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서해랑길 101코스(곤릉버스정류장 - 강화가릉 - 건평항 - 외포항)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101코스는 곤릉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여 고려시대의 여러 능을 지나고 건평항을 지나서 외포항에서 끝이 나는 비교적 쉽고 짧은 13.4km의 길이다.

 

길가에 있는 101코스 안내판

 

 강화 곤릉(江華 坤陵)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에 있는 고려 후기 제22대 강종의 왕비 원덕태후 유씨의 능으로 강화 천도기(1232~1270)에 조성된 왕릉 가운데 하나이다. 13세기 몽골과의 전쟁 기간 동안 공식적으로 개경을 대체한 강도(江都)의 위상을 보여 주는 유적이다.

 1974년에는 봉분과 능역이 파괴된 것을 보수, 정비하였고,  2004년 발굴 조사를 통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되었다. 1992310일 사적 제371호로 승격되었고, 2011년 곤릉에서 강화 곤릉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하지만 가는 길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어 가보지는 않았다.

 

 길가의 곤릉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고 101코스의 길을 떠나니 마을 이름이' 예쁜마을'인 자그마하지만 아름다운 마을이 나온다. 이름과 같이 예쁜마을로 정감이 깊은 마을이었다. 이름뿐이 아니라 그 미을을 지나며 보는 꽃들도 아름다웠다.

 

예쁜마을의 풍경

 

 마을을 지나 높지 않은 진강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아무도 다니지 않아 호젓하게 걸을 수 있었다. 높지 않은 산길을 걸어가니 석릉이 나온다.

 

진강산 길

 

 강화 석릉(江華 碩陵)은 진강산(441.3m) 동쪽 능선의 남사면에 자리하고 있는 고려 제21대 희종이 안장된 왕릉이다. 수창궁 사변으로 폐위된 뒤 교동도에 유배되어 있던 희종은 1237810일 근처의 절인 법천정사에서 승하하였다. 이후 1237(고종 24) 1019일에 석릉(碩陵)에 장사를 지냈다.

석릉은 오랜 시간 동안 존재가 잊혔다가, 조선 현종 5(1664) 강화유수로 재직하던 조복양(趙復陽)이 현종의 명을 받아 보수하였다. 이후 관원들이 해마다 순찰을 돌며 능역을 관리하였고, 고종 4(1867) 위치가 확인된 고려왕릉 전체를 일시에 정비하면서 '고려희종석릉(高麗熙宗碩陵)'이라 적힌 표석이 세워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본래의 모습을 많이 잃었으나 2000년과 2001년에 발굴 조사를 통해 석실과 능역의 자세한 구조를 확인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전해오고 있다.

 

서해랑길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길에서 올라가니 곧 석릉이 나타났다. 석릉 주변에는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서너 명 모여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석릉과 안내판

 

 석릉을 지나 산길을 따라 조금 가면 강화 능내리 석실분과 거의 붙어 있는 강화 가릉이 연이어 나온다.

 

 강화 능내리 석실분(江華 陵內理 石室墳)은 고려시대의 왕릉급 무덤으로 강화군 양도면 능내리에 있으며 199532일 인천광역시의 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다.

고려시대 지배층의 무덤으로 알려진 이 고분은 보존·정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발굴을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에 이르기까지 실시되었다. 출토유물로는 소량이지만 다양하게 출토되었는데 특히 봉황머리를 나타낸 은제장식편의 경우 문양이 있는 곳에만 도금으로 처리하여 장식적 효과가 뛰어나도록 한 것이 특징적이다. 봉황문양은 전통적으로 왕비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대몽항쟁기 강화에서 사망하였으나 능이 확인되지 않은 희종의 왕비인 성평왕후나 고종의 왕비인 안혜태후의 묘로 추정하고 있다.

 

강화 능내리 석실분

 

 강화 가릉(江華 嘉陵)은 고려 제24대 국왕 원종의 제1왕후 순경태후가 안장된 왕릉으로 1992년 사적 제370호로 지정됐다. 현재의 가릉은 1974년에 처음 보수한 이후 2004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발굴조사사업을 시행하여 재정비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고려 고종의 홍릉, 고려 희종의 석릉, 고려 강종 비 원덕태후의 곤릉과 함께 남한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고려왕릉 중 하나이다.

강화 가릉

 

 강화 가릉을 지나 산길을 따라 조금 가면 조선 후기 학자이자 강화학의 태두인 정제두(1649~1736)의 묘 나온다. 정제두 묘(鄭齊斗 墓)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에 있는, 이다. 2007226일 인천광역시의 기념물 제56호로 지정되었다.

 

정제두의 묘

 

이정표

 

건평항

 

 아주 조그마한 건평항을 지나가니 뜻밖에 조그마한 공원이 있고  '천상병귀천공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여기서 천상병을 이야기하지 않겠으나 이 공원이 왜 여기에 만들어졌는지는 이해가 필요하다. 강화군 건평항 근처에 위치한 천상병 귀천(歸天) 공원은 천상병의 대표 시 귀천의 시상을 떠올리게 한 건평 포구의 하늘을 구경할 수 있는 공원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경남 마산에서 자란 천상병은 마산의 바닷가를 그리워했지만, 대신 강화도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건평포구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순수한 마음을 적은 메모가 귀천이라고 한다.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천상병의 동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고 하는데, 정면은 한없이 해맑고 측면에서는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비는 천상병의 육필을 새긴 것이라고 하니 눈여겨보면 좋을 것이다.

 

천상병 귀천공원

 

 공원을 지나 조금 저 가면 제법 큰 어항이 나타난다. 외포항이다. 강화도 섬의 북단에 있는 포구로는 상당히 큰 포구로 사람들의 왕래도 많은 포구다.

 

 외포항(外浦港)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547지선에 있는 어항으로,. 해상교통이 빈번한 곳으로서 석모도의 보문사를 비롯하여 주문도, 볼음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당초 명칭은 정포항이었으나, 201879일 외포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외포항젓갈수산시장은 전국 추젓의 70%가 생산되는 곳으로 새우부터 낙지, 오징어, 조개, 명란, 창난 등 젓갈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수산시장이다. 옛날에는 좌판이었으나 현재는 천정에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현대식으로 정비하여 쾌적한 환경에서 장을 볼 수 있다. 특히 매년 10월이면 강화도 새우젓 축제가 외포항에서 열리고 김장을 위해 젓갈을 구매하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외포항의 모습

 

 101코스의 종착점인 외포항에 도착하니 오후 4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으나 여기서 오늘의 여정을 끝내기로 했다. 내일 걸을 길이 길지 않은 길이기에 휴식도 하면서 천천히 걸을 생각이었다.

 

 숙소를 정하고 샤워를 하고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가니 지금이 밴댕이 철이라 밴댕이 정식을 파는 식당이 있어 들어가니 2인분을 판다고 하였으나 1인분을 주문하여 맛있게 밴댕이 정식을 먹었다. 사실 밴댕이는 크게 맛있는 생선은 아니지만 별미로 밴댕이회. 밴댕이구이. 밴댕이무침으로 한상을 차려주는 정식은 한번쯤은 먹어 보아야 할 것이다. 길을 가면서 그 고장의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내가 식당에 들어갈 때는 손님이 아무도 없고 나 혼자였는데 내가 들어가고 손님이 만원이 될 정도였다. 어디에서든지 내가 식당에 가면 손님이 뒤따라 들어와 북적거린다. 이것도 나의 복이라 생각하고 식당에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숙소에 들어와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