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5) -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삭성당과 센나야광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25. 상트페테르부르크 - 이삭성당과 센나야광장

 

 오늘이 러시아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하니 어제 아들 녀석과 다툰 일이 참 후회스럽다. 한 달이라는 여행을 같이 하면서 별다른 갈등이 없이 여행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하며 아들과 아버지가 보람찬 여행을 했는데 마지막을 잠시 참지 못하고 흥분을 하였다. 오랜 여행의 노독도 한 몫을 했으리라 생각하며 감정이 상하여 여행을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들놈의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 아침을 먹고 오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아들과 서로의 생각과 마음 상태를 다시 이야기하면서 마음속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아들도 긴 여행에 좀 지친 듯하다. 나도 긴 여행에 쓸데없는 짜증이 좀 생긴 것이다. 하여튼 이런 갈등을 통해 또 다시 부자간의 생각의 차이를 깨닫게 한다.

 

 오늘은 먼저 문학 작품에 나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명한 거리를 찾아보기로 한다. 냅스키대로를 따라 내려가면 세계 문학사상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무대인 센나야광장이 나온다.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라스콜리니코프의 고백을 들은 소냐가 그에게 말한 대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광장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경찰에 자수하러 가는 도중 소냐의 말에 따라 그는 광장에 들러 대지에 꿇어앉아 무한한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며 흙에 입맞춤을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죄를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소심한 성격과 어리석음에 패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문학 작품에 심취했던 사람들은 학생시절에 한 번 쯤은 읽어 보았을 작품이다. 러시아는 위대한 작가들을 추모하면서 그들을 관광 상품화 시키고 있다. 톨스토이, 고리키, 푸시킨, 도스토예프스키 등등 수많은 작가들의 고향 및 그들이 생존했던 곳 작품의 고향들을 기념물로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센나야광장은 완전히 변했다. 현대식 시장과 광당으로 변모하여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리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센나야 광장

 

 센나야광장을 둘러보고 유명한 이삭성당으로 간다. 해군성건물 쪽에서 성당의 뒷면은 자주 보았지만 아직 성당을 제대로 구경하지는 않았다. 성당 앞에는 로마노프의 차르였던 니콜라이 1세의 기마상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이삭성당은 입장료를 내면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하는데 성당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가지를 일망무제로 볼 수 있는 곳으로 한번은 꼭 올라가 볼만하다.(입장료 150루블) 이삭성당은 수용인원인 14천명이나 되는 거대한 성당으로 100Kg이 넘는 금으로 장식되었고 유럽 각지와 러시아 국내에서 생산된 112가지 돌로 내부와 외부 기둥을 꾸몄다고 한다.

 

 

니콜라이 1세 기마상

 

 

 

 

 

이삭성당의 아름다운 모습

 

 

이삭성당을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

 

 

 

이삭성당 꼭대기의 종과 천사상

 

 

 

 

 

 

 

 

이삭성당 꼭대기에서 보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이삭성당을 마지막으로 러시아여행의 관광은 끝났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여정만 남았다. 모스크바에서 만났던 학생과 작별의 식사라도 하려고 점심 약속을 했는데 이 학생이 늦게 오는 바람에 아들과 둘이 식사를 하는데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이 학생이 온다. 학생을 데리고 네바 강에 있는 선상 카페에서 점심을 사 주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에르미타쥬에서 지갑을 잃어 버렸는데 지갑 속에 체크카드와 현금이 있어 영사관에 가서 한국으로 연락하여 카드를 중지시키고 송금을 받고 하느라 이틀 동안 바빴다고 한다. 다행히도 많은 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라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 여행을 계속한다고 한다. 외국을 여행할 때는 항상 조심을 할 필요를 또 다시 느낀다. 그 학생에게 좋은 여행을 계속하라고 당부하고 작별하고 귀국하기 위해 숙소로 가니 젊은 한국여인이 숙소에 들어와 있다. 인사를 하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 우리는 시베리아횡단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고 하니 상당히 부러워하며, 시베리아횡단은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가지는 생각이지만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전혀 위험하지는 않다. 물론 자신이 조금은 조심해야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두바이를 경유해서 가는 비행으로 상당히 오래 비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공항이 좀 애매하다. 청사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지금 폐쇄된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조금 공항 찾기를 헤매다가 국제선 공항에 도착하여 별다른 일없이 출국수속을 하고 면세점에 가서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아들놈이 러시어를 한 달이나 여행한 기념으로 보드카를 사자고 하여 보드카를 두 병 사고 비행기에 오른다.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 두바이에 01:30분에 도착하여 환승을 하기 위해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인천 행 환승지로 가니 두바이공항은 24시간 불야성이다. 완전히 허브공항으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인천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보인다. 어디를 다녀오는지 감상문 등을 적고 있다. 어디를 다녀오는지를 물으니 약 열흘간 유럽 10개국을 돌아보았다 한다. 좀 어의가 없다. 10일에 10개국을 그냥 비행기타고 버스타고 다닌 것에 불과하다. 아직도 이런 여행을 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에 앉아 있으니 태극마크를 단 체육복을 입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들어와 웃고 떠들며 음식을 먹는다. 물어보니 국가 대표 배구선수로 시합에 가는 길이란다.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이렇게 새벽에 환승하는 비행 편밖에 없었는지.....

 

 새벽 03:40분 인천 행 비행기에 오르니 비행기가 아주 크다. A380으로 엄청나게 크다 피곤하여 잠을 자다가 말다가 하니 어느 새 인천에 도착한다.

 

 멀고도 먼 여행이 끝나고 이제 고국으로 돌아왔다.

 

 나의 러시아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