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80 코스(회진시외버스터미널 - 신리마을 - 마량항)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80 코스는 회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이청준 소설의 주요 무대인 선학동을 지나 이청준 생가를 지나면 해안이 펼쳐지고 그 해안을 따라가서 신리마을을 통과하여 마량항에 이르는 20.0km의 길로 오롯이 이청준의 향기를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80 코스 지도

 

80 코스 안내판

 

코스 안내판 옆에 있는 이청준소설문학길 안내

 

 저번 여정을 회진에서 멈추었기에 이번 여정을 시작하려고 집에서 출발하여 회진으로 가니 벌써 어둠이 내려 왔다. 집에서 회진까지 오는데도 6시간이 더 걸렸다. 회진에 도착하여 숙소를 정하고 저녁밥을 먹고 돌아와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코스 안내판 옆에는 장흥 출신인 한승원과 이청준을 소개하는 안내가 보인다. 내가 젊었을 대 가장 좋아한 작가가 이청준이었기에 그의 작품은 엄청나게 많이 읽었는데, 그 작가의 문학길을 걷고 그의 생가로 간다는데 묘한 흥분을 느끼며 기대감을 가지고 걷기를 시작했다.

 

  시작점옆의 나무 테크

 

 시작점에 있는 나무테크가 조그마한 언덕으로 올라가게 하여.테크를 올라가니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의 회진항을 조망할 수 있게 하였고, 뜻밖에 작은 성이 보인다. 회령진성이다.

 

 명량대첩을 앞둔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를 확보한 장흥군 회령진성(會寧鎭城)은 성종 21(1490) 4월에 축조된 만호진성(萬戶鎭城)으로 남해에 출몰하는 왜구를 소탕하는 수군진(水軍鎭)으로 세종실록지리지에 조선 초기에 이미 설치되어 있었음이 기록되어 있다. 회령진성과 그 앞 회령포구는 조선시대 선소와 선창이 있던 곳으로 이순신 장군은 회령진성에서 난파 직전인 배를 수리해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쳤다고 전한다.

 성은 마을의 뒷산을 이용하여 축성한 부정형 성이며 덕도·노력도·대마도·대구도·소대구도 등의 섬들이 진성을 바깥에서 보호하고 있다. 성벽을 돌아나오며 보니 성벽이 주민들의 집 담이 되고 있었다. 지금 남아 있는 성벽의 총 길이는 616m이며 동벽은 단애절벽 위에 축성하였으나 현재는 모두 훼철되고 마을의 집 부근 동문지(東門址)의 유구만 확인될 뿐이다. 북벽은 석축성이 끝나는 마을 주민의 집 담장 부근에 너비 4.4m의 북문지가 남아 있다. 서벽은 흙과 돌을 섞어 쌓은 성으로 길이 122m정도이고, 남벽은 대부분 훼철되고 길이 40m 정도의 석축이 남아 있다.

 

언덕 위에서 보는 회진항

 

회령진성의 모습

 

 회령진성을 내려와 해안으로 가니 동쪽에 해가 이제야 떠오르기 시작한다. 해파랑길을 걸으며 동해의 해돋이를 엄청나게 보았는데 남해를 걸으면서도 제법 많은 해돋이를 본다. 언제든지 어지서나 보는 해돋이는 항상 장관이다. 바다와 하늘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동전같이 조그마한 해가 모양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해돋이의 광경

 

 해돋이를 광경을 즐기면서 해안을 따라서 제법 가면 안쪽으로 돌아가게 길을 인도한다. 그 모퉁이를 돌아가면 목조건물이 나온다. 바로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다.

 

 천년학(千年鶴)2007년에 개봉한 임권택의 100번째 영화로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서편제가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이복동생의 이야기를 통해 소리로 승화된 정()과 한()을 그렸다면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천년학은 소리를 타고 한없이 날아오르는 남녀의 애절한 사랑과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 세트장은 유채꽃 흐드러진 벌판 위에 세워진 선술집으로 바로 천년학 남녀 주인공들이 마지막 만남을 가지던 장소이다.

내가 이청준을 좋아하여 소설<선학동 나그네>도 재미있게 읽었고, 영화를 좋아하기에 '천년학' 영화도 재미있게 보았다. 남도해변의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던 무대가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 

 

영화 천년학 세트장

 

 순천 보성을 거쳐 오면서 '조선수군재건로'라는 안내판을 자주 보았다. 조선수군재건로 600km는 이순신 장군이 1597년 진주 원계리에서 백의종군하던 중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을 받고 44일간 하동, 구례, 곡성, 옥과, 주암, 순천, 낙안, 보성, 회령포, 벽파진을 거쳐, 우수영에 이르러 명량대첩을 이룬 과정의 길이다.

 

 '천년학' 세트장을 지나 조금 가면 유명한 선학동이 나온다. 따뜻한 봄에는 노란 유채꽃이 마을을 뒤덮고, 가을에는 맑은 바람과 푸른 하늘 아래 하얀 메밀꽃이 피어 아름다운 경치가 유명한 곳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곳이다.

 

선학동 표지 입석

 

길가의 풍경

 

선학동마을 설명판과 마을전경

 

 이곳에서 작은 산을 넘어 이청준의 생가로 있는 곳으로 길이 나 있다.선학동마을을 아래에 두고 빙 돌아나가는 길을 따라 가면 이청준소설문학길이다. 이곳에는 이청준의 여러 소설에 대한 해설과 이청준에 대한 소개가 아주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가 이청준을 엄청 좋아했으므로 대부분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즐겁게 보고 산을 넘었다.

 

 여기서 간단하게 이청준을 소개하면  그는 193989일 장흥군 대덕면(현 회진면)진목리에서 태어났다.

1965년 소설가로 등단하여 40여 년 동안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데로 임하소서', 등을 비롯해 중단편 150 여 편을 발표했다.

 

 

 

 <이청준소설문학길>은 회령진성에서 출발해 선학동 메밀꽃 단지를 지나 이청준의 생가와 묘소까지의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청준소설문학길 곳곳에는 나무로 된 판에 이청준에 대한 설명들이 써져 있다.

 

이청준소설문학길의 여러 모습

 

 산을 넘어 내려오니 이청준의 생가로 가는 표시가 있다.  비록 진목리 해안에 있는 묘소까지는 가지 못해도 이청준의 생가를 보고 싶었다. 생가는 남파랑길 코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지만 발길을 그곳으로 돌렸다. 이청준의 생가는 그저 조그마한 시골집이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았다.

 

이청준의 생가 모습

 

 이청준의 생가에서 내려와 마을길을 걸어서 해안으로 가는데 칠팔명의 40정도 되어 보이는 일행이 길을 걸어오기에 인사를 하니 남파랑길을 해남에서 부산으로 걷고 있는 일행이었다.

 

남파랑길을 걷는 사람들

 

벌판을 노니는 철새들

 

마을 집의 벽화

 

 

길을 가다가 보면 개매기체험장이라는 표지가 자주 눈에 보인다. 개매기는 갯고랑에 그물을 쳐놓고 밀물 때에 밀려든 물고기를 썰물 때에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 잡는 그물을 일컫는 말로 전통적인 어로 방법 중 하나이다.

 

 

 마량으로 가는 도중에 쉼터에서 잠시 쉬려고 보니 나와 같이 배낭을 가지고 길을 걷다가 쉬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이야기를 해 보니 인천에 산다고 하며 나이는 나보다 다섯 정도 아래로 남파랑길을 걷는 동료다. 서로가 겪은 경험을 이야기를 하니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전라도의 길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숙박지와 식당을 찾는 일인데 나는 숙박지를 그래도 찾아서 코스를 가고 있는데 그 사람은 숙소를 찾지 못하고 그냥 가는 중이라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잡아 놓은 숙소로 가자고 해서 나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결과를 먼저 말하면 삼일이나 같이 길을 걸으며 같이 먹고 잠을 잔 묘한 인연으로 맺어졌다.

 

 

 해안을 따라 계속 가니 마량방조제가 나오고 그 방조제를 지나면 마량항이 다가 온다. 2012년 제 15호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마량방조제는 태풍피해 재발을 막고자 항구적인 개량 복구 사업에 나서 800m 전 구간의 방조제 단면을 개선 보강하여 제방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금의 방조제 도로가 만들어졌다.

 

마량의 상징 말

 

 강진만의 끝자락에 위치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마량(馬良)말을 건너 주는 다리란 뜻에서 유래한 지명으로써 7세기 무렵 제주를 오가던 관문으로서 조공을 목적으로 제주에서 실어 온 말들을 중간 방목하던 목마장이 있었던 곳이다. 탐라의 사자가 신라에 조공할 때 배가 마량항 인근 구강포에 머물렀다 하여 탐진으로 불렸었으며, 고려시대 때는 강진만 일대에서 만든 고려청자를 개성까지 실어 나르던 뱃길의 시작점이었다.

지금 마량항의 해안 거리는 어지간한 항구이ㅡ 거리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번창한 거리다. 많은 관광객들도 보이고 음식점과 카페들도 많아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는 너무 좋은 곳이다.

 

마량항

 

 이곳에 도착하니 80 코스가 끝이 났다. 마침 점심시간이 가까워서 식당에 중국집에 들러 맛있게 점심을 시켜서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다음 코스로 발길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