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12 코스(암아교차로 - 당항포 - 배둔시외버스터미널)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12 코스부터는 고성과 통영 구간이 시작된다. 고성과 통영 구간에서는 아름다운 남해안을 즐기기도 하지만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 순신장군과 연관되는 여러 유적지가 펼쳐지고, 고성에는 세계 3대 공룡발자국 산지가 있고,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통영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고성, 통양 구간 지도

 

 남파랑길 12 코스는 암아교차로에서 시작하여 당항포를 거쳐 배둔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르러 18.2km의 길이다. 창포만과 당항만 물줄기가 감싸고 도는 남파랑길 12코스는 창원 진전면에서 시작해 창포만철새도래지를 둘러본 뒤 동진대교가 있는 해안도로를 한가로이 걸으며, 고성 회화면을 거쳐 당항포 관광지와 당항포 둘레길을 즐기는 구간이다. 이 길은 오밀조밀하게 펼쳐지는 남해안을 즐기며 걷는 코스다.

 

12 코스 지도

 

  이번 걷기 여정을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켜니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왜 이럴까? 하고 잠시 의문을 가지다가 배터리가 들어 있는 곳을 보니 베터리가 없다. 분명히 집에서 확인한 것 같은데 충전기에 배터리를 끼워 놓고 챙기지 못한 것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깜박깜박하는 일이 허다하다. 좀더 세밀하게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현대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이 있으니 아쉽지만 '꿩 대산 닭'이라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남파랑길 12 코스 안내판

 

한국의 아름다운 길 표지

 

 

 해안을 따라 걸으니 제법 크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마을이 나타난다. 표지석을 보니 '창포마을'이라고 되어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든지 풍경이 좋으면 어김없이 카페가 여러 곳 들어서 있다. 이곳도 다름이 아니다. 창포방파제를 지난 뒤 창포마을에 다다르면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동진대교가 있는 해안대로'가 있는 계속 이어진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창포리에 속하는 자연 마을인 창포(昌浦)마을은 1789(정조 13) 호구 총수에 창포리(倉浦里)라는 표기로 등장하며 진해현 시절 창()이 있었기 때문에 형성된 지명이다. 창포리(昌浦里)라는 표기로는 신구대조조선전도부군면리동 명칭 일람에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창포(昌浦)’창포(倉浦)’의 또 다른 표기일 것이다.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는 창포 마을은 아름다운 해안 경관으로 인해 해변을 따라 횟집들이 들어서 주민들의 소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창포만은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왔으나 창포만 개발로 인한 각종 오폐수로 인하여 바닷물과 갯벌이 기능을 잃어 가고 있다.

 

창포마을 표지

 

멀리 보이는 동진대교

 

창포만의 풍경

 

 바다를 끼고 도는 해안길을 걸어가면서 바다가 참으로 잔잔하다는 생각을 한다. 작년에 동해안 해파랑길을 걸을 대는 끊임없이 치는 파도로 사나운 바다를 만끽했는데 올해의 남해 바다는 포근한 어머니의 품과 같이 고요한 느낌을 주고 넓게 펼쳐지는 갯벌에는 많은 물새들도 보인다.

 

버스 정류장

 

잔잔한 바다

 

길가의 개나리

 

남파랑길 중간 표지판

 

 남파랑길 12코스는 시락마을 방면 내리막길을 따라 쭉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소포, 시락, 정곡마을을 차례로 만난다. 정곡마을입구에서 집에서 만들어 간 토스트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길을 따라 걸으니 고성군 표지가 나온다. 이제 창원을 벗어난 것이다.

 오르막을 지나 어신리 어선마을로 들어선다. 이 마을은 지형이 배 모양으로 생겨 고기잡이배를 뜻하는 '어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과정에서 '말씀 어, 착할 선' 자로 변경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공룡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당항포국민관광지가 나온다.  

당항포관광지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1592년과 1594년 두 차례에 걸쳐 왜선 57척 전멸시킨 전승지로서 당항포해전관을 비롯한 자연사박물관, 자연예술원, 가족휴양시설 등을 골고루 갖춘 관광지이다.

 당항포대첩지를 후손들에게 길이 물러 주고자 1981년 군민들이 뜻을 모아 전승지를 조성하고, 1984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198711월에 개장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사 엑스포인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의 주행사장인 이곳 당항포관광지는 공룡에 관한 볼거리도 풍부하며, 해양레저스포츠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족형 다목적 관광지이다.

 

당항포국민관광지입구

 

 당항포국민관광지 철망을 쭉 따라 걸어서 지나면 아름다운 바다길이 나온다. 바다 위에 나무 테크를 설치하여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곳으로 만조가 될 때는 물위를 걷는 곳이다.

 

당항포둘레길에서 보는 풍경

 

 당항포 둘레길은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곳으로 도로 옆 바다 위에 세워진 곳이다. 둘레길을 따라 당항항 방면으로 걸어가면 횟집이 즐비한 당항마을에 이른다.

 

 둘레길을 지나서부터는 해안을 벗어나 밭길을 걸어서 회전교차로를 지나면 12 코스의 종착지인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아주 조그마한 정류장이다. 봄이지만 긴 길을 걸어 왔기에 땀도 나고 목이 말라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고 커피도 한잔 뽑아 먹었다.

 

배둔버스터미널 앞 풍경

 

 오늘의 걷기는 여기에서 끝을 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나의 걷기는 쉬지 않고 이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걷고 집으로 귀환하였다가 다시 일정을 전해서 다음 코스를 걷는 것이다. 걷기 이외에도 해야 할 다른 일도 있기에 걷기에만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