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서해랑길 35코스(돌머리해변 - 주포한옥마을입구 - 안악해수욕장 - 칠산타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35코스는 돌머리해변에서 출발하여 주포한옥마을과 안악해변을 거쳐 함평에서 영광으로 들어가 칠산타워에서 끝이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해안을 따라가는 19.0km의 길이다,

 

35코스 안내판

 

 34코스까지를 걷고 중간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다음날 아침에 옛날에 해 넣은 이가 갑자기 빠졌다. 만약 길을 걷는 도중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당황할 일인데 마침 예감이 이상하여 중간에 멈추고 집에 돌아와서 생기니 다행이었다. 그러다가 추석이 되고 추석연휴를 보내다가 연휴의 끝에 다시 길을 걷기로 하고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하여 광주로 가서 다시 함평으로 가고 그리고  돌머리해변에 도착하니 11시 경이 되었다. 미리 예정한 시간이었기에 시간을 맞추기로 하고 길을 시작했다.

 

돌머리해수욕장의 여러 풍경

 

해수욕장 옆의 함평만해안도로

 

 돌머리해수욕장을 지나 조금 가면 조그마한 어항이 나타난다 바로 주포항이다. 주포는 과거에는 주항포(酒缸浦, 1865년 간행 대동지지지명)라 하였고, 1900년대 초부터 주포(1906, 1924, 1934년 간행 군지 지명)로 불렀으며 일제강점기 때 주포방조제가 건설된 간척 공사 이후는 신설포라는 이름과 함께 불리었다. 인근은 물론 먼 지역에서조차 널리 알려진 이름은 수랑개’, 또는 주포였는데 수랑개란 바다를 막은 간척지여서 진흙탕 즉 수렁이었기에 수렁인 갯가라는 뜻이며 주포라는 이름은 주막이 많은 포구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함평만에서 잡히는 황실이(강달어), 준치, 또 칠산바다에서 잡히는 조기 등의 어획물이 집산되는 곳이 바로 주포였다. 따라서 1955년까지는 크게 번창하여 수많은 주막이 있었으며, 신설포는 주포라는 별명으로 불리었고 그 별명은 이제는 본 지명(주포)으로 바뀌었다.

 

 주포는 1955년 이후 사양길에 접어들어 거의 폐항이 되었으나 1962년부터 돌머리 해수욕장이 개장되고 각종 횟집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본래 포구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현재는 아름다운 함평만 낙조 및 해수욕장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이곳을 지나면 아름다운 한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갑자기 무슨 한옥 촌이 이렇게 크게 나타나는지 조금 의아하지만 바로 주포에서 특징적인 한옥마을이다.

 

 주포한옥마을은 201108월에 전원마을 사업대상지 확정(농림축산식품부)되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현재 48개 필지에 한옥 건축이 완료되어 서해안 정취를 느끼며 민박 체험이 가능한 곳으로 꼭 한번 민박을 해볼 만한 곳이다. 내가 원래는 저번 여정에서 이곳에서 민박을 하는 것이었는데 사정이 꼬이어 지금은 그냥 지나친다.

 

주포한옥마을의 여러 모습

 

해수찜질

 

물이 빠진 갯벌

 

 두루누비의 안내에 의하면 만조시에는 우회하라는 구간이 있는데 우리가 물 때를 알 수가 없으니 그냥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여러 곳에 이런 공고가 보이는데 만조 시간을 좀 알려 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행히 내가 길을 갈 때는 물이 빠져 있는 시간이라 해안의 길이 아니라 바닷가 모래밭 위를 걸어 그 구간을 통과하였다.

 

물이 빠져 걸을 수 있었던 구간

 

재래식 고기잡이 방식

 

이정표

 

멋있게 지어 놓은 버스정류장

 

방파제 위에서 보는 갯벌의 모습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보는 갯벌의 기하학적인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서해안을 걸으면서 얻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예전에는 그냥 무신경하게 보았는데 자꾸 보게 되니 그 물길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었다. 사람의 손으로는 그렇게 그릴 수가 없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 잠시 쉬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그마한 정자가 보였다. 저곳에서 잠시 쉬어야지 하고 갔더니 40대로 보이는 부부가 거의 20살이 되어 보이는 두 딸과 함께 일가족이 몰지각하게 정자위에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휴식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정자인데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사람의 휴식을 막고 정자위에 텐트를 치는 것은 너무나 몰지각한 행동이라 눈쌀이 찌그러졌다. 말을 해도 알아들을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계단에 앉아 잠시 쉬다가 길을 떠났다. 아직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가 궁금했다.

 

정자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일가족

 

 

 길을 계속 가니 월천방조제가 나오고 방조제를 걸어 나가니 안악해변이 나온다. 지금은 여름의 물놀이 때가 지나서 많지는 않지만 제법 여러 가족들이 휴식을 하고 있으며 갯벌에서조개를 캐는 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에 좋은 것인데 그렇지 못한 요즈음의 현실이 아쉽다.

 

 

 길을 가다가 보니 무슨 기념비같은 탑이 보인다. 무엇인가가 항상 궁금하면 꼭 둘러본다. 그래서 가까이 가 보니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노래비다.

 내가 초등학교(지금의 초등학교) 학생이었던 때에 KBS 라디오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과 동명의 주제가였던 이 곡은로 1966년에 발표되어 긴 세월 동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가수 이미자의 대표곡인데,  '섬마을 선생님'의 배경지가 안산시 대부도의 대남 초교라고 한다.

 '섬마을 선생님'은 이경재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로 열아홉살 섬색시가 섬을 떠나는 총각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일주일 만에 큰 히트를 쳐 가요계가 들썩들썩했었다.

 

 그런데 함평 안악해변 입구에서 이 노래비를 만나니 조금은 의아했다. 이 노래비는 드넓은 바다 갯벌이 드러나는 도로 옆에서 만날 수 있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노래비

 

 조금 가면 안악해변이 나온다. 서해안의 해수욕장 해변은 아주 넓다. 조석간만의 차가 심하기에 물이 나가면 수 km의 모래밭과 갯벌이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함평군 손불면 월천리에 있는 안악해수욕장은 1991년에 새로 개발된 해수욕장으로 백사장 길이만도 200m가 넘는 대형 해수욕장이다. 넓은 백사장과 주위의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객들이 천막을 치고 아이들과 함께 노는 휴식공간으로 매우 좋은 곳이다. 또 함평만 갯벌에서 나오는 싱싱한 해산물이 입맛을 돋우고, 아직은 덜 유명한 까닭으로 깨끗하고 조용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함평만이 바라보이는 해수욕장 주변의 해변도로는 석양을 감상하기에 좋아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보지를 못했다. 내가 지나는 시간이 한낮이었다.

 

안악해변

 

 안악해변을 지나 해안을 따라 계속 가서 함평항을 지나니 저 멀리에 칠산대교가 보인다. 무안의 도리포에서 보던 그 다리다. 도리포에서 저 다리만 건너면 칠산타워인데 나는 빙 돌아서 약 60km를 넘게 걸어 왔다.

 

갯벌

 

칠산대교의 여러 모습

 

 칠산대교는 영광군 염산면과 바다 건너 무안군 해제면을 잇는 1.82의 해상교량으로 20121218일에 개통되었다. 이 다리의 개통으로 이전에는 무려 62km를 돌아서 가야 했던 거리를 단 3km로 줄여 주어 운행시간을 70분에서 5분으로 단축시켰다.

 

 칠산대교를 지나면 높이 우뚝 서 있는 칠산타워를 만난다.

 

 전남에서 가장 높은 111m의 전망대로 영광군 염산면 향화로에 있는 칠산타워는 영광군 11개 읍면이 하나로 화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층과 2층에는 여러 가게가 있고, 3층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하게 펼쳐진 칠산 앞바다와 주변 육지가 한 눈에 들어와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옆에 보이는 칠산대교는 무안군 도리포에 연결되어 통행 시간을 절약해 준다.

 

칠산타워

 

칠산타워에서 보는 풍경

 

 칠산타워에 올라가려니 입장료를 받는다. 안내에 보니 경로는 무료라 하여 신분증을 보이고 타워로 올라가니 눈이 탁 트인다. 사방을 둘러보니 한쪽면만 육지가 보이고 나머지는 넓은 바다다.

 전망대에 커피를 팔고 있어 한잔 사서 마시면서 느긋하게 주변의 경치를 즐기고 내려오니 비가 오고 있다. 겉옷을 꺼내어 입고 다시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