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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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69코스(만리포해변노래비 - 의항출장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69코스는 만리포해수욕장을 출발하여 해안의 언덕길을 걸어 태안의 아름다운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구름포해변을 보고 즐기고, 서해를 한눈에 조망하는 태배전망대를 지나서 의항출장소까지 가는 13.4km의 비교적 짧은 거리다.

 

 오랜만에 서해랑길을 다시 걷는다. 4월말까지 서해랑길을 갇다가, 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려고 5월부터 6월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그리고 조금 쉬다 보니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길을 걸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산티아고 까미노길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9월도 지나고 10월이 되니 기온도 내려가고 가을 하늘이 맑았다. 그러니 방랑하는 병이 있는 내 몸이 먼저 반응을 하여 또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시작점인 만리포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 멀었다. 부산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천안으로 가서 다시 만리포가지 가는 버스를 타고 만리포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벌써 하루가 지났다.

 

서해랑길 69코스 안내판

 

 숙소를 정하고 만리포해수욕장을 구경하러 나갔다. 만리포사랑 노래비가 있는 옆에 '정서진'이라는 표석이 있고, 표석에는 대한민국 서쪽 땅끝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표석이다. 물론 관광지로 선전을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좀 더 사실에 맞아야 한다.

 

만리포사랑 노래비와 정서진 표시

 

만리포해변

 

해변을 거닐다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해변의 야경을 즐기려고 제법 긴 해안을 따라 걸으며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었다. 한가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보니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해변의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밤의 해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예전과 같이 걷기에 나선다. 오랜만에 걷는 길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으나 몇 년이나 길을 걸었기에 곧 익숙해지리라 생각을 하였다. 아침의 만리포해변에는 아무런 인적도 없이 혼자서 해변을 걷다가 곧 언덕길로 올라간다. 산도 아니면서 산과 비슷한 길을 따라 조금 가면 멀리 천리포해변이 보인다.

 

아침의 만리포 해변

 

만리포의 옛이름 설명

 

해변 끝에 있는 희망광장의 희망의 고리

 

이정표

 

산 언덕길

 

  소원면 의항리에 있는 천리포해수욕장(千里浦海水浴場)은 수심은 1~2m, 백사장 길이는 약 1km이고 따뜻한 수온의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남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 만리포해수욕장이 있고, 북쪽으로는 2km 정도 떨어져 백리포(방주골) 해수욕장이 있다. 원래는 고기를 잡던 어막이 많아서 막동이라고 불리던 곳이나 1955년 만리포 해수욕장을 개장하면서 이곳에도 피서 인파가 몰려들어 천리포로 불리게 되었다.

 저녁 일몰의 천리포 해변 바다 풍경은 매우 아름다워 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주변에 2개의 닭섬이 있는데 육지에 붙어 있는 산을 뭍닭섬, 바다에 떠 있는 섬을 섬닭섬이라 하며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한다. 주변에는 미국인 밀러(한국이름은 민병갈)60ha 면적으로 일군 천리포수목원이 있다.

 

멀리 보이는 천리포해변

 

국사봉에서 보는 천리포해변

 

태안 해변길 2코스 안내판

 

 

 

 천리포를 벗어나 조금 가면 이어 백리포가 나온다.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는 그냥 이어진 해변이라고 해도 그렇게 틀렸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 있는 백리포해수욕장은 천리포 수목원을 지나 북쪽으로 산기슭을 넘으면 비탈진 숲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해변으로 서해안의 절경 중 바닷물이 맑고 모래가 제일 으뜸이다. 원래 '방주골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이었으나 만리포해수욕장, 천리포해수욕장과 연결되어 있어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숲과 숲 사이에 해변이 펼쳐져 있고 해변 양쪽에 절벽이 있는데 어떤 유명한 절벽보다 더 아름답다. 병풍처럼 펼쳐진 주변의 소나무 숲이 아름답고, 인적이 드문 바닷가 해변에는 껍질이 예쁜 꽃 조개가 심심치 않을 정도로 많고, 물에 빠진 바위에는 홍합이 제법 많다. 원하는 만큼 주워 끓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멀리 보이는 백리포해변

 

망산고개를 가리키는 이정표

 

수망산 산길

 

망산고개에서 보는 서해

 

 

 

 망산고개를 넘어가면 멀리 의항해수욕장이 보인다.

 일명 십리포해수욕장이라고도 부르는 의항리에 있는 의항해수욕장(蟻項海水浴場)은 남쪽으로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어은돌, 파도리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해변의 지형적인 생김새가 개미의 목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경사가 완만하며 밀물 때에도 깨끗한 바닷물 상태를 유지하여 준다. 온통 조약돌로 구성된 백사장이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일품이며 포근한 곡선 모양의 해변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백사장은 가지각색의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사가 완만하고 바닷물이 깨끗해 가족 피서지로 적합하다.

 

의항해수욕장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끓었을 해변에는 인적이 없다. 이제 해수욕철이 지나고 내가 걷는 날이 주말도 아니어서 넓은 백사장에는 바다물만 넘실거리고 있을 뿐이다.

 

화영섬의 여러 모습

 

태배전망대로 가는 이정표

 

 길을 가는 도중에 뜻밖에 이태백의 동상이 있고 그의 시가 쓰여 있는 비석이 있다. '이곳에 무슨 이태백이?' 하고 의아심을 가지고 지나니 여러 곳에 비석이 보였다. 그리고 구름포라는 이색적이며 꿈같은 이름의 해수욕장이 보인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 있는 구름포해수욕장은 해변의 길이가 짧고 규모가 작은 해수욕장으로 만리포에서 북쪽으로 가면 천리포수목원을 지나고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구름포해수욕장이 차례대로 나온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의 휴양지로 적합하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산한 편이다

 ‘옛날 중국의 시성인 이태백이 조선에 왔다 이 지역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빠져 머물렀다는 유래에서 지명이 붙여질 만큼 경관이 빼어난 이곳엔 국토교통부가 2010년 전국의 아름다운 해안경관 풍광 17곳을 선정해 해안경관 조망 공간장소로 조성한 태배 전망대가 있다.

 

이태백의 동상과 시판

 

구름포해수욕장

 

 

 

구름포해변을 지나 높지는 않지만 편안하지는 않는 산길을 걸어가면 태배전망대가 나온다.

 

 태배전망대에서는 광활한 서해바다와 칠뱅이섬(일곱개의 섬) 등 아기자기한 섬들, 불같이 타오르는 황홀한 낙조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전망대에는 2007년 유류사고 당시 피해극복을 위해 바위의 기름을 닦는 자원봉사자의 모습 등 극복과정이 사진에 생생하게 담겨져 전시돼 있어 당시의 아픔과 치유의 과정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공감과 역사의 장이기도 하다.

 

태배전망대에서 보는 서해

 

 전망대에서 서해를 조망하고 내려오니 옆의 휴게소에 나 정도의 나이의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나도 휴식을 하기 위해 그 옆에 앉으니 그들은 태안의 노인자원봉사자로 해변길을 돌아보는 중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무며 커피를 한잔 얻어 마시고 인사를 하고 내가 갈 길을 다시 떠났다.

 

전망대를 내려와 해안을 따라 걸으니 해변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간 곳에 돌로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나라 해안의 곳곳에 보이는 전통적인 고기잡이인 독살이었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은 '어린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것이다. 도시의 어두운 환경에서 이런 자연을 보면서 즐겁게 놀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운 생각만 든다.

 

독살

 

 

 

 나지막한 산을 내려와 바다 가를 걸어가니 여러 조형물과 그림이 그려진 해안 벽이 보인다. 의항(개목)마을이다. 그리고 이 마을의 이름의 유래를 알리기 위해서 꾸며 놓은 곳이었다. 이 해안을 지나 조금 가니 의항출장소가 나오고 69코스는 끝이 난다.

 

의항(개목)마을 이름의 유래

 

해안길의 조형물과 그림

 

오랜만에 걷는 길이지만 예전에 걷던 습관이 남아 있어 힘들거나 어려움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걷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게 길을 가니 지루함도 없이 즐거움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