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 그리스문명 산책 - 크레타 크노소스 궁전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고대 유럽의 가장 오래된 도시 크노소스 

 

 크레타문명은 고대 그리스문명의 모태가 된 듯하다. 고대의 가장 강력한 국가는 이집트였다. 그리고 문화도 가장 발달되어 있었다. 그 이집트문명이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지중해에 처음 도달한 곳이 아마 크레타일 것이다. 그리고 크레타에서 펠레폰네소스반도로 상륙하여 미케네문명을 만들고 다시 이 미케네에서 아테네로 문명이 이동했으리라는 것이 대개의 의견인 듯하다.

 

 이 유럽문명의 기초가 되는 크레타문명의 중심은 바로 미노아문명이다. 그리고 신화의 궁전 크노소스는 미노아문명의 상징이다. 우리가 잘 아는 라비린토스(미궁), 미노타우로스, 테세우스, 다이달로스, 이카로스의 신화 등이 모두 여기가 배경이다.

 

 이 궁전은 그리스 신화에서 미노스왕이 아내가 낳은 반은 인간, 반은 황소였던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지은 궁전이라 한다. 섬의 북쪽 해안 현재의 이라클리온시 남쪽 약 6km 지점 구릉 위에 있다. 크노소스에 있던 고대 왕국의 궁전으로, 궁전은 동서 170미터, 남북 180미터 규모로 장방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60m×29m 정도의 직사각형의 중앙광장을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왕과 그 가족을 위한 거주구와 공방, 서쪽으로 제례와 정치를 위한 공실, 창고 등 약 1200내지 1400개의 작은 방이 미로와 같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심한 붕괴로 상부구조는 분명치 않으나 2층 또는 3층 부분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며, 일종의 수세식 변소, 도관()을 이용한 하수도 등도 발굴되었다.

 

 크노소스의 한 가지 특징은 다른 고대 도시들이 대개 신전 중심의 도시라면 크노소스는 왕궁 중심의 도시라서 신에 관한 장식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부의 벽이나 천장의 대부분은 궁정풍속, 동식물, 새, 물고기 등을 그린 회화로 장식되어 있다. 현재의 프레스코는 다 복제품이다. 진품은 이라클리온고고학박물관에 있다.

 

 크노소스는 고대의 왕궁건축 중 가장 규모가 큰 궁전 중의 하나이며, 또한 그 복잡한 설계로 옛날부터 ‘라비린토스(미궁)’로서 유명하였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가 이 미궁 깊숙이 살고 있는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하고, 왕녀 아리아드네와 함께 섬을 탈출하는 이야기는 잘 알려졌다. 

 

 20세기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크레타 문명은 트로이와 같이 신화 속에나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트로이의 슐리만과 비슷하게 미노스 왕의 전설을 믿고 크레타 문명을 찾아나선 사람이 바로 영국의 고고학자 아서 에번스(Authur Evans. 1851~1941)였다.

 

 그는 크레타 문명의 존재를 믿고 입증하기 위해 크노소스 궁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게파라 언덕을 사들여 1900년부터 발굴을 시작했다. 발굴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로마와 그리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차례로 발견되었다. 크레타문명이 3,000년 동안의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에번스는 그 자신의 예상대로 크레타 문명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유적은 에번스에 의하여 어느 정도 복원되었으나 그가 콘크리트 같은 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원래 그대로의 설계와 건물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데에 어려움을 남겼다고 현대에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에반스의 공을 폄하할 수는 없다.

 

그 뒤 크레타 섬 이곳저곳에서 크레타 유적이 속속 발견되었다.

 

 에번스는 그의 전 생애를 크레타 문명 연구에 바쳤는데그의 공헌으로 크레타 문명에 대한 연구는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이 에반스의 공을 기려 크노소스궁전 입구에는 그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크노소스의 많은 출토품은 이라클리온고고학박물관에 수장 전시되어 있다.

 

 오늘날의 크노소스는 옛날의 궁전의 자취만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비록 복원하였다고 하지만 허물어져 있는 건물의 일부와 돌덩이들, 그리고 조금은 복원이 조잡해 보이는 프레스코화의 일부를 볼 수 있지만 여기는 크노소스다. 이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크노소스궁전

 

 

 

에반스의 업적을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

 

 

크노소스 입구

 

 크노소스를 찾아가는 날에 비가 제법 내렸다. 비를 맞으며 크노소스궁전에 가니 입장객은 나와 아들뿐이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니 어떤 노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보니 우리나라의 문화해설사와 같은 사람들이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해설료가 제법 된다. 거절을 하고 들어가니 이런 사람들이 제법 있으면서 가격을 흥정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나름대로 보고 갈 예정이기 때문에 다시 거절하고 발걸음을 궁전쪽으로 향했다.

 

 

 

 

크노소스궁전 터와 주요 관람 안내도

 

이 궁전 안내도가 아주 상세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안내도를 참고해서 그냥 구경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모습들이다.

 

 

크노소스의 상징처럼 알려진 검은 황소의 모양. - 궁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South House 설명과 건물

 

 

 이 유적을 구경하는데 공작새가 처량하게 비를 맞고 앉아 있다. 조금은 생퉁맞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고대 유적을 지키고 있는 듯해서 반가웠다. 조금 뒤에 다시 보았는데 이 크노소스에는 제법 많은 공작이 있었다.

 

 

 

크노소스의 상징인 황소뿔 모형이 있는 주된 궁전의 모습

 

 

 

 

 

남쪽 프로필라이움(propylaeum)에 그려져 있는 항아리를 든 사람의 벽화

 

 프로필라이움(propylaeum)은 고대 그리스의 신전이나 성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운 문으로 이 벽화로 유럽인의 특징을 가진 크레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기름항아리로 사용되었다고 추정한다.

 

 

 

 

 

   

 

 

머리 부분은 공작의 모습이고 몸통은 사자의 형상의 프레스코

 

 

왕좌의 방에 대한 설명판

 

 

 

 

 크노소스는 정말 복잡하다. 건물이 정학하게 지하 몇 층인지도 모르겠고 지상의 건물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도 분간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테세우스의 신화 중 미궁에 대한 부분만을 소개하면,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하기로 결심하여 스스로 제물이 되겠다고 자원한 테세우스는 무기를 갖고 들어갈 수 없었지만 맨손으로도 충분히 괴물을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의 탈출 방법이 문제였다. 일단 라비린토스(미궁)에 들어간 사람은 설령 미노타우로스를 죽인다고 해도 얽히고 설킨 미로를 헤매다가 두 번 다시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 넘는 것이다. 테세우스에게 한눈에 반한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가 미궁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 실뭉치를 주면서 실끝을 입구에 묶은 다음 미궁으로 들어가서 그 실을 따라 나오라고 한다. 아리아드네의 말을 따른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맨손으로 때려죽이고 실을 따라 무사히 미궁을 탈출했다. 약 1400개의 방이 있다니 오죽하였겠나 생각이 된다.

 

 

 

 이 궁정의 동쪽 면의 중간에 거대한 계단(Grand Staircase)이 있는데 이것을 따라 내려가면 동쪽 날개(East Wing)에 이른다. 이 동쪽날개에는 왕과 여왕을 위한 분리된 왕가의 방들이 있다. 거기에는 훌륭한 프레스코화와 욕실, 화장실, 왕좌의 방들이 있는 거대한 방들이 있다.

 

 

  

 

동쪽 건물

 

 

 

 

기름 항아리

 

 

 

 

궁전의 벽

 

 

 

크노소스 기념품가게 앞에 핀 꽃

 

 

 

 

 

 

 

 

 

 

크노소스궁전의 여러 모습들

 

비를 맞으며 크노소스를 이리 저리 다니면 구경을 하였다. 해가 밝게 비추는 크노소스도 좋을 것이나 폐허가 되어 있는 크노소스에 비가 내리니 과거의 번창하던 모습이 다 사라지고 황폐한 유적만 남아 있는 모습에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가진다.

 

 이 크노소스에는 모든 유물들은 복제품이고 건물들의 모습은 에반스 이후에 복원된 것이다. 크노소스의 진짜 유물과 프레스코벽화 등은 이라클리온고고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제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으나 크레타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만이라도 만족해야 한다.

 

 

 이렇게 번창했던 크레타는 왜 사라졌는가? 하는 의문은 지금까지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에번스는 대규모 천재지변으로 멸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B.C. 17세기에 일어난 산트리니 섬의 대폭발을 천재지변의 증거로 말하지만, 이 주장 역시 확실하게 증명되지는 않았다.
 현재도 크노소스를 비롯한 크레타 유적에 대한 발굴과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니 크레타 문명이 사라진 원인은 이런 조사들이 모두 끝나게 되면 밝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노소스 주변에는 기념품가게와 레스토랑이 많았으나 비수기라 대대부분이 문을 열지 않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버스를 타고 이라클리온으로 돌아 왔다. 크노소스를 마지막으로 나의 그리스 문명 산책여행은 끝났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까지 가볍게 휴식을 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 때가 되니 아들이 숙소 가까운 곳에 보아둔 곳이 있다고 가자 한다. 자그마하지만 조용한 레스토랑에 가니 일본인으로 보이는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온 것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 것을 보아 여행에서 고생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부모가 데리고 다니면서 책에서만 아니라 실제로 교육을 하는 것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는 저와 같은 젊은시절에는 왜 그리도 바쁘게 살았는지를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많은 곳을 여행하기는 했지만.....  한국사회가 이제야 좀 여유가 있는 사회인 것이다. 우리가 젊은 시절은 여유가 없는 시절이었다. 이제라도 나는 아들과 함게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니 그것만이라도 만족할 일이다.

 

 식당은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식당의 벽에는 축구포스터와 유니폼이 걸려 있고, 또 각종 장식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레스토랑 전경

 

 

 

식당 벽에 걸려 있는 여러 장식들과 술병의 진열

 

 

 

 

 

맥주와 저녁식사

 

 아들이 어느 지방을 가던지 그 지방의 맥주가 있으면 꼭 한병을 시켜 함께 맛을 보고 맥주맛을 이야기 한다. 유럽의 각 지방 맥주는 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조금 쓴 맛이 강한 것도 있고 보리 맛이 약간 강한 것도 있고 조금씩은 미묘하게 다르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각 지방에서 그 지방의 맥주를 마셔 보는 것도 한 재미일 것이다.

 

 

 

식사를 마치니 후식 겸 서비스로 꿀에 절인 과일과 나프폴리오의 식당에서 주던 그리스 술 라키를 한 병 준다. 그래서 이 술도 마시고 쉬다고 숙소로 돌아 왔다. 이제 그리스여행은 이것으로 끝났다.

 

내일이면 터키로 간다.

 

 

- 그리스 여행을 마치며

 

 나의 그리스 문명산책은 아무런 지식이 없이 시작되었다. 남들이 다 가지고 가는 여행안내서도 없이, 아들이 가자는 곳을 그저 따라만 다닌 것이다. 물론 그리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단순하게 책을 조금 읽고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익힌 것이 대부분이지 실제로 그리스 문명이 어떠한지는 전혀 모르고 무작정 다닌 것이다.

 

 돌아와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그리스에 대해 조사도 하였고, 그리스 문명에 대해서도 책을 좀 읽어 보았다. 그러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전에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사전 지식이 없이 내 눈에 보이는대로 보아야 하는지를......

 나는 이점에 대해서 생각을 굳혔다. 사전 지식이 없이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고. 왜냐하면 사전에 책을 통해 지식을 가져가면 문명이나 문화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보는 것도 내가 가진 지식의 한계에 사로 잡혀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자유롭게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다녔다. 물론 아들녀석이 다 계획을 세워서 애비를 데리고 다녔지만......

그래도 다녀와서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여러 편 보니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본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점이 나를 행복감에 젖게 만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내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다.

젊은 아들이 나이든 아버지를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둘이서 배낭을 메고 한달 이상이나.

 

 하여튼 우리는 그리스여행을 마치고 내일은 터키로 가서 당분간 터키를 여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