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2) -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과 마린스키극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22. 상트페테르부르크 - 여름궁전과 마린스키극장(발레 지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은 어느 시간에 시작되는 것일까? 오후 11시가 넘도록 해가 하늘에 떠 있고 환하게 밝으니 늦게 잠자리에 들게 마련이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아침 6시경에 일어났는데 오늘은 일어나 시간을 보니 벌써 8시가 되었다. 지역적인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여행도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어 알게 모르게 피곤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어나 오늘 하루의 일정을 준비한다.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summer palace)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유명한 러시아 발레를 마린스키극장에서 구경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다. 발레는 꼭 한번은 러시아에서 보아야 한다고 아들놈이 강조하여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 왔기에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된다.
아침을 요구르트와 빵, 그리고 바나나로 먹고 여름궁전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도선장으로 간다. 도선장은 네바 강의 여러 곳에 있고 여름궁전으로 가는 배는 여러 회사가 운행하고 배도 수시로 있기에 표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서둘러 간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궁전에 가기 위해 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삯이 상당히 비싸다.(왕복 1100루블, 학생은 800루블) 버스로 가는 길도 있는데 버스 삯은 배의 1/10의 가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버스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배를 타고 대서양의 한 모퉁이이지만 구경하는 재미를 즐기기에는 값을 치를 수밖에 없다. 여름궁전까지는 약 40여분이 걸리는데 네바 강에서 핀란드만을 가로 질러 대서양을 바라보며 간다. 대서양의 모퉁이지만 대양을 항해하면서 가는 배에서 아들과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출발한 곳이 태평양의 끝이라는 블라디보스토크였는데 이제는 대서양의 끝에서 배를 타고 있으니 참 먼 길을 여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배를 타기를 기다리며 선착장에서 보는 네바 강 건너편
여름궁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30㎞ 떨어진 핀란드만 해변에 위치하고 있다. 표트르대제가 계획적으로 파리의 베르사이유를 본떠 만든 궁전으로, 당시 러시아 제국의 위엄과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표트르대제의 명령으로 1714년 착공된 150년이나 지난 후에야 공사가 끝이 났다고 한다. 러시아와 유럽 최고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이 총동원되어, 20여 개의 궁전과 140개의 화려한 분수, 7개의 아름다운 공원이 만들어졌다. 지금 이곳은 많은 러시아 사람들과 외국인의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다.
여름궁전으로 가는 선상에서 보는 핀란드만
선상에서 바다를 보고 있는 본인
멀리 보이는 여름궁전
여름궁전 선착장에 도착하니 또 다시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여름 궁전 입장료 500루블)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이유를 본떠 만들었다는 여름궁전은 굉장히 넓은 곳에 자리를 잡고 호화롭게 꾸며진 여러 건물과 조경, 분수들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여름 궁전의 뜨락을 거닐며 한가롭게 노닐다가 박물관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일이 있다. 이곳은 철저하게 자국민 우선정책을 취하고 있다. 박물관 입장료도 자국민과 외국인이 다르고,(외국인 550루블, 학생 300루블) 입장 시간도 다르다. 주의를 기우려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우리는 줄을 한 시간 이상 서 있다가 외국인 입장 시간이 아니라고 입장을 거절당하고, 다시 여름궁전을 이곳저곳 구경하고난 뒤에 시간을 맞추어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에 입장하고 나서 또 특별실을 구경하려면 입장권을 또 구입해야 한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여름궁전 1층에는 표트르 대제의 응접실과 서재, 침실 등이 있으며 2층에는 왕실 대대로 내려오는 가구와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물론 박물관에 입장하지 않고 여름궁전의 시원한 정원과 분수들을 즐기고 건물의 호화로운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외부만 구경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그래서 시간을 맞추어 박물관 내부를 구경한다.
여름궁전의 아름다운 모습
박물관을 구경하고 배를 타고 다시 숙소에 돌아와 마린스키극장에서 발레를 구경하기 위해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일찍 먹고 극장을 찾아 나선다. 한국을 떠나올 때 공연을 보기 위해 여행의 복장이 아닌 옷을 한 벌 가지고 떠났다. 물론 정장에 넥타이를 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낭여행자의 모습으로 공연을 보러 갈 수는 없기에 한 달 동안 고이 간직한 바지와 셔츠를 꺼내 입고 극장을 찾아 또 다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부분을 구경하면서 걸어간다. 우리는 철저하게 걸어 다니니 시내의 속살을 대강은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아들놈이 꼭 러시아여행 중에 발레를 보아야 한다고 해서 볼쇼이에서 보려고 했으나 모스크바에서는 못 보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보게 되었다. 세계 5대 발레단 중에 모스크바의 볼쇼이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발레단이 들어간다고 하고, 발레에 대해 문외한들도 러시아발레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동한다니 얼마나 좋기에? 하는 마음도 있다. 이왕 보는 것 좋은 자리에서 보자고 한국에서 미리 표를 예매하고 왔기에 시간에 맞추어 극장에 도착하니 극장이 고색창연하면서 건물 자체도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공연장들은 아름답기는 한 건물도 있지만 고색창연한 건물은 볼 수가 없는데 이곳의 공연장은 너무 멋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그런데 이 극장 입장료도 자국민과 외국인은 요금이 다르다.(우리는 일인당 5000루블 : 제일 앞좌석임) 혹시 발레를 구경할 사람은 돈이 좀 많이 들어도 앞좌석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극장은 좌석과 무대 사이에 오케스트라가 위치하고 있으므로 맨 앞좌석도 무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런데 발레를 구경하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주위의 좌석에 한국인이 상당히 보인다. 여행 중에 발레를 구경 온 사람도 있고, 현지 상사에 주재하는 사람들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모습도 보인다.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는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약 3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니 발레에 대해서는 그다지 지식이 없는 나였지만 상당히 역동적이고 재미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이곳에서 발레를 보고 난 생각은 러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꼭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레를 한번은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마린스키 극장 입구
호화로운 마린스키 극장 내부
이곳 사람들은 공연을 아주 자유롭게 즐긴다. 우리나라와 같이 너무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자유롭다. 공연을 하는 도중에도 공연에 큰 지장이 없으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 공연에 호응을 하면서 즐긴다. 좀 부러운 모습이다.
배우들의 무대 인사
마린스키 극장 전경
발레를 보고나니 밤 10시가 된다. 그래도 우리가 러시아를 여행 하는 목적 중의 하나인 발레공연을 보았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아들놈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밤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길을 걸어 숙소에 간다. 아들도 만족해 한다. 숙소에 돌아와 러시아여행 카페에 발레공연에 대해 올리니 어느 여학생이 자기도 그 공연을 보았다며 댓글을 단다.
늦었지만 시장하여 다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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