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마음대로 가는 발칸 여행 - 보스니아 포치텔, 메주고리예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한가하게 여유로운 포치텔 마을

 

 메주고리예에 베이스를 정하고 주변을 돌아 다닐 예정이다. 처음에는 메주고리예에 왔다가 모스타르를 가려고 했는데 메주고리예를 오는 도중에 모스타르를 이미  갔다 왔다. 그러다 보니 하루 일정을 벌은 셈이 되었다. 오랜 기간의 여행이기에 한가로이 여유를 즐길 수도 있지만 하루 종일을 허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주변을 검색해 보니, 우리에게는 생소한 포치텔(Pocitelj)이라는 옛 성의 유적지가 있다고 나온다. 메주고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여기를 다녀오고, 오후에 메주고리를 둘러 보기로 하였다.

 

 포치텔은 모스타르의 남쪽에 인구가 약 4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그러니 버스편도 제대로 있지 않다. 버스 정류장에서 노선을 묻고 있으니 어느 나라에나 있는 호객꾼이 나타난다. 자기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 것이다. 요금을 흥정하니 적당하여 조금은 허름한 승용차를 타고 갔다.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아 약 30분 정도 걸렸다. 도착하여 처음 본 풍경은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곳이었다. 이런 곳이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니......

 

 오스만 시대의 요새 마을인 포치텔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가장 완전한 건축물의 앙상불을 보여 주는 곳이라 한다. 가파른 바위투성이에 감싸인 이곳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돌지붕 집들이 계단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1563년에 지은 하지 알라나 모스크는 파괴되었다가 다시 완전히 복원되었으나, 시계탑의 종은 1917년부터 누가 어디로 가져 갔는지도 모르고 탑만 남아 있다.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은 반쯤은 폐허로 남아 있는 요새의 팔각형 가브라 카페탄 타워다. 가장 위쪽 성곽 요새로 올라가서 보는 포치텔의 경치는 우리를 잠시 숨이 막히게 한다. 포치텔에 대한 설명은 밑의 안내판과 설명을 참조하시기를....

 

 

포치텔 요새의 전경

 

 

 

요새로 올라가는 입구

 

 

한적하고 조그만 기념품 가게

 

 

 

요새 안내도와 설명판

 

 

요새를 돌아 볼 수 있게 옛부터 만들어 놓은 돌길

 

 

저 멀리 보이는 가브라 카페탄 타워

 

 

무슬림 지역 학교

 

 

시계탑

 

 

길 안내표

 

 

모스크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많은 집들이 보인다.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듯했다. 가끔은 주민들이 보이기도 하였다. 4월이었는데 벌써 등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고, 여러 가지 꽃들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정말 물질의 욕심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삶의 여유를 즐기면서 아름답게 편안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 보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에 새겨진 무늬들

 

 

 

요새의 맨 위

 

이곳에 올라가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있다. 요새 맨 위에는 도로가 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뒷편으로는 마을이 제법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자동차도 다니는 길이 펼쳐졌다. 그 마을 주민들이 보여 간단히 인사를 하니 무어라 안내를 하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떡이고 공감을 표했다.

 

 

 

 

 

요새의 성벽위에서 보는 풍경

 

저 멀리 강이 이 마을을 돌아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저 강을 바라보며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서 이 요새를 건설한 것이라 생각된다. 요새 위에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저 멀이 보이는 가부라 카팬타 타워로 발길을 돌린다.

 

 

 

 

KULINA 설명판

 

요새 벽을 따라 걸어가면 요새의 여러 모슴을 보게 된다. 요새의 구조를 설명한 도판이 벽에 걸려 있다. 아마도 망루같은 곳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아마도 이 주변 국가에는 제법 잘 알려진 곳인지 젊은이들도 많이 보였다. 이 성벽에서 어린 소녀들이 모여 앉아 간식을 먹으려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브라 카페탄 타워로 가면서 보는 풍경

 

 

 

 

 

 

가브라 카페탄 타워의 외부와 내부

 

 

타워에서 보는 강

 

 

 

멀리서 보는 타워의 모습

 

 

 

 

 타워를 내려와서 마을 입구로 가니 요새의 벽이 이어져 있다. 멀리 보이던 강까지 원래는 이어져 있던 것이었다. 지금은 중간은 유실되고 도로가 나서 그 흔적만 보여 주고 있다. 정류소쪽으로 가니 카페 겸 식당이 있어 늦었지만 점심을 먹고 여유를 즐겼다.

 

 뜻하지 않았던 하루의 여유로 아름다운 포치텔을 구경하고 메주고리예로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메주고리예를 둘러 보러 나갔다. 

 

 메주고리예는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서남부, 치트룩시에 속한 가톨릭교회 소교구의 명칭이자, 교구 내에 속한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메주고리예는 슬라브어로 산과 산 사이의 지역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해발 200미터 높이의 산악에 위치하고 있으며, 교구 전체 인구가 약 4300명 정도의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한적한 농촌이었으나, 19816월 24일 여섯 아이들이 마을 외곽의 크르니카라는 언덕 위에서 성모 마리아를 보았다고 주장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아이들의 성모 발현 주장을 놓고 다양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부정적이다. 현재까지 교황청은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으며, 신도들의 메주고리예 여행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순례는 금하지만 개인적인 여행은 허락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일반 가톨릭 신자들은 이곳을 성모발현 성지로 인정하여, 1981년 이후 한해에 약 300만 명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메주고리예의 도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순수한 신앙심과 그것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천박한 상술이 뒤섞여 성지라기보다는 세속적인 관광지에 가깝다. 현재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성모가 발현했다는 언덕뿐 아니라, 카톨릭과 연관된 다양한 볼거리들을 볼 수 있다.

 거대한 교회 입구 광장에는 조각가 디노 펠리치(Dino Felici)의 작품인 평화의 성모상이 서 있다. 왼쪽에는 고해성사의 사도’, ‘일치의 사도로 불리는 성인 레오폴도 만딕(St. Leopold Bogdan Mandic)의 상이 위치하고 있다. 성당 오른쪽 광장에는 커다란 나무 십자가 주위로 기도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수많은 고해소에는 여러 나라의 국가가 표시되어 있고, 여러 나라의 언어로 진행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있다.

 

 

 

 

메주고리예 성당

 

 

수난의 예수상

 

미사 시간이 바빠 해가 있을 때는 찍지 못하고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둠이 짙게 깔렸다. 그래도 사진을 찍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화의 성모상도 찍었는데 보니 영 아니다. 그래서 뺐다.

 

 

 

 

성모님이 발현했다는 산 언덕

 

 

 

 

 

 

메주고리예 성당 주변의 모습

 

 솔직히 말해서 메주고리예는 나에게 어떠한 감동도 주지 않았다. 그저 상업자본에 휘둘린 관광지에 불과했다. 그리스나 터키의 수 많은 성지와 성전을 보았을 때는 비록 문외한이라도 무언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내가 이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나라의 성당을 관광하고 심지어는 부활절미사에도 참여해 보았다. 다 나름대로의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메주고리예는 그런감동이 없다.

 

 성당을 나와 시내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완전히 관광지다. 성지라고 하기에는 좀은 부끄럽다. 여하간에 나는 이곳에서 몇일을 보내며 여러 곳을 다녀 왔다.

 

 내일부터는 크로아티아를 밑에서부터 위로 쭉 올라갈 예정이다. 먼저 갈곳은 두보로브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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