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4) - 상트페테르부르크 Peter and Paul Fortress와 시내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24.상트페테르부르크 - Peter and Paul Fortress와 시내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과일과 요구르트로 아침을 먹는다. 러시아여행 중에 바나나와 러시아 과일들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러시아 과일들이 내 입맛에는 아주 잘 맞아 굉장히 만족스럽다. 사과나, , 복숭아 등등 우리나리와 같은 과일과 우리나라에는 없는 여러 과일들이 내 입맛에 맞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지장이 없으며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아 더 만족한다. 앞으로 러시아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러시아 과일을 잘 이용하기 바란다. 아침을 먹고 배낭을 뒤져 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믹스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커피를 좋아하여 한국을 출발할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커피믹스를 가득 챙겼는데 어느새 다 먹고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여행도 다 끝나가니 적당하게 조절하면서 먹은 것으로 생각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러시아여행을 하려거든 꼭 자기가 마실 커피를 가져가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마지막 남은 커피믹스를 뜯어 커피를 마시고 오늘의 일정에 대해 아들과 이야기하면서 숙소를 나선다. 오늘은 Peter and Paul Fortress를 중점으로 구경하고 시내를 돌아보기로 한다.

 

 

멀리서 보는  Peter and Paul Fortress 전경

 

 Peter and Paul Fortress는 네바 강의 섬을 요새로 만든 곳이다. 숙소에서 여름날의 땡볕 아래를 걸어 요새로 가는 길에는 한 쌍의 등대로 서로 마주보며 서 있고, 그 등대를 지나 요새 가까이로 가는 길에 범선 한 척이 서 있어 보니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행도 어느 새 끝나가고 한 달이나 되는 긴 여행에 호사스런 음식을 한 번은 먹을까? 하여 이 식당에서 점심이나 먹자하고 가격표를 보니 가난한 여행자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마주보고 있는 등대에 헤라와 쥬피터의 조상이 있다.

 

 

 

 

 

 

네바강 풍경

 

 

 

범선 식당

 

 아들과 함께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요새를 구경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요새를 들어가는 입장료는 없으나 요새 안의 성당이나 박물관은 각각 입장료를 받으니 알아서 구경하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대포를 쏘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는데 시간을 보니 12시다. 12시에 대포를 쏘고 성당 2층에서는 연주를 하고 있다. 시간을 잘 맞추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다. 요새 곳곳을 구경하고 요새 안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 가격도 만만하지가 않다.(1500루블) 점심을 먹고 요새 입구의 벤치에 앉아 네바 강과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고 앉아 한가로움을 즐긴다. 이곳에서는 네바 강 저편의 도시의 모습이 한 눈에 보여 한가롭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면서 아들과 저녁에 야경을 구경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요새를 빠져나온다.

 

 

 

 

 

 

Peter and Paul Fortress의 외벽과 요새를 지은 기념 동판

 

 

 

 

 

 

 

 

Peter and Paul Fortress 내부의 성당과 박물관 그리고 여러 풍경

 

 

 

Peter and Paul Fortress 안에 있는 레스토랑

 

 

요새에서 보는 에르미타쥬 박물관

 

 요새를 나와 해군성 건물 앞의 벤치에 앉아 잠깐 휴식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무어라 말을 건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기에 러시아말을 할 줄 모른다고 하니 그 사람도 영어를 하지 못하여 눈치껏 이야기를 하니 자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고 한다. 아마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에 노동을 하러 온 듯하다. 옆에는 좀 더 젊어 보이는 남자하고 둘이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을 안다고 한다. 그러면서 땅에 53이라는 숫자를 적고 자신을 가리키는데 아마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것인 듯하다. 아마 자기가 나이가 많다는 것을 말하려는 뜻이라 생각하고 내가 땅에 61이라고 써니 깜짝 놀란다. 아마 자기보다 어리게 본 모양이다.

 

 잠시 휴식을 한 뒤에 넵스키대로를 따라 구경하기로 하고 넵스키대로를 그냥 걷는다. 곳곳에 서 있는 성당들과 러시아박물관을 구경하고 그리고 또 다시 여름정원에 간다. 여름 정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또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결혼식을 마쳤는지 아니면 결혼을 준비하는지 모르겠는데 신랑 신부가 사진을 찍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도서관이나 국회의사당 모습의 웅장한 카잔 대성당

 

 

냅스키대로에서 보는 이름 모를 성당

 

 

 

 

Russian Meseum의 모습

 

 

 

 

 

여름정원의 여러 풍경 

 

 

 

  냅스키대로의 여러 모습

 

 여름정원에서 한가롭게 거닐다가 나오면서 이번 여행의 최대 고비를 만난다. 아들놈과 약간의 갈등이 생긴 것이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중의 하나가 아들과의 대화를 통한 이해였는데 긴 여행을 하면서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모자랐던 것이다. 오랜 여행 끝에 서로가 짜증도 나기도 하였지만 잘 참고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그만 참지를 못한 것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여행을 하게 되면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꼭 싸우게 마련이라 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항상 재미있고 즐거운 것만이 아니라, 오래 여행을 하게 되면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서로가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하는데 사람이란 생각과 가치관이나 행동 습성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좋을 수는 없기에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아들과 별다른 갈등이 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아들놈은 아버지를 데리고 이 먼 여정을 책임지고 다니며 항상 긴장하고 있었는데 애비는 그저 편안하게만 생각한 것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하여튼 숙소로 돌아오니 아들놈이 대단히 토라져 있다. 저녁도 먹지 않고 그냥 잠자리에 들려는 아들을 데리고 나가 맥주를 한잔하면서 기분을 풀어주려 하였으나 아 기분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내일 아침에는 아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듯하다.

 

 저녁을 먹고 잠깐 산책을 하고 들어오니 엊그제 보았던 한국여학생이 다시 보인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들어오니 아들놈이 대단히 기분을 상했는지 아무른 말도 없이 그냥 잠자리에 든다.

 

 마음이 대단히 불편하지만 내일 아침에 이야기하기로 생각하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이면 이 여행도 마지막 날이다. 내일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생각해 보니 참 오랜 여행이었으며 먼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