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64코스(궁리출장소 - 간월호철새탐조대 - 간월도선착장 - 천수만쉼터 - 태안관광안내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서해랑길 64코스는 궁리출장소를 출발하여 간월호철새탐조대와 간월도선착장을 지나서 천수만 쉼터를 지나고 창리포구에서 방조제를 따라 가면 중간에 태안관광안내소가 있고 여기서 끝이 나는 13.2km의 비교적 짧은길이다.
64코스 인내판
64코스를 시작하여 조금 가면 궁리항이 나오고 해안을 따라 계속 기면 간척사업으로 유명한 서산간척지가 나온다. 간척지의 방조제를 따라 가면 방조제 위에서 홍성이 끝나고 서산이 시작됨을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궁리항 엠블렘
천수만 해안길
방조제
서산시의 시작 표시
방조제를 걸어가니 중간에 서산의 관광안내판과 서산 간척사업에서 아주 기발한 공법으로 간척사업을 완성시킨 유명한 정주영공법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다.
서산A지구방조제는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와 서산군 부석면을 연결하는 길이 6,458m인 방조제로 홍성 쪽에서는 간월도를 보며 달리게 된다. 1979년 8월 물막이 공사를 시작해 1982년 10월에 B지구, 1984년 3월에 A지구 물막이 공사를 최종 마무리했다. 간척으로 대단위 농경지가 조성된 뒤에는 먹이가 풍부해 천수만 일대가 철새도래지로 자리를 잡았다.
서산AB지구 간척사업은 1970년대 중동에 나가 있던 (주)현대건설이 대규모의 장비를 철수하게 되자 정부는 이 장비로 대단위 간척사업으로 농지를 늘려 식량 자급량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1980년 5월 23일 착공하였다.
방조제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최종 물막이 공사에 접어들어 남은 구간이 260m가 되었을 때는 유속이 초속 8.2m에 달해 10톤이 넘는 바위도 쓸려 나가는 난공사였다. 트럭으로 아무리 많은 흙을 쏟아부어도 물에 휩쓸려 나가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난감해 했다. 이때 고안된 공법이 세계 토목 사상 유래가 없는 VLCC 유조선 공법으로 방조제 사이를 유조선으로 가로막고 유조선 탱크에 바닷물을 넣어 바닥에 가라앉힌 다음, 조수의 유입을 차단하여 방조제를 잇는 공법이다. 정주영(鄭周永) 회장이 고안한 공법으로 ‘정주영 공법’이라고도 한다.
1984년 3월 10일 서산A지구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를 완료하였고 1995년 8월 14일 착공 15년 3개월 만에 준공하였다.
정주영 공법 안내판
천수만 해안은 너무 길어 여러 시와 군에 접하므로 어디서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여기서 소개한다.
천수만은 서해 중에서 충남 육지부와 안면도 사이에 위치한 만입 지형이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철새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자리하고 있다. 간척사업으로 천수만 일대에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과거 갯벌이던 곳에 인공 담수호인 간월호, 부남호와 대단위 농경지가 형성되었다. 이 일대는 시베리아나 만주 등지에서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 경로로 간척사업으로 인해 벼를 재배하는 대단위 농경지가 들어서면서 추수 후에 남겨지는 곡식들이 겨울 철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어 철새도래지로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게 되었다. 그 중 가창오리는 전 세계 개체수의 90% 이상이 모인다고 한다. 많은 종류의 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천수만 해안길은 겨울 철새와 겨울바다, 갯벌, 겨울별미 등을 만날 수 있는 해안도로로 겨울에 더욱 여행 맛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청명한 겨울 서해바람을 느끼며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여러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를 관찰할 수 있다. 여기에 멋스러운 서해 낙조까지 만끽할 수 있다.
간월호 철새도래지 표지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있는 인공호수인 간월호(看月湖)는 수면면적 28.76㎢로, 서산·홍성 일대의 천수만 일부를 막는 간월부남지구 간척사업으로 인해 조성되었다. 서산 A지구 방조제에 의해 천수만과 분리되어 오른쪽이 담수호인 간월호, 왼쪽이 바다인 천수만이다. 1984년 물막이 공사가 끝난 뒤 호수의 염분이 빠져나가 담수호로 바뀐 뒤부터 담수어종이 크게 늘었고, 매년 11월에서 3월이면 120여 종의 수십만 마리 철새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0여 종의 조류가 찾아오는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다.
방조제를 지나 간월도 가는 표시
간월도로 가는 이정표를 보고 간월암을 가리키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서산 어리굴젓의 대명사인 간월도가 보인다. 피안도(彼岸島)라고도 불렸던 간월도(看月島)는 서산시 부석면에 속한 면적 0.88㎢의 작은 섬으로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된 어촌마을로 간월암이 있는 유명 여행지다. 이름에 에'도'(島)가 들어가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섬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 말 천수만 간척 사업으로 인해 간월도 인근에 간척지가 생겨 뭍과 연결되어 지금은 육지다. 간월도에는 썰물엔 걸어 들어갈 수 있고 밀물엔 쪽배를 타고 건너는 무학대사와 원효대사가 수행을 했던 천년의 역사를 가진 간월암이 있다. 만조 시에 바다 위에 떠 있는 간월암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며, 간월도는 어리굴젓과 영양굴밥으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간월도 입구에 들어서면 큰 기념탑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물을 주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세워진 기념탑으로 알려져 있는 '어리굴젓기념탑'이다. 기념탑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주차장과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이 공원 너머로 더 가면 내리막길이 있다. 그 앞으로 작은 섬 간월도가 보인다. 드넓은 바다와 갯벌이 어우러진 간월도는 해가 넘어가는 장면이 장관이다.
굴따는 아낙네의 조형물
천수만과 멀리 보이는 그림같은 간월암
어리굴젓탑
여기를 지나다 보니 그림같은 천수만과 간월암을 볼 수 있는 곳에 카페가 있다. 이런 카페를 그냥 지나가는 것은 여행자의 도리가 아니다. 너무 시간이 촉박하면 어쩔 수 없지만 이번 여정은 64코스에서 끝내기로 마음을 굳혔기에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카페에 가니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다. 호젓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한잔 청하여 창가에 앉아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간월암으로 걸음을 옮긴다.
간월암 입구
간월암으로 가는 길이 마침 물이 빠져서 걸어갈 수 있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간월암을 구경하고 간월암으로 들어가는 주차장에는 관굉버스도 보였다.
간월도에 가면 물위에 떠있는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암자를 하나 만날 수 있다. 간월도에는 새끼 섬이 하나 있다. 이 새끼 섬은 하루 두 번씩 물이 빠질 때 30m 정도의 모래톱 길이 열려 섬과 육지가 된다. 손바닥만 한 이 섬에 조막만한 '간월암(看月庵)'이 들어앉아 있다. 과거 명칭은 피안암(彼岸庵)으로 삼국시대 당시에는 옛 명칭으로 불리다 어머니 등에 업혀 이 섬으로 들어오게 된 어린 무학대사가 이곳 토굴에서 달빛으로 공부를 하다가 천수만에 내리는 달빛을 보고 깨우침을 받았다고 하여 현재의 이름이 되었다 한다. 이후 폐사되었다가 1941년에 현재의 구조로 재건되었다. 근대 한국선 불교의 중흥조인 만공선사께서 간월암에 주석하시면서 수행 정진하셨고, 또한 많은 스님들이 수행 정진하던 곳이다.
바다 위의 작은 섬과 그 안에 있는 작은 절 간월암은 밀물과 썰물 때 섬과 육지로 변화되는 보기 드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간월암은 커다란 바위 전체에 아담한 암자가 자리하고 있어 만조 시 물이 차면 마치 암자가 물 위에 떠 있는 듯 신비로운 경관을 만들어낸다. 그 간월암 너머로 간월도의 명품인 일몰의 경관이 펼쳐지고, 가을이 되면 군무를 통해 새들의 천국을 이룬다.
물이 빠져 육지와 이어진 간월암의 모습
간월암 설명판
간월암과 간월암에서 보는 바다
간월암이 육지와 이어진 모래 길
간월암을 돌아보고 나와서 다시 해안을 따라가니 서산 어리굴젓을 파는 집이 곳곳에 보인다.
간월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자연산 굴이다. 어리굴젓 앞에 간월도가 붙어야 명품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정도이다. 아주 가난하던 옛날부터 간월도 주민들을 풍성하게 한 것은 굴이고, 지금도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도 역시 굴이다. 조선시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렸던 진상품으로, 서산 굴은 색깔이 거무스레하고 알이 작은 편이다. 강장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는 서산 어리굴젓은, 임금님이 드시던 그 맛 그대로 서해안 갯벌에서 채취한 자연산 굴과 천일염 등 신선한 재료에 정성을 더하여 만든다.
굴을 따는 시기는 보통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약 6개월 정도이며, 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추어 개펄에 나간다. 굴은 대부분 여자들이 개펄에 나가 채취하는데 한 달에 약 20일 정도 작업을 한다.
내가 음식에는 조금 욕심이 있어 여행을 다니면서 그 지방의 특별한 별미는 꼭 맛을 보거나 구입을 한다. 그래서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간월도 어리굴젓을 사서 택배로 집으로 보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보내온 어리굴젓에 여러 양념을 하여 맛있게 먹으니 다시 여행이 새롭게 머리에 떠올랐다.
간월도 어리굴젓 가게
멀리 보이는 서산버드랜드
간월도를 지나 해안을 따라가면 조그마한 쉼터들이 나온다. 천수만쉼터, 간월호쉼터공원 등을 지나 도로를 따라가다가 다시 해안으로 나가면 창리포구로 향한다. 창리포구는 역사적으로 고려 말, 조선 초기에 왜현리였으며 왜구의 침입이 잦은 곳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수군의 배를 매어 두던 주사창이 있어서 주사창리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3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음력 정월 초사흘에 행해지는 풍어굿인 '창리 영신제가'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간월도로 가는 유일한 포구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서산 AB 방조제가 완공되어 아주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제법 큰 포구로 많은 낚시꾼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창리포구의 여러 모습
창리포구를 빙 돌아나와서 더 가면 방조제가 나온다. 바로 서산 B지구 방조제이다. 이 방조제를 걸어 조금 가면 방조제 위에 태안관광안내소가 나오고 여기서 이 코스는 끝이 난다.
서산 b지구 방조제에서 보는 부남호
여기에서 이번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원래 집을 떠날 때 예정했던 시간을 하루를 앞당겨서 여정을 마쳤다. 집을 떠날 때 걷기를 예정한 것보다 내가 그만큼 걷기를 잘하는 것이라 뿌듯했다.
이제 겨울도 깊어가기에 다음 여정을 언제 다시 시작할는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의 여정을 끝낼 때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이제 너무 멀다. 창리에서 버스를 타고 서산으로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가는 먼 길을 가야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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