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2) - 바이칼 알혼 섬 2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12. 바이칼! 아 바이칼! - 바다와 같은 호수 (알혼 섬②) -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바깥을 보니 햇살이 비치고 어제 흐렸던 하늘이 새파랗게 개여 기분이 상쾌하다. 해가 비치는 바이칼을 다시 구경하러 간다. 어제 오후보다 바이칼이 더 또렷하고 맑게 보인다. 어제 간 길을 따라 다시 걸으면서 저녁의 바이칼보다 더 선명한 바이칼의 물빛을 바라보면서 감탄만 계속한다. 어제의 자갈마당에 가니 바다와 같이 조수 간만의 차이가 난 흔적이 있다. 호수에 조수의 차이가 있다니 놀랄 뿐이다. 상상 이상으로 큰 호수이다 보니 달의 인력이 미쳐 물높이가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나타난다. 아침 세수를 바이칼 물로 하니 차가운 물 기운으로 머리가 텅 비면서 잡념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다. 아침의 바이칼 공기 또한 시원하고 상쾌하며 가슴 속의 찌꺼기가 다 사라지는 듯하다. 호수 주변의 아침 기온은 우리나라 초여름의 기온과 같이 시원하여 좋다. 하지만 이 기온이 대낮이 되면 우리의 여름 낮의 기온과 같은 30도를 오르내린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습기가 없어 끈적거리지 않아 무덥게 느껴지지 않고 햇볕이 따갑다고 생각이 들면 해가 비치지 않는 그늘에 들어가서 쉬면 바람이 불고 또 시원하여 우리의 여름 날씨와 상당히 다르다.
니키타 홈 스테이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습
아침 해빛에 빛나는 바이칼의 자태
부라야트족의 매듭장대에도 해가 비친다.
아침 햇빛을 받아 더 푸른 바이칼
아침에 보는 바이칼 동영상
구릉 위에서 보는 바이칼 과 마을 동영상
맑고 푸르게 빛나는 바이칼 동영상
아침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옥수수 죽, 계란, 빵, 전병 등)을 먹고 있으니 제법 한국말이 들린다. 주위를 돌아보니 한국인인 것 같은 사람들이 제법 보여 반갑게들 인사를 하고 서로가 자기의 거쳐 온 여행을 이야기 한다. 젊은이들은 자전거를 빌려 알혼 섬의 북쪽으로 갔다 왔다고도 한다. 젊음이 좋다. 여러 가지 도전을 할 수 있으니..... 나도 아들과 함께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하고 있다고 하니 모두들 부러워한다. 아들과 함께 여행하는 일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듯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러시아 곳곳을 둘러본다는 사실이 부러운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여행을 하는 지가 모두들 궁금한 모양이다.
니키타 홈 스테이의 아침 : 상당히 풍부하다.
다시 어제 저녁이 되어 제대로 보지 못한 바이칼의 모래밭으로 간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많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대개의 북유럽 사람들이 그렇듯이 러시아 사람들도 햇빛만 비치면 옷을 벗고 일광욕을 한다. 더구나 남자들은 왜 그렇게도 윗옷을 벗고 상체를 드러내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상적인 삶의 한 방식인 것 같아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들의 습관이라 생각한다. 호수 가에는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햇볕을 쬐면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러시아 여자들은 젊은 아가씨들은 우리가 보기에 날씬한데 나이가 좀 들면 대개가 살이 쪄서 뚱뚱하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을 가지지 않고 드러낸다. 우리의 문화가 감춤의 문화라고 한다면 러시아의 문화는 드러냄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
모래밭으로 가는 구릉 위에서 보는 바이칼
모래밭에서 쉬는 러시아인들
하늘 빛과 같이 맑고 푸른 바이칼 호수 : 파도가 치고 있다.
하늘과 구별하기 어렵게 맑은 바이칼호수와 여유롭게 일광욕을 하는 러시아 사람들
모래밭에서 보는 깨끗한 바이칼 물 동영상
바이칼 동영상
초지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햇빛 아래 빛나는 바이칼의 물은 사파이어보다 더 푸르다. 끝을 보이지 않으면서 펼쳐져 있는 호수에는 때때로 고기잡이배인지 유람선인지 호수에 떠다니고 있다. 호수 가에도 어제 저녁에 물이 들어왔다가 나간 자국이 보이고 호수가 너무나 크기에 파도가 친다. 바이칼의 물은 맑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차기도 하고 맛도 있다. 어제는 저녁이라 물이 차가왔는지 생각하였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에도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일광욕을 하다가 잠시 물에 들어갔다가 곧 나올 정도로 물이 차다. 지금 호수 주변의 온도는 30도 정도인데 물의 온도는 대개 평균으로 10도 이하라 한다. 사장 근처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곧 발이 시려서 곧 바로 발을 빼낸다. 아들놈은 차가움을 참지 못하여 잠간 동안에 발을 빼내지만 나는 싸늘한 기운이 좋아 발을 제법 오래 담그고 있다. 물을 떠서 입에 넣어 보면 물맛이 참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며 우리나라 산골의 1급수 물과 같이 맛있다.
바이칼에 발을 담근 아들과 나
바이칼에 발을 담그고 멍하게 호수를 바라보는 나
바이칼의 그 웅장함을 말로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눈으로 보고 마음에 깊이 간직할 뿐이다. 나는 바이칼은 인공의 흔적이 전혀 없으며 자연 상태 그대로 아직 간직되어 있어 유원지가 아니라 최고의 휴양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해수욕장이란 사람이 너무 많아 사람 구경하며 이리 저리 휩쓸리다가 사람에 치여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더 피곤하기만 한 곳이다. 그러나 이 바이칼은 너무 조용하다. 이 넓은 호수에 사람이라고는 얼마 살지도 않고 아직은 교통편도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많지 않은 사람들만이 찾아온다. 그리고 조용히 햇빛 아래에서 쉬다가 더우면 물에 잠시 들어가고 또 나와서 한가로이 쉰다. 읽고 싶은 책이라도 한 권 들고 와서 책을 읽으면서 명상에 잠기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기에도 좋은 곳이다.
모래밭을 벗어나면 소나무와 여러 나무의 울창한 숲이 바로 자리를 잡고 있다. 천천히 그 주위를 돌아보니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캠핑을 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은 숙소를 정하고 그 숙소에 머물면서 관광을 하나, 러시아 사람들은 자신의 차에 캠핑도구를 싣고 와서 캠핑을 하고 있다. 가족 단위로 곳곳에 텐트를 치고 가족들이 고기를 굽고 있다. 러시아의 전통 음식(샤스락)이다. 꼭 우리의 꼬지구이와 비슷하게 온갖 고기를 꼬지에 꼽아서 숯불에 굽고 있다. 참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야외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고기를 굽고 보드카나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광경을 떠올려 보라 얼마나 멋진 광경인가. 특히 바이칼의 밤은 별이 쏟아질 것 같다. 너무나 맑은 하늘이기에 셀 수도 없는 수많은 별들이 하늘은 꽉 채우고 반짝인다. 그 밤을 가족과 함께 보내며 아침을 맞이한 러시아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게 느껴진다. 러시아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활동하면서 아침의 시작은 참 늦게 한다.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우리보다 상당히 늦고 모든 관청이나 상점도 10시가 넘어야 제대로 문을 연다. 아마도 해가 늦게 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과 함께 푸르른 바이칼
모래밭 뒤의 초지에서 보는 바이칼
나무 사이에서 캠핑하고 있는 모습
알혼 섬 마을 전경
숲 주위에서 보는 풍경
바이칼의 여러 풍경
우리 지구 담수를 22%를 가진 바이칼 주변의 사람들은 함부로 흐트러지게 물을 쓰는 법이 없이 물을 참 아낀다. 우리는 물이 풍부하지도 않은데 마구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온갖 오염물질로 오염된 물을 또 정수하여 사용한다. 하지만 정수할 필요조차 없는 풍부한 물을 가진 이들은 꼭 필요한 정도의 물만 사용한다. 그리고 바이칼에 직접 세탁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일이 없이 꼭 물을 길어 다른 곳에서 사용한다. 참으로 물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는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바이칼도 언제 제 모습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너무나 큰 호수이기에 지금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 알혼 섬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알혼 섬의 전체 주민이 5,000명 정도라고 하는데 하루에 들어오는 관광객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호스텔을 짓느라 공사 중이고 완공된 호스텔도 눈에 많이 보인다. 누가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바이칼은 여름 한 철만 관광지로 운영되니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안심이다. 겨울의 바이칼은 꽁꽁 얼어서 호수 위를 자동차로 건너온다고 하는데 영하 40도도 더 떨어지는 곳을 관광하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바이칼의 푸른 물을 보면서 눈을 깨끗하게 씻고 마음을 씻으러 오는 사람들이 얼음밖에 볼 것이 없는 바이칼을 오지는 않을 것이며, 너무나 불편하고 추워서 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니키타 홈 스테이’ 앞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알혼 섬 선착장에 도착한다.
섬에 들어 올 때와 같이 선착장에서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데, 들어 올 때의 경험이 있어 선착장 주변의 언덕에 올라 또 다른 바이칼을 구경하니 또 다른 풍경이 나를 압도하고, 어디에서나 보이는 새파란 물빛은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들은 너무나 여유롭게 서너 시간 배를 기다리는 일에 아무도 조급증을 내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땅도 넓고 크고, 호수도 너무 넓고 커서 그들의 마음도 여유로운 것일까? 좁은 국토에 얽매여 사는 우리가 너무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일까? 하여튼 그들의 생활이 부럽기도 하다. 세 시간 이상 기다려 배에 우리의 버스가 올랐다. 배를 타기만 하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너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알혼 섬 도선장의 풍경
알혼 섬 도선장 주위에서 물놀이 하는 러시아 사람들
더 없이 맑은 하늘
알혼 섬 도선장
배를 기다리는 차들의 행열
알혼 섬에서 배를 타고 나오며 보는 바이칼
알혼 섬 도선장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맑게 빛나는 하늘 동영상
알혼 섬에서 나오는 배 위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알혼 섬을 벗어나 이르쿠츠크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비슷하게 포장도 안 된 길을 차가 달린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끝을 모르게 펼쳐져 있는 구릉과 초지이다. 시베리아의 삼림이 이곳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고 멀리에 조금 보이고 있다. 대신에 초지가 상당히 발달되어 자유롭게 방목되어 있는 소들과 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넓은 땅에서 소를 키우니 소가 아주 자유롭게 아무 곳이나 한가로이 다니는 소들이 때로는 차 앞에 갑자기 나타나 차가 급정거를 하기도 한다. 이 넓은 땅에서도 자동차 사고가 난다. 차가 얼마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두 차가 부딪혀 사고가 나서 경찰이 출동하여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를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 넓은 하늘에서도 바다에서도 사고가 나니 그보다 작은 땅에서야 사고가 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이르쿠츠크 숙소로 돌아오니 새로운 손님들이 들어와 있다. 영국에서 왔다는 아가씨들인데 조금은 까칠한 성격인지 간단히 인사만하고 자기들 일에 몰두한다. 세상 어디에서든지 마찬가지이겠지만 요즈음은 누구나 시간만 있으면 스마트폰을 꺼내어 혼자서 논다. 사람들이 번잡한 세상을 떠나 여유로움을 가지려고 이 시베리아를 왔을 것인데 시간만 나면 모두들 스마트폰을 꺼내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세상에서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얽매여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라 생각하니 안타가운 생각만 든다.
너무나 벅차고 가슴이 탁 트이는 바이칼을 보고 나니 세상의 모든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인데 아들놈도 바이칼에 매료되어 찬사를 끝없이 한다. 아들놈은 언젠가 시간이 되면 바이칼에 다시 와서 며칠을 머물면서 바이칼의 자연과 풍취를 즐기면서 휴양을 취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사전 지식이 부족하여 바이칼에서의 일정을 제대로 계획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며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나도 다시 러시아여행을 하거나 시베리아에 올 일이 있으면 곡 바이칼을 다시 오리라 생각하면서 다음 여름에 바이칼만 다시 여행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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