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3) -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박물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23. 상트페테르부르크 - 에르미타주박물관 (겨울궁전)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에르미타주박물관으로 간다. 우리 숙소가 박물관에 걸어서 5분 거리로 가까워 천천히 걸어가니, 박물관은 1030분에 문을 여는데 벌써 줄을 서 있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너무나 큰 박물관이므로 일찍부터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관람요금 : 400루블, 학생은 무료이다. 그러니 반드시 국제학생증을 소지하여야 한다. 촬영요금 : 200루블) 그런데 인터넷으로 미리 입장권을 구입하거나 단체관람객은 먼저 입장을 시킨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룸이나 골든 룸, 표토르 1세 룸은 따로 입장권을 구입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이드의 안내에 의하여 입장할 수 있다. 관람을 위해서 간단한 가방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관하여야 하며 음식물은 일절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박물관안에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전경

 

 에르미타주(The State Hermitage Museum)영국 대영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에 손꼽히는 박물관으로 네바 강을 따라 길게 위치해 있으며 약 300만 점의 소장품을 가진 유럽 문화를 집대성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스키타이 등의 발굴 품 이외는 모두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 내역은 15000여점의 회화, 12000점의 조각, 기타 판화, 데생, 화폐, 메달 등이다. 겨울궁전을 비롯한 네 개의 건물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러시아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이다. 우리가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들을 수 있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작가들의 이름난 작품이 너무나 많고 특히 피카소와 마티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내가 에르미타주에 갔을 때도 마티스는 따로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건물이 여러 동이 연결되어 있어 안내도를 잘 참조하여 구경을 해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고맙게 대한항공(korea air line)의 협찬으로 에르미타주안내도가 만들어져서 한국어 안내도도 있으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나 한국어로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필요한 사람은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박물관 내부

 

 이 박물관은 너무나 크고 계획적으로 박물관을 건립한 것이 아니고 겨울궁전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작품을 전시해 놓은 방이 미로와 같이 얽혀 있으니 길을 잘 찾아 가야 한다. 안내도를 먼저 보고 자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 곳만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좋은 듯하다. 고고학적인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욕심을 내어 고대의 문화적 유산까지 다 보려고 하는 것은 좀 지루하다. 물론 시간이 많으면 차근차근 여유롭게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바쁜 일도 없고, 아들도 이런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틀을 꼬박 박물관 구경을 하였다. 박물관이 파하는 시간은 오후 6시기에 아침에 문을 열 때 들어가 그 때까지 이틀 동안 숱한 전시물을 구경하였다. 그래도 제대로 본 것 같은 느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구경을 마쳤다.

박물관 건물은 3층인데 1층은 선사시대와 고대의 여러 유물을 전시하고 있어 여느 박물관과 별반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2층은 유럽의 여러 나라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중세부터 18세기까지의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3층에는 비잔틴과 아시아미술과 19세기부터 20세기의 서유럽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의 예술품을 보지 못한다. 일본이나 중국은 있으나 한국은 없다.

 

  

 

 

 

 

 

 

 

 

 

 

 첫날에 1층과 2층 대부분을 구경하고 다음날에 2층 일부와 3층을 구경하고 다니는데 한국인도 제법 눈에 뜨인다. 3층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역시 피카소 전시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실에 머물러 구경을 한다. 나도 이 전시실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말이 떠들썩하게 들려온다, 눈을 돌려 보니 일단의 한국인 단체관광객인 듯하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우하고 몰려와 5분도 안되어 지나간다. 그러면서 피카소를 보았다고 말한다. 한국인 가이드가 있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지나간다. 피카소 이외에도 고호, 고갱, 세잔, 렘브란트, 로댕, 밀레 등등 정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지나간다. 그 비싼 입장료를 주고 들어와 그냥 지나간다. 왔을까?

 

 

 

 

 

 

 

 

 

 

 

 

 

 

 

 

 

 

 

에르미타주의 소장품들

 

 아무튼 원도 한도 없이 많은 작품을 감상하니 내 눈이 호사가 장난이 아니다. 언제 이렇게 세계사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으랴? 이번 여행에서 이것만 해도 진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일정한 요금만 지불하면 박물관의 전시품을 사진 찍는 일은 허용된다. 그래서 숱한 명화들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모스크바에서 만난 학생을 이곳에서 만나 저녁이라도 같이 하려 했는데 연락을 하니 박물관에서 지갑을 분실하여 지금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만나지 못하겠다고 한다. 여행자가 여행하는 도중에 조심해야 하는 일인데 조금 부주의한 것 같아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한국영사관에 가서 한국으로 연락하여 카드를 중지시키고 여러 가지 처리도 해야 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 만나지 못하겠다는 연락이 와서 아들과 둘이서 네바 강가에서 저녁을 먹고 네바 강을 따라 걸으며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야경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24시가 되었다. 그래도 하늘은 아직 채 어둠이 짙게 깔리지 않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