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51 코스(광양터미널 - 충무사 - 율촌파출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50 코스를 다녀온 후 다음 코스를 가기 위해서는 제법 많은 시일이 있었다. 태풍이 2주를 사이에 두고 올라와서 남해안을 걷기가 어려웠고, 그 중간에는 추석이 있어 또 길을 떠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50코스를 갔다 온 뒤 20여일이 더 지나 51 코스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51 코스 지도

 

 51코스는 광양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전남미술관인 구 광양역을 지나서 새 광양역을 지나간다, 계속해서 평지길을 걸어가면 충무사가 나오고 조금 가면 순천왜성으로 올라간다, 왜성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율촌산업단지를 거쳐가 율촌파출소에 이르러 끝이 나는 15,0km의 비교적 평이한 길이다.

 

광양터미널 앞에 있는 51 코스 안내판

 

 터미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은 옛 광양역 자리에 지하 1, 지상 3층 규모의 작지 않은 미술관은 다수의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경전선의 철도역인 광양역 폐역은 경전선에서 유일하게 옛 동광양시 지역에 있었다. 1968년 보통역으로 출발했으나 2016614일 광양~진상 복선 비전철 신선이 개통하고 714일 공식 폐역 처리되었다. 그리고 이 역을 리모델링하여 미술관으로 만들어 폐역을 활용하는 좋은 예이다.

 

전남도립미술관

 

 시간이 맞았으면 미술관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였을 것인데 내가 광양터미널을 출발하는 시간이 빨라 미술관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아 그냥 외양만 보고 지나갔다.

 

이정표

 

 넓은 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가 농촌 길로 들어간다. 어느 새 들판의 벼들이 여물어가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연은 우리를 속이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싸우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면서 가을이 익어가는 들판 길을 걸었다.

 

도로 변의 감나무에 익어 가는 감

 

요즈음은 잘 보이지 않는 정미소

 

벼가 여물어 가는 들판

 

현대제철 부근의 습지와 방조제

 

현대제철

 

충무사외 순천왜성을 가는 이정표

 

 현대제철과 함께 가던 방조제 끝까지 걸어가 마을에 들어서면 길 오른쪽에 충무공 이순신장군과 충장공 정운장군, 송희립장군이 배향되어 있는 전라남도 문화재 제48호인 충무사(忠武祀)가 있다. 지역 주민들이 순천 '충무사'를 세우게 된 동기는 특이하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100여 년 전후에, 왜구들의 악귀가 꿈에 자주 나타나서 주민들을 몹시 괴롭혔다. 그래서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서 왜적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이 충무공의 사당을 짓고 이순신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 그 뒤부터는 편안한 생활을 했다고 하여 지금도 봄가을로 제향을 모시고 있다.

 그런데 이 충무사는 문을 잠가 놓아서 안으로 들어가 보지를 못하고 주변만 보고 지났다. 왜 문을 잠가 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충무사 주변의 모습

 

 충무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임진왜란 때의 위대한 장군들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순천왜성이 있다. 일본에 가지 않더라도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되어 있는 순천왜성은 정유재란 당시 패배한 왜군이 호남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 겸 최후 방어기지로 삼으려고 3개월간 쌓은 토석성으로 14천여 명의 왜병이 주둔하여 두 차례에 걸쳐 격전을 벌였던 곳으로 당시에 지어졌던 남해안 26개 왜성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다. 이성을 쌓으려 2km 주변 마을의 육지부를 파서 바닷물이 차도록 섬처럼 만들고 연결다리가 물에 뜨도록 했다는데 그 모습이 일본 성곽의 건축 양식으로 우리 성과는 다르게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자아낸다. 예전에 보았던 동경의 황궁이나 오오사카 성의 모습이 잠시 생각이 났다.

 길을 따라 성으로 올라가면  본성(本城)과 외성(外城)을 연결하는 주출입문인 문지(門址)1과 문지2와 해자(垓字) 위로 왜성의 망루인 천수기단(天守基壇)이 보인다.   

 

순천왜성의 모습

 성을 내려와 과거에는 바다였던 곳이 매립을 하여 도로를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걸으며 순천왜성의 산 언덕을 보고 걸어가면 율촌산단이 나온다. 아스팔트가를 따라 계속 가니 율촌면 표지가 나온다. 이제 율촌으로 들어 선다. 여기서부터 여수인 것이다.

 

 

율촌산단의 모습

여수시 율촌면 이정표

 

 이 이정표를 지나 조금 가면 조그마한 율촌파출소가 나온다. 여기가 51 코스의 끝이다. 51 코스는 별 다른 특색이 있는 길은 아니다. 조용한 농촌 길을 걸으며 가을 풍경을 조용히 보면 즐긴 곳이다. 하지만 순천 왜성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성이라 좀은 특이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