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39 코스(지족하나로마트 - 물건마을버스정류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39 코스는 지족리하나로마트를 출발하여 지족만의 해협을 따라 걸으며 죽방렴을 구경하고 여러 갯벌체험장을 지나서 해안을 따라 걸으며 물건리 버스정류장에 이르는 비교적 짧고 편안한 9.9km의 길이다.

 

39 코스 지도

 

남파랑길 39 코스와 남해바래길 안내판

 

 아침 일찍부터 길을 걷기 시작하여 지족리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조금 늦었다. 제법 먼 길을 걸어 왔기에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휴식을 하고 다음 길을 시작하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갔다. 했다. 점심은 남해의 별미인 멸치회를 먹고 싶었으나 혼자서 먹기에는 양이 많다. 걷기를 계속하면서 뜻밖에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가 혼자서 음식을 먹으면 1인 분은 팔지 않는 음식이 많았다. 이 점이 좀 불편하지만 혼자서 걷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이미 각오한 일이니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도 남해의 별미 중 하나인 멸치쌈밥을 시켜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였다.

 멸치쌈밥은 남해에서 맛보는 별미이다. 멸치찌개의 멸치를 상추쌈으로 맛보는 멸치쌈밥은 사계절 저렴하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남해의 별미로, 남해 사람들은 새참으로 즐겼다고 한다.

멸치쌈밥은 통멸치에 고춧가루와 마늘, 시래기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멸치찌개에서 멸치를 건져 쌈밥처럼 싸 먹는다.

 

점심을 먹고 지족해협을 따라 걷는다. 지족해협(知足海峽)은 남해군의 삼동면 지족리(知足里)와 창선면 지족리(只族里)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다로서, 시속 1315의 거센 물살이 지나는 좁은 물목이다. 밀물 때는 물살이 셀 뿐 아니라 각종 어종이 많이 잡히는 곳이기에 멸치를 대표 어종으로 하는 이 일대의 어로작업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는 V자형 죽방렴(竹防簾)으로 불리는 고유한 어획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곳에 25기의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다.

 

지족해협

 

 해안을 따라 걸으니 죽방렴이 많이 눈에 보인다. 조금을 걸어가니 죽방렴관람대가 있다. 죽방렴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으로 바다위에 테크를 설치하여 죽방렴 바로 곁에서 볼 수 있게 하였다. 관광객들에게는 참 편리한 곳이라 생각된다.

 

 죽방렴(竹防簾)은 우리 선조의 지혜로운 어로법이다. 남해의 지족해협에 500년 이상 이어 온 죽방렴이 그것인데, 언제부터 죽방렴을 이용하여 고기를 잡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조선 예종때의 문헌 <경상도 속찬지리지>에 그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역사는 더 오래 된 것으로 보인다. 죽방렴은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며 수심이 얕은 물목에 설치하기 좋은데, 참나무 말뚝을 V자로 박아 나열하고 대나무로 발처럼 엮어 물고기가 들어오면 V자 끝에 설치된 통발에 갇혀 빠져 나가지 못하게 된다. 죽방렴은 이런 방법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대나무 어살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잡힌 생선은 신선도가 뛰어나 최고의 품질로 손꼽히고 있으며, 남해는 멸치가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것이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로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이며 가격도 비싸다.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가 좋은 이유는 지족해협의 거친 물살을 헤치면서 멸치에 힘이 붙기 때문이고, 낚을 때 그물을 쓰지 않아 손상이 없기 때문이란다.

 

 죽방렴은 201943일에 남해 12경 중 하나로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국가중요어업유산, 문화재청의 명승 71호로 지정되었고, 전통어로방식인 어살(죽방렴)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38-1호로 지정되었다.

 

가까이에서 보는 죽방렴

 

지족해협의 여러 모습

 

 지족해협을 빙 돌아 나가면 조그마한 산이라기보다 조금 높은 언덕을 넘어가면 남해청소년수련원이 나오고 그 옆을 지나 내려가면 둔촌마을이 나온다. 별 다른 특징이 없는 길을 따라 걷는다.

 

남해청소년수련원

 

갯벌체험장

 

 길을 따라 걸으며 멀리 보니 유명한 독일마을이 보인다. 다음 코스의 길에 독일마을을 지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이제 물건마을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멀리 보이는 독일마을

 

멀리 보이는 물건마을 방조어부림

 

 

 물건항에 도착하니 방조어부림이 반긴다. 물건리 마을은 마을 생김새가 선비들이 바둑을 두며 놀고 있는 형태로 여자가 수건을 쓸 수 없다 해서 '물건' 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물건항(勿巾港)은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있는 어항이다. 만의 입구가 동쪽으로 열려 있고, 삼면은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 만으로 동풍 이외의 풍파를 피할 수 있는 좋은 어항이다.

시인 곽재구의 "포구기행"에서 가장 예쁜 포구 중 하나라고 칭한 물건항은 몽돌해변을 따라 초승달 모양의 방풍림인 방조어부림 안에 있는 항구이다. 물건항은 작고 아담한 항구로, 어선에서 바로 생선을 구입할 수 있다. 물건항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면 다양한 어종의 입질이 끊이지 않는다.

 

 물건마을에 들어서면 바닷가에 숲이 울창하다. 바로 방조어부림이다.

 

 물건항에 설치된 방조어부림은 거친 파도와 바람에 맞서 마을을 지켜주고 고기를 모이게 하는 반달모양 숲으로, 해안을 따라 1.5 km, 30m로 약 300년 전 마을사람들이 방풍과 방조를 목적으로 심었는데, 마을사람들은 이 숲이 해를 입으면 마을이 망한다고 믿어 잘 보호해 왔다. 이곳에는 팽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의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가 우거져 있다. 나무의 높이는 대체로 1015 m이며 상층목이 약 2,000그루이다. 물건마을은 '아름다운 어촌 100'에 선정된 마을이다. 숲 속에 서 있는 이팝나무의 노거목은 서낭당나무로 되어 있고, 음력 1015일에는 제사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빌고 있다. 1959123일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었다.

 

 

물건항의 모습

 

방조어부림

 

 

 방조어부림을 지나 조금 걸어서 물건마을 버스정류소에 도착하니 아주 젊은 아가씨 둘이 버스정류장에 한가로이 있으며 깜짝 놀란다. 나에게 말을 걸어와서 내가 걷기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니 놀라는 기색이 보인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여행 중인데 삼천포로 간다고 하기에 삼천포로 가려면 창선으로 가는 방법이 편리하다고 말하고 창선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 주니 고맙다고 하며 창선으로 갔다.

 

 제법 기다려 남해공용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남해공용터미널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번 주의 여정을 끝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