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 여행(14) - 리스트 비앙카 그리고 이르쿠츠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4. 바이칼의 출구 리스트 비앙카와 이르쿠츠크 시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니 무지개가 떠 있다. 무지개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인데 아침부터 무지개를 보니 기분이 엄청 좋다. 조금 있으니 무지개가 하나 더 떠서 쌍무지개가 된다. 너무나 기분이 좋다.

  

 

 

 

 

숙소에서 보는 무지개

 

 오늘은 리스트 비앙카로 가기로 한다. 바이칼을 알혼 섬에서 구경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아 아들과 의논하여 또 다른 바이칼의 모습을 구경하기로 하고 바이칼 최남단에 있는 리스트 비앙카로 간다. 바이칼로 들어가는 물줄기는 300여개가 넘어 많은데 바이칼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리스트 비앙카에서 시작되는 앙가라 강 하나밖에 없다. 일찍 숙소를 나와 어제 보아둔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시간이 조금 빠듯하여 트랩(전차 : 12루블)을 타고 주위에 가서 걸어가니 09:00에 리스트 비앙카로 가는 버스(524번, 요금 : 97루블)가 있다. 이곳에서는 알혼 섬에 가는 정기노선 버스(507번)도 있으나 하루에 한 번밖에 가지 않는다. 약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달려 리스트 비앙카에 도착한다.

 

 

 

리스트 비앙카행 차표와 버스터미널

 

 

이르쿠츠크 시외 버스 노선도

 

 

 

알혼 섬으로 가는 버스(507번)과 리스트 비앙카행 버스(524번)

 

 리스트 비앙카는 일찍부터 바이칼의 관광지로 개발되어 호텔도 두 곳이나 있고, 많은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있으며 시장도 발달되어 있다. 아마도 이르쿠츠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일찍이 바이칼의 관광지로 개발된 것이라 생각된다.

  

 

 

리스트 비앙카 버스터미널의 안내도

 

 

리스트 비앙카 버스터미널

 호수가의 물에 발을 담그고 아들과 이야기하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누가 한국말로 사진을 좀 찍어 달라고 한다. 보니 한 40은 되지 않은 남자이다. 혼자서 왔다고 하는데 얼마나 바이칼이 보고 싶었으면 어제 밤 비행기로 들어와 오늘 아침에 바로 리스트 비앙카로 왔다가 내일 새벽 비행기로 나간다고 한다. 그저 바이칼을 보기 위해서 그 먼 거리를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날아 온 것이다.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리스트 비앙카는 알혼 섬과는 다른 모습의 바이칼을 보여준다. 알혼 섬이 바이칼의 좁은 영역을 보여주는데 비해 리스트 비앙카는 더 넓은 바이칼을 보여준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이칼의 모습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하지만 알혼 섬보다 물이 깨끗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탁하다거나 오염이 된 것이 아니라 알혼 섬보다는 맑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또 교통이 편리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 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호수 에는 수많은 유람선과 이르쿠츠크까지 운행하는 배들이 매여 있고, 바이칼에서 고기를 잡는 배들도 많이 보인다. 또 호수 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면서 즐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러시아 가족들이 함께 휴식을 하고 있으며, 조그마하지만 우리나라의 해변과 같이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리스트 비앙카의 바이칼

 

 

 

리스트 비앙카의 어선과 유람선

 

 

 

 

리스트 비앙카 호수 가

 

 

 

호수 유람선 선착장에 서 있는 아들과 나

 

 시장에 가니 바이칼에만 나오는 생선 ‘오물’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손님을 끌고 있다. 살아 있는 ‘오물’은 잘 보이지 않고 기름에 튀기거나 구운 고기가 보인다. 식당에서 직접 먹으려니 식당에서는 팔지 않고 가게에서 구입해 와서 다른 음식을 시켜서 먹으라고 한다. 시간도 있고 해서 잠시 여유를 가지고 다른 구경을 하면서 이리 저리 돌아 다녀 본다.

이곳에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점심을 한번 먹기로 하고 이곳 호텔의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여행을 하면서 대부분의 끼니를 소박하게 먹었는데 한번쯤은 즐기기로 생각했다. 호텔에 들어가니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다. 제법 큰 호텔로 숙박비도 입구에 게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1박에 대충 5,000루블 정도로 비싸다. 호텔 식당에서 오물을 먹기 위하여 메뉴 표를 보고 여러 가지의 ‘오물’ 음식을 시킨다. 오물회, 오물구이, 오물샐러드, 오물알 등등 ‘오물’로 만든 음식을 모두 시켜서 먹는데 생선이 우리 입맛에는 조금 싱겁게 여겨진다. 아마도 바다 생선에 익숙해진 우리 입맛에는 민물고기라 싱겁게 느껴지는 듯하였다. 상당한 가격을 치르고 시킨 음식이고 처음 먹는 음식이라 그래도 맛있게 먹으면서 음식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아들과 한다. 더 시켜 먹기에는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부담이 되기에 나중에 시장에서 다시 사 먹기로 하고 호텔을 나온다.

 

 

오물회

 

 

오물샐러드

 

 

오물회와 샐러드

 

 

 

 

 

 

오물구이와 알

 

 

 

 

오물구이를 해체하여 먹은 모습 : 잔가시가 많다.

 

 

 

리스트 비앙카의 호텔 : 바이칼을 바로 보고 있는 위치. 다음에 꼭 숙박을 하리라 생각...

 

 호텔을 나와 바이칼 호수에 발을 담그고 쉬다가 시장에서 파는 여러 가지 음식과 오물을 구경하고, 주변 마을을 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앙가라 강의 입구로 가기로 하고 여름의 따가운 햇볕 아래를 걸어간다. 바이칼 호수 가를 한 시간 남짓 걸어가면서 호수의 경치와 일광욕을 하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을 본다. 드디어 앙가라 강의 입구에 도착하니 거대한 강의 시작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강의 시작은 깊은 산골의 작은 옹달샘이나 연못 등인데 비해 앙가라는 거대한 호수에서 시작되니 장관이다. 앙가라 강 주변의 여러 지방에는 앙가라 강에 얽힌 다음과 같은 슬픈 사랑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앙가라는 바이칼 신의 딸로 336명의 사내들 사이에 유일한 딸이다. 아버지 바이칼은 이르쿠트라는 청년과 결혼을 바랐으나 그녀는 북극의 예니세이를 소문만으로도 사모하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는 딸을 보고 노한 바이칼이 돌을 던졌는데 그만 그녀의 심장에 돌이 맞아 절명한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바위가 되었다. 그리하여 앙가라가 흘린 눈물이 앙가라 강이 되었고 그 강만이 예니세이 강으로 흐른다.’

 

이 넓은 호수에서 물이 나가는 곳이 오직 이곳 하나밖에 없다니 참으로 신비롭기도 하다. 앙가라 강 입구까지 갔다가 또 정처 없이 걸어오는데 갑자기 “안녕하세요.” 하는 한국말이 들려서 보니 한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의 무리가 길을 걷고 있다.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수건에 한국어를 보고 인사를 한 것이라 생각하고 반갑게 답례를 하였다. 이 바이칼의 리스트 비앙카에까지 한국인의 무리가 집단을 이루고 여행을 왔으니 한국인이 다니지 않는 곳이 아무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리스트 비앙카의 바이칼

 

 

 

시장의 풍경

 

 

 

 

 

 

 

 

여러 가지 오물(생 것, 말린 것, 구운 것 등등...)

 

 

 

시장에서 파는 볶음밥(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를 넣어 계속 볶는다)

 

 

 

낚시하는 조소상 

 

  

 

호수 주변의 숙박소 : 우리의 펜션과 비슷하다.

 

 

 

야생화

 

 

 

 

 

앙가라 강 입구

  

 앙가라 강 입구를 세 시간 정도 걸려서 갔다 오니 어느새 이르쿠츠크로 돌아갈 시간이다. 버스를 타니 오전에 만나 한국인도 같이 버스를 타고 이르쿠츠크로 돌아가고 있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하니 모스크바로 떠나는 기차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미처 돌아보지 못한 시내를 관광하기로 한다. 이르쿠츠크 북쪽에 있는 즈나맨스키 수도원을 찾아간다. 수도원 앞에는 ‘제독의 연인(2008년)’으로 영화화 된 ‘콜차크 제독’의 동상이 있다. ‘콜차크 제독’은 러시아의 적군과 백군의 전쟁에서 백군의 장군으로 맹활약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이 사원에는 12월 혁명의 주모자로 이르쿠츠크에 유배된 트루베츠코이의 아내 예카테리나의 묘가 있다. 혁명에 실패한 남편을 따라 귀족의 신분을 버리고 고난의 길을 선택한 여자. 끝까지 시베리아를 지키며 먼저 죽은 아들의 손을 잡고 사원의 한 귀퉁이에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 감회에 빠진다. 사원을 나와 앙가라 강을 따라 걸으면 이르쿠츠크 도시 설립 350주년을 기념해 만든 모스크바 게이트와 전망 좋은 앙가라 강 기슭에 이르쿠츠크라는 도시를 설계했다는 탐험가 Yakov Pokhabov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모스크바 방향으로 향한 개선문 형태의 모스크바 게이트 주변에는 이르쿠츠크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이곳을 지나 전몰장병 기념비를 지나면 이르쿠츠크에 있는 유일한 카톨릭 성당(The Polish Cathedral)을 볼 수 있다. 성당을 지나 길을 가다보면 매우 큰 이르쿠츠크 시청 광장이 나타난다. 땅이 넓은 나라라 곳곳에 광장이 많이 만들어져 있고, 광장의 넓이 또한 만만치 않게 크다. 특이하게도 광장 곳곳에 피아노를 가져다 놓고 아무나 연주를 할 수 있게 한다. 여러 러시아정교회 사원을 구경하고, 도시의 아름다운 건물을 보면서 왜 이 도시를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부르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여러 가지의 조형물을 구경하고 강을 잠시 벗어나 주변의 관광지를 걸어 다니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거리의 땅바닥에 초록색의 띠가 붙어있는데 이를 Green Line이라 부르고 있다. 이르쿠츠크를 관광하는 관광객들이 이 색의 라인만 따라가면 대부분의 관광지를 구경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상당히 편리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고 혼자 생각한다.

 

 

 

 

 

 

 

즈나맨스키 수도원원의 모습

 

 

수도원 앞에 서 있는 콜차크 제독 동상

 

 

건축기사의 조상

 

 

 

 

모스크바 게이트와 주변 전시물

 

 

 

 

아름다운 모습의 The Epiphany Cathedral

 

 

 탐험가 Yakov Pokhabov의 동상

 

 

이르쿠츠크 시 청사와 광장

 

 

 

전몰 장병 기념비

 

 

The Church of The Saviour

 

 

그린 라인의 관광 안내도

 

 

 

옛 이르쿠츠크 시가를 그린 돌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원

 

 

이르쿠츠크에 하나뿐인 카톨릭 교회(The Polish Cathedral)

 

 

The Cathedral of Our Lady df Kazan : 파괴된 예 사원을 기념하여정부 청사 앞에 새로 건립한 것임

 

 

 

 

 

 

 

정부 청사 앞 광장의 여러 모습 

 

 이르쿠츠크 관광을 마무리하고 모스크바로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숙소로 가니 입구에 한국인들이 몇이 있다. 대학 2학년이라는 학생은 모스크바로 간다고 하는데 우리와 같은 기차다. 또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도 있는데 바이칼을 구경하고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학교다, 학원이다 하며 그저 공부만 시키는 한국의 부모들만 보다가 이렇게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바이칼을 구경시키며 호연지기를 길러 주는 아버지를 보니 참 멋진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우리가 한 달 예정으로 러시아를 여행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러워한다. 숙소에 들어가니 사흘 전에 만나 이탈리아 아가씨가 바이칼 여행을 마치고 들어왔다. 다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잠시 있으니 어떤 청년이 배낭을 메고 들어오는데 이탈리아 축구선수 토티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인사를 하며 이탈리아 아가씨에게 같은 나라 사람임을 알려주니 그 때부터 이 두 사람이 이탈리아어로 수다를 떤다. 외국에서 자기 나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니 여태까지 하지 못한 말을 모두 하는 듯하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모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시간이 22:00인데도 해가 지지 않고 있다. 23:00에 기차를 탈 준비를 위해 숙소를 나와 이르쿠츠크 역으로 간다. 역 주위 슈퍼에 가서 기차에서 지낼 4일 간을 위해 여러 가지 음식과 필요한 물품 등을 구입하는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경험을 한다. 4일간이나 기차를 타기에 간단한 주류를 준비하려고 맥주와 보드카를 집으니 점원이 팔지 못하는 물품이라 한다. 우리는 의아해서 왜 그런지를 물어보니 23시 이후에는 주류를 일절 팔지 못하는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열장을 보니 시간이 적혀 있다. 그런 줄을 모르는 우리는 외국인이고 기차를 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나 안 된다는 답만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주류는 사지 못하고 다른 물품만 사서 역으로 향하면서 아들과 둘이 좀은 아쉽지만 참으로 필요한 제도라고 하면서 쓴 웃음만 짓는다.

 

 기차가 조금 늦게 도착하여 새벽 01:02(이르쿠츠크 시간)에 기차에 탑승한다. 바이칼과 아름다운 도시 이르쿠츠크를 뒤로 하고 기차는 모스크바를 향해 달린다.

 

또 다시 먼 기차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