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7) - 크렘린과 러시아미술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7. 모스크바 - 크렘린과 러시아미술관

 

 06:00에 잠이 깨어 일어나니 같은 방을 사용하는 나그네는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이가 드니 잠이 적어진 것인가? 아니면 일찍 잠을 자서인가? 생각하며 조용히 일어나 방을 벗어나 세면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아들놈이 일어난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늘 일정을 시작하려고 하니 아들놈이 다소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하다. 오랜 여행에 지친 듯하다. 자기도 초행이라 지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매일 밤에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고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대강은 찾아두고 하는데 아버지라는 사람은 천하태평으로 아들을 따라 다니면 된다고 생각하고 전혀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 좀 짜증이 나는 듯하다. 그러나 나도 내 나름으로는 아들을 많이 생각하고 걱정하는데 세대 간의 이해의 차이가 있다.

 

 하여튼 오늘은 크렘린에 들어가기로 일정을 정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기에 일단은 크렘린을 구경하고 다음 일정은 시간에 맞추어 그 때 결정하기로 하고, 점심거리를 슈퍼에서 구입하여 가방에 넣고 다시 붉은 광장으로 향한다. 크렘린 외부는 따로 입장권이 필요 없으나, 내부로 들어가려면 따로 입장권을 사야 한다.(입장료 450루블) 크렘린 내부에 4대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크렘린 주변에 경찰과 군인들이 많이 나와서 경비를 서고 있다. 경찰과 군인들이 차단선을 치고 가벼운 검색을 하고 있지만 전혀 효율적이지는 않는 것 같다.

크렘린 외부는 광장과 공원으로 꾸며져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구경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몰장병을 기리는 위령비가 있고, 의장병들이 교대하는 의식을 거행하고 위령비에 헌화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북적거리고 있다. 뒤에 알고 보니 러시아 무슨 장병들의 날이라 한다. 광장에는 옛날의 크렘린 성벽의 일부를 관광객들을 위해 남겨두어 올라가 보게 한다.

 

 이 광장을 지나 매표소에 가면 시간을 정해서 표를 팔고 있으며, 왕가의 보물을 소장한 박물관을 구경하려면 또 따로 입장권을 구입해야하는데 정해진 시간만 입장을 시키고 있다. 오늘은 크렘린 내부만 구경하고 다음에 왕가의 박물관을 구경하기로 하고 크렘린 입장권을 구입한다.

 

 

크렘린 광장

 

 

 

무명용사의 묘

 

 

크렘린 광장 안내도

 

 

 

 

 

 

 

크렘린 광장의 모습

 

 

 

크렘린 매표소와 입장권

 

 

 

 

 

 

공개되는 크렘린 내부

 

  크렘린은 현재도 러시아의 정부청사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내부에 들어가도 관광객에게 모든 공간이 개방되지는 않고 일부분만 개방하고 조금만 동선을 벗어나면 경비원들이 즉각 길을 바로 가라고 호루라기를 분다. 약간의 정부청사와 정원을 구경하고 옛날의 크렘린궁에 있던 4대 사원과 '차르대포(차르 푸슈카)'와 황제의 기념물인 ‘차르의 종(차르 콜로콜)’을 구경한다. 크기가 상상을 불허하는 대포와 종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 대포와 종은 한 번도 쏘지도 울려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웅대함은 구경거리로라도 만족할 수 있다. 차르의 종은 무게가 자그마치 270톤이나 되어 종탑에 설치할 수가 없어 전시용으로 땅에 놓여 있고, 차르의 대포는 실전용이 아니라 화려한 장식으로 전시용으로 사용된 듯하다.

 

이 종과 대포를 돌아 들어가면 여러 개의 성당으로 둘러싸인 소보르니아 광장이 나온다. 광장을 둘러서 성모승천교회(우즈펜스키 성당), 아르함겔스키 성당, 이반 대제 종탑, 황실예배당으로 사용된 크렘린 대성당, 테렌 교회와 총주교 사원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각 성당들은 제각기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내부에는 종교적인 성화나 여러 가지의 전시물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정교와는 별 관계가 없는 우리에게는 사실 사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즐길 뿐이지 내용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인들에게는 그들의 신앙과 결부되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라도 너무 비슷한 사원을 많이 본 나는 약간은 지루하게도 생각이 든다. 그래도 건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이와 같은 큰 성당을 지을 수 있는 종교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다.

  

 

 

 

 

 

 

1586년에 만든 차르 대포

 

 

 

 

 

 

 

차르의 종

 

 

 

 

 

이반대제 벨 타워

 

 

 

성모승천 교회(우즈펜스키 성당)

  

 

테렌 교회

 

 

 

 

 

크렘린 대성당(수태고지 성당)

 

 

크렘린을 나와서 보는 모스크바강

 

 

 

정부청사 건물

  

 크렘린을 구경하고 볼쇼이 극장을 구경하러 간다. 우리 숙소에서 붉은 광장으로 가는 도중에 있어 여러 번 지나갔으나 본격적인 구경을 해 보기로 한다. 볼쇼이는 8월에 모두 휴가를 가기에 공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므로 아름다운 외부의 건물과 광장만으로도 만족하면서 언젠가 다시 모스크바에 오면 꼭 볼쇼이에서 공연을 보리라 생각한다. 볼쇼이극장은 러시아 국립 아카데미의 대극장으로 러시아 최초의 오페라하우스라 한다. 여러 번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현재의 건물은 1856년에 다시 지어진 석조건물이다. 내부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고 심지어 의자도 19세기 풍에 맞게 수도원의 수녀들이 직접 뜬 천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화려하게 꾸며진 내부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웠으나 외부의 여러 조각품들과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만 보고 아쉬움을 달랜다. 극장 광장에는 큰 분수가 있어 뜨거운 태양을 피하여 뿜는 시원한 물줄기를 즐기며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휴식을 하고 있는 풍경을 보니 나도 한가로운 생각에 분수 주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볼쇼이극장 앞의 마르크스 상

 

 

볼쇼이극장 전경

 

 

크렘린을 중심으로 모스크바 안내도

 

 

 

볼쇼이 주변

 

 

 

 

볼쇼이 극장의 조형물

 

 

 

 

볼쇼이 극장 주변의 풍경

 

 볼쇼이를 지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러시아미술관에서 독일현대미술전을 하고 있다. 어제부터 이 미술관을 구경하려는 생각이었고, 러시아에서 독일의 미술을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러시아미술괸을 구경하기 위해 들어간다.(입장료 350루블) 외부에는 러시아의 여러 철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의 눈을 끌었다. 생각한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많은 것 같다.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독일현대미술은 1949년 이후의 독일 미술이라 하였는데 미술에는 별반 지식이 없지만 그저 좋아서 한국에서도 여러 곳을 보러 가곤 하였는데 기대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백남준의 작품도 여러 점이 보여 친근한 느낌이 들고,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있어 사진을 찍으며 오랜 시간을 구경한다. 러시아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특별한 작품이 아니면 사진을 찍는 것을 막지 않는다. 물론 입장할 때 촬영비를 받는 곳도 있는데 촬영비를 지불하면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획일적으로 유물이나 미술품의 촬영을 막을 것이 아니라 촬영해도 별 이상이 없는 작품들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정책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한다.

 

 

모스크바 시내 택시(현대 차)

 

 

 

 

 

 

시내 풍경

 

 

러시아 미술관 현판

 

 

 

 

 

 

 

러시아 미술관의 철 조형물

 

 

러시아 미술관 내부 안내도

 

 

 

 

 

 

 

 

 

 

 

 

 

 

 

독일 현대 미술의 여러 작품

 

 이제 여행도 오랜 시일을 하여 몸도 약간 피곤한 모양이다. 되도록 하루의 일과를 무리하지 않게 계획하고 관광을 하기로 아들놈과 이야기하였다. 아직 열흘 정도 여행을 더 해야 하는데 벌써 지치면 나머지 여행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열차에서 오랜 시간을 먹고 자면서 중간의 기착지에서는 모든 관광지를 걸어서 구경하였기에 몸의 상태를 잘 조절하여 이 여행을 무사히 끝내야하므로 일찍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지어 먹고 잠자리에 든다. 호스텔이라는 것이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한 방에 함께 잠을 자니 온갖 나라의 사람들은 만난다. 이번에는 동남아 사람들과 아시아계 사람들이 한방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중국인, 말레이인, 태국인 등등 많은 사람들을 보는데 모두 시간대가 다르게 움직여 다들 얼굴을 보기도 어렵다. 특히 내 밑 침상의 여행자는 우리가 하루 일정을 마치고 들어올 때쯤이면 차려 입고 나가서 새벽에 들어온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그냥 웃고 인사만 한다. 우리도 우리 일정에 맞추어 여행을 하는 것이나 그들도 그들의 일정에 따라 여행하는 것이 같은 것이다.

 

 모두들 자신의 인생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