을 지나니 여러 공장이 눈에 보인다. 제법 큰 공단이 조성되어 있기에 장항읍이 제법 크게 발달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읍을 벗어나 해안을 왼쪽으로 끼고 들판을 지나니 겨울 철새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철새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철새들의 비행이 너무 멋있게 보였다. 길을 걸으며 이런 저런 풍광을 보는 것이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겨울 철새의 모습

 

 조금 더 길을 걸으니 멋있는 송림이 보이고 그 송림 사이로 길을 걷게 한다. 울창한 송림이 바로 해안 옆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곳이 장항송림산림욕장(長項松林山林浴場)이다.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에 있는 백사장과 해송(海松) 숲 일대를 일컫는 산림욕장으로 경관이 수려하며, 서천군 청정구역의 하나로 꼽힌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해송 숲은 1가 넘는 모래사장 뒤편에 긴 띠 모양으로 무성하고, 여름에도 숲 속에서는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여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하고 한가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숲과 바다 사이의 모래사장은 바닥이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특히 이곳의 모래는 염분, 철분, 우라늄 성분이 풍부하여 피로회복과 신경통,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음력 420일이면 '모래의 날'이라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모래찜질을 한다.

 오로지 바다와 백사장만 있는 해안 풍경은 여행자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는 곳이니, 소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에 몸과 마음을 씻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며 오래 머물기 좋은 곳이다.

 

 또한  스카이워크에서 서천 바다의 풍경과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장항 스카이워크 (기벌포 해전 전망대)는 아름다운 솔숲과 갯벌을 자랑하는 장항송림산림욕장에 위치한 높이 15m, 길이 250m의 스카이워크이다. 해송 숲 위, 탁트인 하늘과 바다를 걷는 듯한 시원하고 아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카이워크 끝에는 전망데크가 있어 아름다운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삼국시대 신라와 당나라 간 기벌포 해전이 일어난 곳으로 기벌포 해전 전망대라고도 한다.

출발점에서 100m까지는 '시인의 하늘길'로 불리며,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100m'철새 하늘길'로 부른다. 마지막 50m'바다 하늘길'로 부른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내가 찍은 사진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송림을 걸어가면서 보는 서해의 갯벌은 항상 새롭게 보인다. 길 중간에 '서천갯벌'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서천갯벌의 해안선은 장항읍, 마서면, 종천면, 비인면, 서면의 5개 읍, 면에 걸쳐 72.5에 달하며, 68.09의 면적으로 금강하구에서 기원하는 펄과 모래 갯벌이 조화 있게 조성되어 있어, 갯벌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조개류와 해조류와 풍부한 수산자원이 서식하고 있어 수산물이 풍부하다.

 서천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생태보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크게는 서천갯벌이라고 부르지만 위치하는 장소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붙여 부르는데 이곳은 송림갯벌이라고 부른다. 송림갯벌은 해안방풍림과 해안사구가 어우러져 아늑한 솔밭길이 조성되어 해안숲길을 걸을 수 있고, 펄갯벌로 주로 이루어져 있는 곳에는 여러 종류의 조개와 게들이 있다고 한다.

 

서천 송림갯벌

 

 해안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으니 길가에 장승들이 쭉 늘어서 있다. 누가 이 장승을 길가에 세웠는지 지나는 길손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나면서 장승들을 보니 하나의 나무 기둥에 두 장승을 만든 것도 보인다.

 

길가의 장승

 

 길을 따라 농촌의 들판과 해안을 번갈아 가며 걸으면 하소버스정류장이 나오고 계속 길을 가면서 겨울 들판의 황량한 모습을 본다. 내가 이 길을 걷기 시작한 지가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을 들판을 보면서 하게 된다. 아침의 길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나 혼자만이 길을 걸을 뿐이다. 멀리서는 닭우는 소리가 들이고 사람이 사는 집 앞을 지날 때는 어김없이 개가 낯선 사람을 알아보고 짓는다. 이제는 이 개 짓는 소리도 친근하게 들린다.

 

하소버스정류장

 

조그만 포구의 모습

 

하늘을 나는 겨울 철새들

 

 

 

 길지 않은 코스라 어느 새 종착점인 송석리노인회관 앞에 도착했다. 별로 피곤하지도 않았기에 다음 코스 안내판의 사진을 찍고 바로 다음 코스로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