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42 코스(남해바래길 안내센터 - 두곡해변 - 가천다랭이마을)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42 코스는 남해바래길 안내센터에서 출발하여 그림같이 고요한 앵강만을 끼고 만들어진 앵강다숲길을 걸어 두곡해변을 지나고 유명한 가천 다랭이마을에 도착하는 17.7km의 길이다 그런데 해안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해안의산과 언덕을 넘어가는 길로 생각보다는 힘이 드는 길이다.

 

남파랑길 42 코스 지도

 

남해바래길 안내판(남파랑길은 없다.)

 

신전숲 안내판

 

 원천마을의 파도 소리는 꼭 앵무새 소리와 닮았다고 한다. 바다와 새는 공통점을 찾기 힘들지만 두 개의 소리가 비슷한 덕분에, 뭍으로 움푹 파인 이 바다의 이름은 앵강만이 되었다. 동해를 닮은 절벽과 서해를 닮은 갯벌, 남해의 몽돌해변을 모두 품고 있는 우리나라 해안선의 특징을 모두 품고 있는 남해 앵강만은 다채로운 바다의 풍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과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의 또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쉬고 싶으면 바닷가 마을마다 방풍림으로 형성된 해안 숲 그늘에서 쉬면 된다.

 

 

 길을 조금 가면 화계마을이 나온다. 마을 앞 바다에 목단 꽃 같은 섬이 있어 화계란 이름이 붙었다는 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600살쯤 된 마을의 보호수인 느티나무다. 예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의 새순으로 한해 농사를 점쳤다고 한다. 새잎이 한꺼번에 같이 피면 모내기를 한 번에 끝내 풍년이 들고, 위아래로 나누어 피면 적기에 비가 오지 않아 여러 번에 걸쳐 모내기를 해서 풍년이 안 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잎이 바다 쪽 가지에 먼저 피면 풍어, 육지 쪽에 먼저 피면 풍년이란 말도 있다고 하는데 어느 쪽으로 피든지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올해는 어떤 모양의 잎이 어느 쪽에 먼저 났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무는 길을 걷는 여행객에게도 고마운 존재로 시원한 쉼터가 되어 주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화계마을 보호수(느티나무)

 

멀리 보이는 호구산

 

조그마한 다랭이논

 

 

 호구산을 바라보면서 호구산군립공원쪽으로 걸음을 옮겨 산을 등지고 내려서면 아래로 알록달록 예쁜 집들이 보인다. 미국 문화와 전통주택을 체험할 수 있는 미국마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파랑길은 독일마을과 같이 미국마을을 직접 거쳐 가는 길이 아니라 돌아나가는 길이다. 남해군은 차별화된 시책을 모색하던 중 미국에서 생활하는 교포들에게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실직적인 인구 유입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게 미국마을을 추진하였다.

겨울에도 따뜻하고 전국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이동면 용소리 일원에 약30억 원을 투입하여 약 24,790(7,500)규모로 미국식 주택 21동과 복지회관 및 체육시설들을 조성하였으며, 특히 주택의 경우에는 모두 목재구조로 한국에서 보기 힘든 특색 있는 주택을 건설하여 마치 미국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용소 미국마을로 옮겨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또한 미국의 전통주택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각 주택에서는 민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문화 및 전통주택 체험을 할 수 있다.

 

미국마을의 모습

 

미국마을 뒷편의 산길

 

도로가 길에 그려진 남해 바래여인의 모습

 

두곡 월포해수욕장

 

 두곡과 월포, 두 마을에 걸친 해변이어서 하나의 이름인 두곡월포해수욕장으로 불리는 이 원래 이름은 활처럼 휘어진 모양을 본 따 붙여진 순월개로이다.

 

 

 이곳을 지나 홍현 해변을 걸어가면 바다에 돌무더기가 보인다. 석방렴이다.

 석방렴(石防簾)은 해안가에 돌로 담을 쌓아돌담을 쌓아 고기를 잡는 원시적 어로시설로 석전(石箭) 또는 석제(石堤)라고도 하는데, ‘독살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달라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독장또는 쑤기담’, 제주도에서는 원담이라 부른다. 주로 경상도와 전라도 연안에서 여러 작은 잡어를 잡기 위하여 설치하였다. 간석지의 경사가 약간 급한 곳을 골라 반원형이나 자형의 돌담을 쌓아 만들었다.

 밀물 때에 돌담 안으로 고기들이 들어오면, 썰물 때에 돌담의 밑부분에 구멍을 뚫고 밀어 넣어두었던 통발을 들어내어 그 속에 든 고기를 잡았다. 통발을 밀어 넣지 않는 석방렴도 있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석방렴 안의 조수가 절반 이상 줄었을 때 그 속에 갇힌 고기를 자루가 달린 그물로 떠올렸다.

 

석방렴

 

 

 홍현 황토휴양촌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앵강다숲길에서 원시림을 떠올리게 할 만큼 숲이 우거진 해안 오솔길이 가천다랭이마을까지 이어진다. 2.5해안숲길 안내판에서 약 1시간이면 가천다랭이마을에 들어간다. 오늘 따라 예전과 달리 몸이 피로함을 느꼈다. 그러나 다랭이마을까지는 가야 하기에 마지막 힘을 짜내어 등산로 같은 숲길을 나선다.

 

다랭이마을 가는 길

 

 피곤한 몸을 이끌고 쉬어 가면서 길을 가니 멀리 다랭이논이 보인다. 가천마을에 거의 다 온 것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앞으로 보이는 바다는 가파른 절벽이다.

 

 홍현리 가천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계단을 이룬 논이 언덕 위부터 마을을 둘러싸고 바다까지 이어졌다. 다랭이(다랑이)논이다. 다랑이는 좁고 긴 논을 뜻하는데 사투리로 다랭이, 달뱅이로 불린다. 45도 이상의 경사 비탈에 108개 층층계단, 3평밖에 안 되는 작은 논부터 300평짜리 논까지 크기가 다양한 680여 개의 논이 있다고 한다. 길도, 집도, 논도 산허리를 따라 구불거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섰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다랑이촌인 경남 남해군 가천다랭이마을200513일 대한민국 명승 제15호에 지정됐다. 설흘산(482) 산비탈의 가천마을은 해안 절벽으로 인해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댈 곳이 없어 고기잡이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주민은 가파른 산비탈에다 계단식 석축을 쌓고 그 안에다 흙을 채워 논농사를 지었다. 그렇게 만든 집과 논은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제비집을 보는 듯 위태로웠다.

가천다랭이마을은 척박한 땅을 한 뼘이라도 더 개간해 손바닥만 한 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던 섬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잘 보여준다. 힘겹게 농사를 짓던 다랭이마을은 이제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로 각광받는다. 선조의 땀이 밴 한 뼘의 역사가 큰 희망이 된 셈이다.

 

다랭이마을의 주변 풍경

 

 정자에서 좀 쉬다가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을 따라 위로 올라가니 이 코스의 종착점이자 다음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그런데 남해바래길 안내판만 있고 남파랑길 안내판은 없다. 조금 살펴보다가 위로 올라가 다랭이 맛집으로 들어간다. 원래는 한 코스를 더 걸을 생각이었으나 몸이 피로함을 느껴 오늘의 여정은 여기에서 끝내기로 생각했다. 늦었지만 점심을 먹으려고 밥을 시켰으나 밥맛도 없었다.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하고 생각하며 빨리 돌아가 휴식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식당에 이야기를 해서 택시를 호출하여 남해공용터미널로 가기로 하였다. 오랜 길을 걷다 보니 컨디션이 좀 떨어지는 날도 있는 것이다. 그런 날은 스스로 조심을 해야 한다.

 

 

 택시를 타려고 다랭이마을 관광안내소로 올라가니 그 곳에서 아래를 보는 경치가 더 좋다. 가까이서 보아 좋은 것도 있고, 멀리서 보아 좋은 것도 있는데 이 마을은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좋아 보였다.

 

관광안내소에서 보는 풍경

 

 호출한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말을 걸어오기에 이야기를 하니 부산가는 버스시간을 보고 그 시간에 맞추어 터미널에 도착하겠다며 길을 재촉한다. 기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터미널에 도착하니 5분이 남았다. 그래서 차표를 끊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햇다. 기사가 아니었으면 다음 차까지 한 시간도 더 기다려야했데.....

 

 너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