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3) - 블라디보스토크의 시내의 동쪽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3. 블라디보스토크 - 시내의 동쪽
러시아에서의 첫날을 맞이했다. 한국에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여 일찍 잠을 깨니 주위의 모든 여행객들이 아직 잠을 자고 있다. 조용히 일어나 세면을 하고 나니 아들놈이 깨어났다. 아침을 어제 저녁에 간이슈퍼에서 산 요구르트와 빵 그리고 홍차로 간단히 때우고 숙소를 나서서 본격적으로 시내관광에 나섰다. 오늘은 블라디보스토크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구경할 생각이다. 인터넷을 통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날씨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곳도 그 영향으로 날씨가 매우 흐리고 구름이 끼여 맑고 깨끗한 바다 풍경을 보지 못하게 될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오늘은 블라디보스토크 동쪽을 구경하기로 아들과 미리 의논을 했다.
먼저 블라디보스토크중앙역으로 갔다. 시베리아 횡단은 모스크바에서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것이 정상 루트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블라디보스토크중앙역에는 시베리아 횡단 종착점을 표시하는 기념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발을 어디에서 해야 하는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점이 아니다. 순서야 어떻게 되었든지 우리는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고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중앙역에는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초기모형물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중앙역은 우리나라 동해에서 배를 타고 오면 내리는 여객부두와 바로 이어져 있다. 배를 타고 오면 이점은 상당히 편리하다. 중앙역에서 내일 갈 예정인 우스리스크행 열차표를 사고(135루블) 역 근처의 슈퍼에서 물을 구입했다. 러시아에서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물은 어디에서도 공짜로는 주지 않는다. 자기가 마실 물은 꼭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그런데 물 값이 장난이 아니게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대용량의 물을 구입하여 작은 물병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마셨다.) 그런데 우리가 러시아어를 잘 모르고 구입한 물이 탄산수였다. 조심하여 구입해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
옛 시베리아횡단열차와 시베리아횡단 표지석
(모스크바에서 9,288km임을 나타낸다)
구열차앞에서(오른쪽은 시베리아횡단 동판)
역을 벗어나 오른쪽으로 시내를 계속 걸어가면서 시내의 풍경을 구경하면서 도착한 곳이 혁명전사광장(레닌혁명기념광장)이었다. 아직도 러시아에는 레닌을 신과 같이 숭배하고 있고 러시아혁명에 관한 유적이나 유물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면에서는 아무리 개방이 되었다 해도 아직은 이념적으로 공산국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광장에 상당히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많은 도시의 관광지에서 엄청난 중국인들을 보았다. 물론 중국이 인구도 많지만 그들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수는 상상을 벗어나는 숫자였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 모습은 과거 일본인들이 때를 지어 다니던 모습보다 더했다.
혁명전사광장
혁명전사광장을 구경하고 다시 걸어서 간 곳이 C56 잠수함박물관이다.(입장료는 100루블) 잠수함박물관 주위에는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전몰장병위령탑(평화의 불)과 그들의 이름을 새긴 위령비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러시아 곳곳에서 이러한 기념비와 위령비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은 용사들을 잊지 않고 항상 추모하고 있었다. C56 잠수함박물관은 잠수함의 내부를 개방하여 구조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래도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니콜라이 2세가 시베리아횡단열차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기념문과 막심고리키의 극장 등도 있었다. 그 밖에 여러 조형물들이 있었으나 러시아어를 읽을 제주가 없으니.....
잠수함박물관의 전경과 전몰장병 이름을 새긴 위령비
잠수함박물관 내부
꺼지지 않는 불꽃 -전몰장병 위령불꽃 -
니콜라이 2세 기념문
막심고리키극장 안내와 앞의 휴식처
잠수함박물관을 벗어나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독수리전망대를 찾아 가는 길에 점심 먹을 곳을 찾아보았다. 러시아도 개방이 많이 이루어져 패스트 푸드점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중 로얄 버그라는 간판이 붙은 집에 들어가 보니 우리나라의 패스트 푸드점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햄버거 가격도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가볍게 점심을 러시아 햄버거로 먹고 독수리전망대를 향해 갔다. 우리는 철저하게 걸어서 찾아다니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에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 갔다. 길을 찾아가는 도중에 보니 전망대를 올라가는 전동차(푸니쿨라)가 있는데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독수리전망대는 명색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하는데 고작 해발 210m의 높이다. 그래도 7월의 무더위에 걸어 올라가니 제법 땀이 솟았다. 독수리전망대는 과거에는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것을 금지한 곳이다. 왜냐하면 과거의 블라디보스토크항은 군항으로 러시아 극동함대의 모항으로 군사적 보안을 위해 사진 찍는 것을 금지하였다. 하지만 요즈음은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였다. 이런 점은 러시아가 상당히 개방이 되었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독수리전망대에서 사위를 둘러보면 블라디보스토크항이 환히 보인다. 2012년 APEC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놓은 금각교(golden horn bridge)는 항구를 가로지르며 이쪽 바닷가와 저쪽 바닷가를 연결해 주고 있었다. 조망대 위에는 러시아 문자인 키릴문자를 만든 키릴형제의 동상이 있고, 전망대 앞에는 세계 어디를 가도 보이는 살가운 연인들이 서로 사랑을 맹세하는 열쇠가 묶여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된 풍습이지.... 독수리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여느 항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항구이다. 항구도시인 부산에서 나서 자란 나에게는 부산보다 작은 항구가 그렇게 새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국의 항구일 뿐이다. 그래도 날씨가 맑으면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항구의 경치와 시내의 풍경을 구경하겠는데 날씨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흐려 깨끗하고 맑은 경치를 볼 수 없어 조금 안타까웠다.
러시아 패스트 푸드점
독수리전망대와 키릴형제 동상, 블라디보스토크항 전경
독수리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시내로 걸어 내려왔다. 시내와의 거리가 멀지 않다고 생각하며 걸어내려 오는 도중에 현대식의 고층건물을 건설하는 현장들도 보였고, 한국어로 식당 간판을 내건 식당(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도 보았다. 거리를 조금 걸어 지역사회박물관(Arsenyev Primorsky Krai Museum)이 보여 들어갔다.(입장료 200루블) 우리의 계획은 기본으로 각 도시의 박물관을 되도록 꼭 보고 간다는 것이었다. 아르세니예프 연해주 박물관은 1890년 개관한 박물관으로 여행가이자 현지 조사가인 아르세니예프의 이름을 따서 설립을 했다고 한다. 연해주(프리모르스키 주) 지역의 식생이라든지 고고학적 유물도 보관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이 지역을 점유한 이전,후의 개척 용품이라든지 그 역사에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여러 차례 국제적 박물관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박물관 건물의 앞쪽에는 삼성로고가 새겨져 있는 휴대폰가게가 있어 상가인줄 알았는데 그 뒤에 박물관이 있었다. 러시아박물관은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이 많이 근무를 하고 있다. 이곳만 아니라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간 박물관 모두에 할머니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노인들의 인력을 이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노인들이 돈벌이를 해야 하는 것인지? 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또 박물관 입장료는 왜 그렇게 비싼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러시아 각지의 박물관을 많이 구경하였는데 우리나라의 박물관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는 소장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입장료는 우리나라보다 엄청 비싼 이유를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구경을 해야 하는 것은 우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장료를 지불하고 구경할 수밖에 없다.
박물관 안내 표지와 전경
박물관 내부의 여러 전시물
박물관 건물의 전경
박물관을 나와 그 옆에 있는 아르바트거리와 아무르만 유원지를 잠깐 구경하고 다음날 다시 오기로 하였다. 아들이 러시아 카페에 가보자 하여 갔는데 러시아 카페는 우리와 달라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물론 커피 등의 음료도 팔지만 주된 것은 음식이지 음료가 아니었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카페라는 곳은 모두가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음식점이라 여겨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원래의 계획대로 나는 커피를 마시고 아들은 홍차를 마시고 휴식을 취했다. 러시아는 차 문화가 아주 발달하여 커피는 크게 보급되지 않아 아주 비쌌고 홍차는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로 아주 귀한 홍차가 아니면 값도 싸고 맛도 좋았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만이라도 커피 대신에 홍차를 마시면 좋을 것인데 커피에 이미 입맛이 들대로 들어 참 어려웠다. 이 이야기는 뒤에 또 할 것이다.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에 아침에 가 보았던 슈퍼에 가서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거리를 구입하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행자의 자세로 들어가는 것이다. 저녁도 내일 아침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배낭여행자의 신세로 들어가는 것이다. 떠날 때부터 각오한 일인지라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하러 식당에 들어가니 또 다른 많은 외국의 나그네들이 있었다. 짧은 영어로 인사를 하고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물어보니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미국 등등 세계 곳곳의 나그네들이 모두 자신의 음식을 만들어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도 여행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이리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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