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0) - 이르쿠츠크 : 시베리아의 파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0. 시베리아의 파리 -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시 관광안내지도(이르쿠츠크 관광센터 제공) : 왼쪽 푸른 곳이 앙가라강

 

 하바롭스크에서 출발한 기차가 장장 57시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07:30분경에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는 수도 모스크바로부터 동쪽으로 약 4,200km 떨어져 있으며 시베리아 철도가 이어져 우랄 산맥 지역, 중앙아시아, 중국을 잇는 시베리아 동부의 공업, 교통의 중심지이며 바이칼 호를 가지고 있는 관광의 중심도시이다. 인구는 약 60만 명 정도의 우리나라로 보면 중소 도시이다. 과거 시베리아 총독부, 동시베리아 총독부가 있었던 곳이며, 제정 러시아 시대에는 정치범 유형지로 수많은 데카브리스트들이 혹한의 추위를 견디어 내면서도 문화를 일구어 정치적으로는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이상을 문화적으로나 동토에서 이루어 건설한 도시로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곳이다.

 

시베리아 횡단 여행자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사이에서 단 한 곳을 멈춰야 한다면 그 곳은 반드시 이르쿠츠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에 바이칼이 있기 때문이다.

 

 이르쿠츠크에 가까워지자 고려인 아주머니가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었는지 와서 인사를 한다. 남은 여행 조심해서 잘 다니고 무사히 귀국하라는 말은 한다. 나도 아주머니에게 행복하게 잘 사시라 하며 언제 한국을 한 번 방문해 보라고 권했다. 같은 동포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다.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하차 준비를 하고 역에 내리니 공기가 제법 차다. 역을 나오니 경찰들이 제법 많이 눈에 보인다. 아들이 우리는 거주지 등록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괜히 경찰과 부딪치지 말고 빨리 가자고 하여 앙가라 강을 건너 숙소를 찾아간다.

 

 

 

이르쿠츠크 앙가라강 위로 떠는 아침 해

 

 

 

이르쿠츠크 역

 

 

 

숙소로 가는 도중 다리 위에서 보는 앙가라 강

 

 

앙가라 강 다리에서 보는 이르쿠츠크 역

 

 

숙소 가는 도중의 트리니티(삼위일체) 교회

 

 

 

이르쿠츠크의 아침 하늘

 

 호스텔에 들어가 오래 열차에서 찌든 몸을 씻고 숙소로 들어가니 젊은 청년들이 말을 걸어왔다. 자기들은 캐나다에서 왔다고 하면서 내일 바이칼 호의 알혼 섬에 간다고 한다. 그 청년들이 나가고 젊은 처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이태리출신(플로렌스)으로 일본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본, 한국, 중국을 거쳐 러시아여행을 하는 중이라며 역시 알혼 섬으로 간다고 한다. 나는 영어가 짧아서 간단한 인사 정도만 하고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는 않는데 아들놈은 잘도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보면 서구의 젊은이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언제 이렇게 세계를 직접 부딪치며 배울까?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여행도 정해진 코스를 따라 다니기만 하는데 외국의 젊은이들은 아무 곳이나 잘도 다닌다. 

 

 숙소에 부탁을 하여 우리도 내일 바이칼의 알혼 섬에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일인당 800루블) 거주지등록을 해 달라고 하니 등록비를 달란다.(일인당 400루블) 하바롭스크에서 너무 어려움을 겪었기에 돈을 주고 부탁을 했다.

 

 

알혼 섬으로 가는 투어 버스 승차권

 

 아침도 먹지 않았기에 뷔페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앙가라 강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구경을 한다. 앙가라 강은 바이칼 호에서 나오는 유일한 강이라 한다. 북쪽으로 흘러가 북극해로 흘러가는 강이다. 세계 담수의 20%를 담고 있는 바이칼 호에서 나오고, 별다른 공해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나 오염원이 없기에 강물은 아주 맑고 깨끗하게 푸른빛을 띠고 흐른다. 강가를 계속 걸어가면서 보니 러시아 신혼부부들이 웨딩화보 촬영을 하는 것이 곳곳에 보인다. 러시아의 7월과 8월은 결혼 시즌인지 여행을 하는 도중에 곳곳에서 웨딩화보 촬영하는 부부들을 만났다. 앙가라 강을 따라 걸으면서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의 위령비도 보고, 특이하게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던 유리 가가린의 두상도 본다. 앙가라 강 광장에는 알렉산드르 3세 동상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알렉산드르 3세의 통치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고 그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건설한 것만으로도 추앙을 받을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앙가라 강변을 거닐며 보는 앙가라 강 : 물이 맑고 깨끗하다.

 

 

 

전물 장병 위령탑

 

 

앙가라 강변에서의 "나"

 

 

앙가라 가의 유람선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두상

 

 

 

 

앙가라 강 유원지 입구

 

 

 

앙가라 강을 가로지르는 보트와 유람선

 

 

 

알렉산드르 3세 동상

 

  이 광장에서 열차를 타고 오느라 지친 몸을 쉬면서 아들과 일정을 이야기를 하고 그 주변에 있는 지역박물관(위의 관광지도의 9번임)에 들어갔다.(입장료 200루블)

 이 박물관의 이름을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 붙이고 있는데 정확한 명칭은 이르쿠츠크의 관광안내도에 THE ETHNOGRAPHICAL MUSEUM(인류학, 혹은 민속박물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칼 마르크스 거리가 시작되는 모퉁이에 있으며 1층에는 시베리아 동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생활도구, 민속 의상 등이 전시되어 있고 샤먼의 전시품도 풍부하다. 그리고 2층에는 러시아혁명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국가 건설에 관한 전시가 있다. 세레호프가 시베리아 탐험에 사용한 짐승가죽으로 만든 카누가 볼만하다. 지붕 밑에는 과학자들과 시베리아 개척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진기한 소장품이 많이 있다. 러시아 각지에는 지역박물관이 꼭 있다. 하지만 별다른 특색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또 그냥 지나가 버리기에 무언가 찝찝하여 꼭 박물관을 둘러본다. 지역박물관에는 그 지방에서 출토된 고고학적 유물 조금,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의 모습. 제정러시아의 개척사. 러시아혁명 등등과 20세기의 생활 등을 전시하고 있다. 별다른 특색이 있는 곳은 드물다.

 

 

 

지역 민속박물관 전경

 

 앙가라 강을 뒤로 하고 이르쿠츠크 시내를 한가로이 거닐어 보기로 하고 칼 마르크스 거리를 따라 이리저리 다니면서 시내를 구경한다. 극장, 대학교, 거리의 미술가들이 전시해 놓은 그림들, 또 오래된 건물들을 구경하고 오늘은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르쿠츠크 대학의 전경

 

 

 

 

 

이르쿠츠크 오홀로코브 드라마 극장

 

 

 

이르쿠츠크 A Vampilov 동상

 

 

 

거리의 화가들이 늘어 놓은 작품

 

 

 

 

 

 

 

거리를 거닐면서 보는 여러 아름다운 건물들

 

 열차를 타고 오느라 좀 지치기도 했고 내일은 바이칼의 알혼 섬까지 일찍 가기로 하여 슈퍼에서 여러 음식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만들어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아침에 부탁했던 거주지등록증을 가지고 왔다. 참 불편한 제도가 왜 아직까지 존재하는지 참으로 의아했다.

 

 

슈퍼에서 파는 여러 음식

 

 

러시아의 거주지 등록증

 

 열차를 오래 타고 오느라 가졌던 긴장의 끈이 다소 늦추어져 일찍 잠이 들었다. 잠이 들었다가 잠시 깨어 보니 아들놈이 혼자서 소파에 앉아 슈퍼에서 사온 보드카를 혼자서 마시고 있다. 향수에 젖었는지 아니면 무언가 불편하였는지 아버지를 깨우지도 않고 혼자서 마시고 있다. 무엇인가 내가 아들놈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았다. 나이가 많은 애비를 데리고 다니면서 제 나름으로는 모든 힘을 다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제대로 따라주지 못한 것이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좀 전에 저녁을 먹으면서 조금 다툰 것이다. 나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제 나름으로 좀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다. 여행을 같이 다니면 꼭 싸운다는 말을 한다. 이번 여행을 떠날 때 아내는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아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고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고...... 내가 무언가를 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잠에서 일어나지 않고 자는 척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젊은 아들을 따라 다니는 것이 편하지만 한 것은 아니다.

 

 내일은 바이칼의 알혼 섬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