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6) - 모스크바의 첫날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16. 모스크바 - 붉은 광장 주변
드디어 8월 1일 04:30분에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우리 세대에게는 옛 소련의 수도로 더 잘 알려져 있고 영원한 미지의 땅으로 인식되던 곳이다. 그런데 이제 자유롭게 내가 이 모스크바 땅을 밟다니 정말 세상이 변해도 엄청나게 변하였다는 생각이다. 기차에서 내리니 낮에는 얼마나 더울는지 모르지만 새벽이라서 기온은 우리나라 초여름과 같이 시원하다.
모스크바 기차역에서 내린 직후
모스크바 기차역 내부
모스크바 기차역 외면 모습 : 모스크바에는 기차역이 여러 개가 있다. 오는 곳이 어느 곳이냐? 혹은 가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역이 다르다. 주의해야 한다.
역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가볍게 아침을 먹고 한국에 있는 제 엄마에게 아들놈이 모스크바에 입성했음을 카톡으로 전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서든지 와이 파이만 되면 서로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우리가 젊었을 때에는 생각도 못할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한국에 있는 아내는 항상 나와 아들놈이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연락만 하면 조심해서 다니라고 하면서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아들과 많이 이야기하라고 한다. 아들놈도 모스크바에 왔다는 사실에 약간은 흥분을 하는 듯하다.
아침을 먹고 모스크바 시내를 구경도 하면서 숙소까지 걸어서 찾아 가기로 한다. 우리가 처음 여행을 시작하면서 무조건 걸어서 다니다는 계획을 세웠기에 방향을 잡고 한 시간 정도를 걸어 숙소에 도착하니 한국에서 온 학생이 있다. 대학교 3학년이라면서 어제 모스크바에 바로 도착하여 상테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를 거쳐 파리로 여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들놈과 같은 나이라 쉽게 친해져 아들놈이 서로 여행담을 주고받고 한다.
세계의 웬만한 도시에 다 있는 힐튼호텔
한가한 아침의 모스크바 거리에 태양이 떠오른다.
도시의 공원
숙소에서 기차를 타고 오느라 나흘 동안이나 씻지도 못한 몸을 깨끗하게 씻고 잠시 휴식을 취 한 뒤에 모스크바 탐방에 나선다.
가장 먼저 모스크바의 얼굴인 붉은 광장(Red Court)으로 간다. 숙소에서 광장을 거쳐 모스크바의 시내를 구경하면서 볼쇼이극장의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을 구경하고 모스크바의 여러 거리 풍경을 구경하면서 광장으로 가니 지하철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광장 주변은 모스크바의 가장 번화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값비싸게 보이는 호텔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그 너른 광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는데 70%이상이 중국인인 듯하다. 수많은 관광버스가 도착하고 그 버스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고, 버스는 중국인들을 쏟아내고 있다.
붉은 광장의 입구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주코프장군이 말을 탄 동상이 있고, 그 뒤로 역사박물관과 1812년 나폴레옹 전쟁박물관이 있다. 붉은 광장을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크렘린의 붉은 벽이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한 모양으로 높다랗게 서 있고 크렘린 벽 아래에는 러시아 공산주의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레닌의 미라를 보존하고 있는 레닌의 묘가 있다. 왼쪽에는 오래 된 건물이 고풍을 자랑하며 길게 서 있어 무슨 건물인가하고 궁금하였는데 알고 보니 이름을 ‘굼’이라고 하는 백화점이란다. 너른 광장을 가로 질러 가면 오래 된 사원이 있는데 바실리성당이다.
바실리 성당은 러시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축물 중 하나로 높낮이와 모양이 서로 다른 아홉 개의 양파 모양 지붕으로 구성된 성당으로 이반 대제가 몽고군에게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지었는데, 1561년에 성당이 완성되자 그 아름다움에 탄복하며 똑같은 건물을 다시는 짓지 못하도록 설계자들을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일화가 있다. 성 바실리 성당은, 러시아의 전통적 목조 건축술과 서유럽에서 유입된 석조 건축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건립된 가장 러시아적이며 세계적인 건축물이라 한다.
주코프장군의 기마상
붉은 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붉은 광장앞의 여러 호텔들
붉은 광장 : 굼백화점과 크렘린 성벽
크렘린 성벽의 모습
레닌 묘
바실리 성당
바실리 성당의 아름다운 외양
바실리 성인상
바실리 성당 내부의 호화로운 모습
바실리성당을 구경하고 붉은 광장에서 주변을 구경하다가 맞은편에 있는 백화점에 간다. 부산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이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라 기네스북에 등록되어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굼 백화점이 더 크게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위로 10층 정도 올라가 있지만 이백화점은 3층밖에 되지 않는데 호화롭고 웅장하기기 찬탄을 금하지 못하게 한다. 내부로 들어가니 세계의 여행자들이 구경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데 화려하게 꾸며 놓은 것이 관광 상품으로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백화점 내부의 점포를 보니 세계의 고가 브랜드는 모두 있는 것 같다. 대략 둘러보니 우리나라 상품으로는 스마트폰 점포가 보인다. 아직 우리 제품이 세계의 일류 브랜드는 아닌 것 같아 좀 아쉽다.
세계 최고의 백화점 '굼'의 호화로운 내부 모습
붉은 광장에서의 필자
백화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와 광장 입구에 있는 역사박물관과 1812년 전쟁기념관을 간다. 러시아 각지에 있는 역사박물관은 모두가 제정러시아부터 러시아 성립과정을 역사적 사건 전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812년 전쟁기념관은, 톨스토이의 걸작 ‘전쟁과 평화’보다는 1956년에 오드리 헵번과 헨리 폰다, 멜 화라 주연의 영화 ‘전쟁과 평화’로 우리에게 더 친근한 나폴레옹의 러시아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박물관이다. 이 기념관에는 철저하게 러시아입장에서 승리한 것으로 그 전쟁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전쟁은 승리한 자의 서사시이지만 프랑스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아픈 역사를 굴욕감마저 느낄 정도로 러시아의 일방적인 영웅서사시다. 과연 그 전쟁은 진실로 러시아가 이긴 전쟁인가? 아니면 프랑스가 이기지 못한 전쟁인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폴레옹이 결국은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물러섰으니 러시아가 이겼다고 할 수 있지만 온 국토가 초토가 되어 얻은 승리라 답답하기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바실리성당과 역사박물관 1812년 전쟁박물관을 따로 따로 보려면 입장료가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역사박물관에서 통합입장권을 사면 훨씬 싼 값에 볼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몰라서 바실리성당을 350루블이나 주고 관람하였는데 역사박물관입구에 보니 이 세 곳과 로마노프박물관을 포함하여 4군데 중 3곳을 볼 수 있는 입장권을 750루블에 팔고 있다. 그래서 통합입장권을 구입하여 먼저 본 바실리성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곳을 구경하니 상당한 돈이 절약된다.
THE STATE HISTORICAL MUSEUM 전경
박물관의 각종 소장품
MUSEUM of the PATRIOTIC WAR of 1812 전경
전쟁박물관 내부 전시물
가장 아름다운 신랑 신부의 사진 촬영
붉은 광장을 벗어나 크렘린 뒤쪽으로 제법 걸어가면 자그마한 로마노프박물관이 있다. 러시아를 약 300년이나 통치한 로마노프가문의 박물관이다. 로마노프가문의 일상적인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소박하지만 러시아 역사의 한 현장임을 보여주는 곳이다.
로마노프박물관 입구
로마노프 박물관 전경
로마노프박물관 전시물
뜰에 피어 있는 수국
이런 저런 구경을 하면서 이 붉은 광장 주변을 구경하는데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이다.
새벽에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다소 피곤하기도 하여 일찍 숙소로 돌아가니 한국인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띈다. 어린 딸(초등학교 2,3학년 정도) 하나를 데리고 여행 중인 삼십 대의 부부가 있어 이야기를 하니 서울에서 모스크바에 와서 동유럽을 여행할 생각이라고 한다.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라 생각이 든다. 그저 학교나 학원에 보내며 암기 위주의 교육을 시키기보다 직접 데리고 다니며 살아 있는 교육을 시키는 젊은 부부가 너무 훌륭하게 보였다. 이야기를 하면서 옆방을 보니 우리나라의 20대 아가씨들이 4명이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를 여행하고 내일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며 짐을 챙기고 있다. 참 부럽다. 나는 저 젊은 나이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물론 우리 세대에는 외국에 나간다는 것이 꿈과 같은 시대였으니 .......
그래도 나는 저만한 나이에 그저 책만 보고 있지는 않고 우리의 산하를 헤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1970년대 초반에 아직 여행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없었을 때 나는 우리의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자 나는 그 때만 해도 복 받은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지리산 천왕봉도 여러 번 올라갔고 지리산 주변 하동, 구례, 순천 등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혼자서 소백산과 영주 부석사의 황토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보았고, 영남알프스의 여러 산을 올라 보았고, 포항 내연산과 울진 주변도 그밖에 생각이 미처 나지 않는 많은 곳을 정처 없이 돌아다나지 않았는가? 또 기차여행을 좋아하여 밤늦은 기차를 타고 강원도, 경북내륙지방 등을 정처 없이 다니기도 하였다. 그 때부터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역마살이 끼였다고 할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녔다.
여행에서 얻은 즐거움과 지식은 책에서 얻는 것과는 다르게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을 언제 나는 깨달았던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오랜 시간을 기차를 타고 와서 다소 피곤하였기에 오늘은 아들과 함께 일찍 저녁을 지어먹고 가볍게 맥주를 한잔하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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