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서해랑길 38코스(하사6구버스정류장 - 복수분등소공원 - 서해특산시험장입구 - 답동버스정류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38코스는 하사6구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여 계속 해안을 따라 걸으면 복수분등소공원에 도착한다. 여기서 계속 걸으면 유명한 백수해안도로가 나오고 그 길을 따라 간다. 종점 가까이에 가면 도로 공사 중이라 우회노선이 나온다.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 백수해안도로 중간의 답동버스정류장에서 끝이 나는 15.4km의 길이다.

 

38코스 안내판

 

칠산갯길 300리 안내도

 

갯벌의 칠면초와 바람개비의 조화

 

갯벌에 협곡같이 보이는 위에 피어 있는 칠면초

 

 

 길을 따라 해안과 조금 안의 내륙으로 들어가니 풍력발전의 바람개비와 태양열 발전단지가 아주 넓게 펼쳐져  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많이 보이는 것이 태양열발전단지다.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지에도 넓은 땅에 집열판을 조성해 놓았다. 평지에 농사를 짓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인데 조금은 의아했다.

 

이정표

 

태양열집열판

 

넓게 펼쳐져 있는 천일염전

 

염전 주변의 칠면초

 

 길을 따라 제법 가면 복수분등소공원이 나온다. 지도상 공원이라고 되어 있어 간식거리나 음료수를 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도착하니 편의시설이라고는 화장실밖에 없다. 아마도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휴식처로 만들어 놓은 듯했다. 그래도 화장실이 있어 들어가 수도를 틀어보니 물이 나온다. 이런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화장실시설은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화장실에서 땀으로 젖은 얼굴을 씻고 앉아서 조금 쉬다가 발걸음을 다시 시작했다.

 

복수분등소공원

 

 

 복수분등소공원을 지나 조금 가니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노지장어직판장이 있다. 혹시나 물을 얻을 수 있을까? 하고 가서 보니 식당을 겸하고 있다. 이 외진 곳에 장어집이 있다니 조금은 의아해 하면서 안의 사람들에게 물을 좀 얻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손님이고 주인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물을 얻고자 하니 정수기를 가리켜 준다. 그래서 시원하게 물을 들이켜 마시고 패트병에 물을 꽉 채울 수 있었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집이었다. 길을 떠난 아침부터 오후도 늦어가는 지금까지 편의점이나 가게라고는 하나도 볼 수 없어 가지고 다니던 비상식량만을 소진하였고 물도 아껴 마시고 했는데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다.

 

노지장어직판장

 

바람개비 중 가장 크게 생각한 것. 다른 바람개비보다 엄청 컸다.

 

노랗게 무들인 들판

 

 해안과 들판을 지나쳐 가니 공사 중이라서 우회하라는 표시가 보인다. 안내판을 보니 38코스의 종착점인 답동마을까지 바로 가면 1.9km인데 우회하는 길은 3.9km이다. 하루 종일을 걸어 조금은 피곤한데 막바지에 느닷없이 2km를 더 걸어야 해서 조금 짜증이 났으나 어쩔 수 없는 길이라 우회하는 길을 걸어갔다.

 

우회안내판

 

우회하는 길에서 보는 풍경

 

 

 마을을 지나 백수해안도로로 나가는 길목에 큰 나무가 서 있었다. 길을 가다가 큰 나무를 보면 꼭 유심히 살펴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령이 500년 정도 되는 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사진을 찍고 옆을 보니 모싯잎송편을 파는 가게가 있다. 가게에 들어가니 음료수를 팔아 두 병을 사서 한 병을 그대로 들이키고 다른 음식물을 파는지 물으니 팔지 않다고 해서 아쉬웠다.

 

느티나무

 

 영광에는 예로부터 모싯잎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 바로 영광 모싯잎송편이다.

 예전부터 해안가에서 나는 모시는 향이 강하여 풍미가 좋고 그 자체로 천연방부성분이 있어 음식을 모싯잎으로 감싸두곤 했다 한다. 그러니 더운 호남지역에서 모싯잎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모시잎송편은 삶은 모시잎과 불린 쌀을 가루로 만들어 익반죽한 다음 여러 가지의 소를 넣고 송편을 빚어 찐 떡이다. 경남에서는 쪄낸 떡에 참기름을 바르고 감잎에 싸기도 한다.

모시잎이 들어간 송편은 쫄깃한 맛과 쉽게 굳지 않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전라도에서 주로 먹는 별미 떡이었다. 전라남도에서는 옛날에는 2월 초하루 중화절식을 노비일(奴婢日, 머슴날)이라 하여 노비들에게 노비송편을 나이 수대로 먹여 머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여 노비송편이라고도 불리었다.

 

모싯잎송편 가게

 

 송편 가게를 나와 백수해안도로를 걸어가면서 잠시 후회를 했다. 하루 종일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없어 저녁을 걱정해야하는데 이곳에서 송편을 구입해서 자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되돌아가기가 귀챦아 그냥 걸을을 옮겨 종점 가까이 가니 모싯잎송편을 파는 가게가 있어 여기서 송편을 구입하였다.

 

백수해안도로

 

숙소로 가는 길에서 보는 풍경

 

 38코스 종착점에 도착하여 아침에 전화로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니 큰 펜션단지에 있는 숙소에 주인이 없다. 전화를 하니 출타 중인데 문을 열어 놓았으니 들어가서 쉬라고 한다. 예약한 곳으로 가니 넓은 방에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펜션이다. 아침에 전화를 하면서 근처에 식당이 있는가를 물으니 없다고 해서 라면 두 봉지만 줄 수 없겠는가 하고 사정을 말했는데 라면도 두 봉지를 가져다 놓았다. 너무 고마웠다.

 

 땀으로 찌들은 몸을 씻고 라면을 끓여 먹고 송편도 먹고 배부르게 쉬고 있으니 주인장이 와서 요금을 치르면서 염치없게 커피 믹스가 있으면 두개만 얻고자 한다 하니 또 가져다 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누워서 TV를 보다가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