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스페인, 산티아고 까미노 길을 걷다. 28(06.13,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 라 라구나 데 카스티야)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오늘의 걷기 길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 페레헤(5.5km) - 트라바델로(5,0km) -  라 포르텔라 데 발카르세(4.0km) - 베가 데 발카르세(2.8km) - 라스 에레리라스 베가 데 발카로세((3.6km) - 라 파바(3.4km) - 라 라구나 데 카스티야(2.4km)

 

 오늘은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에서 라 라구나 데 카스티야까지 약 26km를 걸어야 한다. 오늘의 길은 대부분이 산언덕 길을 걸어간다. 지나가는 마을은 조그마한 마을로 별 특이한 것이 없기에 그냥 길을 가면서 지나친다. 중간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례자들을 위한 도로와 걷는 사람들의 길이 교차하는 경우가 있는데 도로를 따라가지 말고 산으로 길을 가야 한다.

 

 오늘도 역시 사람들은 새벽같이 길을 떠난다. 모두가 떠나기에 우리도 짐을 챙겨두고 밖의 뜰에 나가 잠시 아침 요기를 하고 길을 나서니 아직 어두운 시간이다. 어제 갔던 산타 마리아 성당을 지나 다리를 건너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를 떠나는 순례자는 카스티야에서 갈리시아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 발카르세의 계곡 마을을 지나게 된다. 도로 왼쪽으로 좁은 길을 따라 한 시간 가량을 걸으면 밤나무 숲이 둘러 싼 마을 페레헤가 나온다

 

스페인 하숙 건물

 

부르비아 강(Rio Burbia)

 

멀리 보이는 성벽

 

까미노 길 표시

 

페레헤 표시

 

 중세풍의 작은 마을 페레헤는 중세 때에 오 세브레이로의 수도원장과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의 산타 마리아 수도원이 분쟁을 벌인 곳이었다. 분쟁의 시작은 페레헤에 오 세브레이로의 수도원장이 순례자를 위한 병원과 성당을 세우려고 했던 것이었다. 비야프랑카의 수사들은 자신들이 페레헤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며 반대를 했다. 이 분쟁은 레온 왕 알폰소 9세와 교황 우르바노 2세가 끼어들면서 싸움이 더 격해졌다. 결국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가 이기게 되어 병원 건축의 독점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중세에 페레헤 주민은 세금과 군대 징집을 면제받았는데, 그 이유는 여왕 도냐 우라까가 페레헤의 허름한 호레오에서 출산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마을이라 그냥 걸어서 지나쳐 약 5km를 걸으면 트라바델로에 도착한다. 중세에 이 마을은 부패한 귀족들이 순례자를 약탈했던 장소로 악명이 높았으나 현재는 페레헤보다 근대적인 건축물들이 시원한 계곡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트라바델로에서는 검고 넓적한 돌로 지붕을 올린 전통 가옥 만난다. 트라바델로는 바위투성이의 좁은 계곡에 있는 지형 때문에 부패한 귀족들이 순례자들을 강탈했다. 그들은 순례자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통행료를 걷었고, 이를 거부하는 순례자들에게는 강도로 돌변해서 순례자의 발길이 뜸해졌다. 순례자들이 두려워하던 트라바델로에는 지금은 없는 아욱타레스 성에 도둑과 강도들의 은신처가 있었는데, 알폰소 6세와 템플 기사단이 이곳을 토벌하여 오랜 악습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트라바델로 표시

 

 마을을 통과하여 계속해서 까미노 표시를 따라 걸어 여러 조그마한 마을들을 지나면 포르텔라 데 발카르세가 나온다. 작은 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마을의 이름은 발카르세 계곡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작은 문과 같은 좁은 길을 지나야만 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마을을 떠나 도로를 벗어나면 지저귀는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귓가에 들리고, 시원한 밤나무의 그늘과 함께 목장지대를 지나 발보아 계곡과 발카르세 계곡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암바스메스타스에 도착한다. 나타나는 마을들이 아주 조그마하고 별 다른 특징도 없어 그냥 걸어서 계속 지나친다. 암바스메스타스를 뒤로하고 30분만 꾸준히 걸으면 베가 데 발카르세에 도착한다.

 

이 주변의 마을에는 발카르세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그만큼 발카르세 계곡을 옆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의미다.

 

라 포르텔라 표시

 

암바스메스타스 표시

 

베가 데 발카르세 표시

 

 발카르세 계곡에서 가장 큰 마을인 베가 데 발카르세는 두 개의 요새 유적과 성 때문에 전설이 가득한 중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마을이다.

 

 사라신 성 (Castillo de Sarracín)은 마을의 남쪽, 밤나무 숲 사이 경사에 위치해 있었다. 현재에는 모두 형체를 알기 힘든 석재와 검은 돌기와만 남았다. 사라신 성은 10세기 아스토르가의 영주였던 사라신 백작의 성이었다. 한편 베이가 성은 11세기에 돈 네사노 구데스테이스라는 봉건 영주의 소유였다. 그는 주민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고, 순례자들에게 보호비로 통행료를 요구했다. 이 영주는 알폰소 6세에 의해 처벌을 받았다.

 

 

 베가 데 발카르세의 바에서 잠시 쉬고 길을 계속 이어나가 라스 에레리아스 베가 데 발카르세로 들어가기 위해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야 한다.

 

 라스 에레리아스 베가 데 발카르세는 아름다운 발카르세 계곡의 마을이다. 이곳에서 순례자가 마을을 나와 작은 다리를 건너면 피카르디 고개가 시작된다. 알페스 데 라 파바, 말라파바라고도 부르는 산길을 오르면 제법 숨이 차다. 도로의 오른쪽으로 자전거 순례자를 위해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보인다. 그러나 오를수록 가파른 산길이 마주하며, 또 밤나무 숲이 보이는 이 언덕길은 고생만큼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길을 가면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힘들여 산길을 가는 보답을 한다. 그러니 길이 조금 힘들어도 보도 순례자는 원래의 길을 걷는 것이 좋다. 다시 조그만 개울을 따라가다 다리를 건너면 커다란 밤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급한 오르막길을 약 30분 동안 오르면 라 파바 마을에 도착한다.

 

라스 에레리아스  베가 데 발카르세 표시

 

산길

 

산길에서 보는 경치

 

라 파바 표시

 

 라 파바는 전통적인 목축업에 종사하는 작은 마을로 순례자를 위한 바가 있다. 이 바의 이름은 엘 울티모 리콘 데 엘 비에르소(El Último Rincón de El Bierzo; 엘 비에르소의 마지막 모서리)인데, 외로운 산촌 마을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장소다. 예전에는 이곳에 바가 하나밖에 없었다고 하나 지금은 제법 많은 바가 길손들을 맞이한다.

 제법 산길을 올라왔기에 이 바에서 쉬면서 주스를 한잔 마시고 있으니 같은 길을 걷는 한국인들이 이 바의 라면이 맛있다고 추천을 한다. 시간도 점심때가 되어서 같이 길을 걷는 일행과 여기서 라면을 먹기로 하고 라면을 시키니 한 그릇에 우리 돈으로 7,500원 정도를 달라고 한다. 라면은 한국 라면으로 계란을 넣고 완전히 한국식으로 끓인 것으로 별미였다. 맛있게 라면을 먹고 쉬다가 다시 길을 간다.

 

라 파바 마을과 라면

 

 라 파바를 떠나 오르는 아이가 산의 비탈길은 제법 호흡을 어렵게 만든다. 오솔길을 따라 2.5km를 올라가면 레온 지방의 마지막 마을인 라 라구나 데 카스티야에 도착한다.

 

 라 라구나 데 카스티야는 해발 1000미터 이상 되는 초원 위에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마을이다. 눈앞에 펼쳐진 산꼭대기와 그늘진 계곡이 펼쳐지는 라 라구나 데 가스띠야는 언덕을 오르는 순례자들에게 편안한 휴식처 같이 느껴진다.

 

마을로 올라가는 산길

 

 라 라구나 데 카스티야는 알베르게도 하나밖에 없는 아주 조그마한 마을로 주변에 아무런 시설이 없어 오직 알베르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알베르게는 비교적 좋은 시설이었고 넓은 마당은 햇빛이 잘 들어 세탁을 하고 발래를 말리기는 그만이었다. 또 알베르게 안에 식당과 조그마한 슈퍼도 갖추고 있어 번잡함을 피하고 조용하게 머물기는 좋은 곳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면 하는 일상적인 행동을 끝내고 바로 가니 새로운 한국인들이 보인다. 레온에서 출발했다는 약 60이 되어 보이는 사람과 그와 동행한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한국인 모녀 중에 딸만 혼자서 들어온다. 엄마와 잠시 떨어져 걷는다고 하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아주 건강했다.

 

 저녁을 먹고 그 자리에서 가볍게 맥주를 한잔하면서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여러 이야기를 한다. 약간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주인은 한국인 손님이 많이 온다고 하며 아주 친근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저번에 우리가 식당에서 얻어 마신 술과 비슷한 술을 특별하다며 한잔을 준다. 

 

 이제 길고 길었던 메세타 고원지대를 벗어나 산이 많은 지역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