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52코스(심포항 - 망해사 - 진봉면사무소 - 만경낙조전망대 - 새창이다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서해랑길 52코스는 심포항에서 출발하여 언덕을 넘어 망해사에서 바다를 보고 길을 가면 엄청난 김제습지가 나온다. 그 습지를 빙 돌아나가서 진봉면사무소를 지나 만경강을 따라가면 만경낙조전망대가 나오고 계속 길을 가서 새창이다리를 건너서 끝이 나는 18.4km의 길이다.
52코스 안내판
어제 저녁에 이 심포에 도착하여 시간도 있고 저녁도 먹기 위해서 심포항 해안을 잠시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와서 음식점을 보니 뜻밖에 중국음식점이 있어 오랜만에 그 집에 들어가서 짬뽕을 한 그릇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서해와 만나는 지점에 조성된 심포항은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에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 규모가 꽤 컸던 포구였으나 현재는 새만금간척지조성사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끝나면서 이곳은 사실 바다로서의 운명을 다했다. 새만금방조제로 갇힌 거대한 호수로 변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백합 생산의 60%를 차지하던 어항이었으나, 새만금사업으로 어업이 거의 중단되었다. 2019년 이후부터는 민물 조개인 재첩을 수확하여 "새만금 재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어민들의 치열한 생존공간이었던 갯벌은 요즘 체험학습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근처에 망해사가 있는데, 해거름녘 풍경이 일품이다.
심포항의 모습
김제시 표지
아침에 해안에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조금 가니 진봉산으로 올라가게 한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서 동쪽을 보니 저 멀리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보인다. 어디에서든지 해가 떠오르는 풍경은 멋있다.
진봉산을 올라가 잠깐 내려가니 진봉망해대라는 전망대가 있다.
진봉망해대(進鳳望海臺)는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뒷산인 나지막한 진봉산(進鳳山, 72.2m)에 있는 3층 규모의 전망대로,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멀리 바다 풍경과 만경평야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진봉망해대는 남서쪽의 봉화산에서 시작하여 북동 방향으로 진봉산, 국사봉, 나성산으로 이어지는 진봉반도 북쪽의 산줄기에 있다. 북쪽은 만경강 하구에 해당하며, 군산시가 위치한다.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는 서해 바다의 풍경은 일품이다.
진봉망해대에서 보는 사방 풍경
진봉망해대
진봉망해대에서 아름다운 아침의 경치를 구경하고 산을 내려오니 망해사가 나타난다.
진봉산 고개 넘어 깎은 듯이 세워진 기암괴석의 벼랑 위에 망망대해를 내려다보며 서서, 만경강 하류 서해에 접하여 멀리 고군산 열도를 바라보며 자리잡고 있는 망해사는 오랜 역사에 걸맞지 않게 규모가 초라한 편이다. 전하는 바로는 이곳은 본시 섬이었다 하여 642년에 부설거사가 사찰을 개창하여 수도하다가 입적하신 곳이라 하며, 그 후 754년에 당나라의 중 중도법사(일명 통장화상)가 중창하였으나 조선 시대 억불 정책으로 거의 폐허가 되었고 1609년에 진묵 대사(震默大師)가 중창하였다. 진묵 대사는 망해사에 머물면서 많은 이적을 남겼다고 하며 오늘날까지 널리 전승되고 있다. 그 후 여러 번의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해의 섬들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있고, 서해의 일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여 망해사라 하였다고 한다.
망해사에 있는 수령 약 400년의 팽나무 아래에는 1999년 가을에 세운 매향비(埋香碑)가 있다. 매향이란 1000년 뒤에 꺼낼 것을 기약하며 바닷물과 계곡수가 만나는 곳에 향나무를 묻어 복을 빌고 미륵불이 출연하기를 기원하는 불교 의식이며, 매향비는 그 기원과 향을 묻은 자리를 기록한 비석이다.
망해사
이곳에서 망해사 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코스가 잘못되었다는 경고가 들린다. 지도를 보니 망해사 반대쪽으로 길을 가야 한다. 그래서 다시 길을 잡아 조금 가니 갯벌은 아닌 것 같은 습지가 펼쳐진다. 이곳에 이런 습지가 있었다니. 깜짝 놀랐다. 습지라면 잘 가꾸어 놓은 순천만이 대표적인데 이곳은 아직 사람의 손이 가미되지 안아 자연의 멋이 그대로 보였다. 이 길이 새만금바람길이라는 곳으로 습지 가에 제대로 난 길이 없어 그냥 자연의 길을 대부분 걷는 길이었다. 너무 낭만적인 길이다. 누구든지 한번쯤은 가 보면 좋을 것이다.
새만금 바람길(전북천리길) 표지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지는 습지를 계속 걸어가니 전선포 표지가 나온다.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에 있는 포구 전선포(戰船浦)는 옛날에는 지금의 해군기지와 같은 군항(軍港)으로서, 고려 후기에는 왜구와 접전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만경강 입구에 위치해 있어 전라도를 적으로부터 지켜내는 요새의 역할을 하였으나, 1920년대 일본인들이 간척 사업으로 만든 ‘전선포 제방’으로 인해 일부는 농경지가 되고 일부는 해안이 되어 전선이 정박했던 포구의 흔적은 사라지고 없다. 지금은 ‘전선포’라는 작은 팻말을 세워 둔 것이 전부이다. 현재 전선포에는 습지 뒤에 10여 가구가 모여 있는 한적한 농어촌 전선포 마을이 있다. 남쪽에는 간척지 평야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으며, 북쪽에는 만경강을 사이로 군산시 대야들이 보인다
전선포 표지
김제 습지의 아름다운 풍경들
진봉방조제 표지
습지를 벗어나 제방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만경강을 옆에 끼고 김제평야의 들판을 걸어가니 만경낙조전망대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발걸음을 전망대로 가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내가 지나는 시간이 낙조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제 들판
새만금 광역 탐방로 안내판
강가의 갈대와 억새
계속 길을 가니 이름도 재미있는 새창이다리 표지가 나온다. 새창이다리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멘트 다리라고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평야다. 그리고 이 넓은 들에서 나는 쌀은 양과 맛에서 최고라고 알려졌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제일 먼저 한 일이 김제의 질 좋은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일이었다. 그래서 빼앗은 쌀을 보관할 창고를 새로 지은 곳이 이름 그대로 새로 지은 창고가 있는 곳이라는 지금의 신창마을이다.
그리고 그 창고에 쌓아둔 쌀을 실어간 항구가 군산이어서, 일제강점기의 군산은 북적거리는 풍요의 항구였다. 그런데 신창과 군산을 가로막는 교통상의 장애가 있었으니 바로 만경강이었다. 그래서 일제가 교통상의 장애를 해소하려고 서둘러 놓은 다리가 구 만경대교 혹은 지역말로 사창이다리, 새챙이다리라고 불리는 다리다. 새챙이다리, 사창이다리라는 명칭은 오랜 연원을 가진 강 연안의 거점이자 강의 이름인 신창진(新倉津)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하면 속칭, ‘새챙이다리’라는 지역이름은 바로 ‘배 나루인 신창진을 대체하고 바로 그 자리에 세워진 다리’의 줄임말로 자연스럽게 그리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새창이다리는 김제의 쌀을 군산항으로 실어가기 위한 다리로 우리나라 농민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했던 다리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다리가 아직도 끄떡없이 버티고 서 있다.
새창이다리 입구에 들어서면 다리 입구에 아치를 만들어 ‘새창이 다리’라고 써여 있는데 다리 난간에 새겨진 다리 이름은 글자가 마모되어 잘 보이지도 않는 ‘만경교’라고 쓰여 있다. 그 옆에 ‘풍요의 강, 만경강 이야기’라는 입간판이 하나 서 있다.
이 다리는 지금은 붕괴 위험이 있어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있으며 사람만 걸어서 건너가도록 허용하고 있다. 나무를 심은 커다란 돌 화분으로 차가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새창이다리를 건너기 시작한다. 유유자적하게 편한 마음으로 한가롭게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 김제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사진이 다리 양쪽 옆에 걸려 있다. 그중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수류성당이다. 내가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예전에 본 영화 <보리울의 여름>의 촬영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영화시사회에서 배우 차인표씨에게 사인을 받은 기억도 있다. 나는 추억을 살리면서 이 다리를 건너고 있지만 일제강점기에 곡식을 수탈당하고 이 다리를 건너가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새창이다리와 그 주변 풍경
새창이다리를 건너니 다리 입구에서 이 코스가 끝이난다.
그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으니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사람이 나에게 길을 묻는다. 하지만 나도 나그네인지라 갈을 알 수가 없다. 단지 내가 지도에서 본 것을 설명해 주고 쉬다가 다음 코스로 발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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