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밀양 종남산 진달래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올해 봄은 너무나 슬픈 봄이다.

 

 코로나가 맹위를 떨쳐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제대로 가지를 못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했다. 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도 조심스러워 함부로 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봄이라 꽃구경을 가려고 날을 잡다보니 벌써 꽃구경의 때를 놓쳐버린 곳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저번 겨울이 너무 따뜻해서 꽃이 보통 때와 달리 너무 일찍 피고 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화도 늦었고 산수유, 벚꽃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진달래만은 늦지 않게 보아야지 생각하다가 진달래도 시기를 잃었다가 겨우 맞추어 구경을 갔다. 우리나라에서 진달래의 절경이 여러 곳 있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밀양 종남산으로 가서 봄의 향기를 늦게라도 마셨다.

 해발 662m인 종남산(終南山)은 밀양 시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밀양시 초동면에 있는 덕대산(620m)과 함께 초동면을 동··북으로 둘러싸고 있다. 상남면 예림리로 능선에 서면 낙동강과 밀양시 수리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밀양 8으로 손꼽히는 절경이 자리 잡고 있다. 초봄에 불타오르듯 열정적으로 피어나는 진달래 군락이 바로 그곳이다.

 종남산을 올라가는 코스는 여러 곳이 있지만 상남면쪽으로 올라가기로 하고 남밀양성당 남산공소에서 출발하였다. 물론 차를 타고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팔각정까지 갈 수 있지만 천천히 구경도 하면서 걸어 올라가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남밀양성당 남산공소 풍경

 

 남밀양성당 남산공소는 아름다운 꽃으로 둘러쌓여 있다. 특히 여러 꽃들 가운데 홍도화는 붉게 피어 눈길을 더욱 끌었다.진달래를 보러 왔는데, 뜻밖의 종남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남산공소의 꽃구경이 먼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 주었다.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가꾸었는지 감탄을 하면서 공소 입구에 서 있는 성모 마리아상에 조용히 기도를 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임도를 따라가며 보는 풍경

 

팽이바위

 

멀리 보이는 풍경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미덕사

 

 임도가 끝나는 곳이 종남산 팔각정이다.  차를 몰고 올라오면 이곳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차를 세우면 된다. 팔각정 맞은편 좁은 산길에 종남산 정상(봉수대)’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걸어서 30~40분 정도 올라가면  진달래 군락지를 지날 수 있다. 그런데 이 길이 그렇게 만만한 길은 아니다. 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제법 가파른 길이라 땀께나 흘려야 한다.

 

 차츰 진달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종남산 진달래는 먼 옛날부터 자생적으로 종남산과 인근 덕대산에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됐다. 종남산 인근 남산마을 사람들은 옛날에는 두 산에 봄이면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군락지에 소를 몰고 가 풀을 뜯기며 놀았다고한다.

 

 진달래(korean rosebay)는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하는 진달래는 우리나라의 50~2,000m 높이의 산야에서 무리지어 자란다. 높이는 23m이고 줄기 윗부분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지며, 작은가지는 연한 갈색이고 비늘조각이 있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가지 끝 부분의 곁눈에서 1개씩 나오지만 25개가 모여 달리기도 한다.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고, 꽃은 이른 봄에 화전을 만들어 먹거나 진달래술(두견주)을 담그기도 한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진달래라고 하고, 작은 가지와 잎에 털이 있는 것을 털진달래라고 하며 바닷가와 높은 산에서 흔히 자란다. 잎이 둥글거나 넓은 타원 모양인 것을 왕진달래라고 한다.

 

 봄이 되면 북으로는 백두산에서부터 남으로는 제주도의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꽃을 피워 산을 온통 진분홍으로 물들이는 꽃 진달래는 오랜 세월을 두고 우리 겨레와 애환을 함께 하며 살아온 한국의 꽃이다. 신라 향가 헌화가(獻花歌)에서부터 고려가요에도 나오며, 조선조의 많은 시인묵객들이노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근대의 많은 시인들이 진달래를 소재로 우리의 삶의 슬픔을 노래하기도 했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놓은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드디어  오른쪽으로 전망대 포토존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이 종남산 진달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니 이곳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포토존에서 보는 산 정상쪽의 진달래

 

포토존에서 보는 산 정상쪽과 밀양시내

 

포토존에서 산정상ㅇ으로 올라가는 길 주변의 진달래

 

 

산정상의 봉수대

 

 

산정상에서 보는 풍경

 

내려오는 길에서 본 금낭화

 정말 오랜만에 진달래를 지천으로 구경하였다. 옛날에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진달래가 어느새 군락지를 찾아와서야 제대로 보는 꽃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자연의 생태계가 많이 변한 것이 느껴졌다.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봄꽃이 피는 시기마저도 해마다 빨라지는 것을 보면 지구 온난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심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공포감을 느낄만 하였다. 이제 예전의 상식으로 꽃구경을 가려고 하면 아무런 꽃도 볼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는 것 같아 제대로 꽃구경을 하기 위해서 시기을 잘 조절하여야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아무튼 진달래로 눈 호강을 하였다. 더구나 남산공소의 아름다운 봄꽃들은 망외의 소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