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수능엄사 - 바다를 앞에 둔 작은 절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향기로운 절집, 수능엄사...

 부산갈맷길을 걸어야 하는데 장마비가 계속되어 길을 걸을 수가 없고 시간도 맞지 않아 잠시 시간을 때우려고 벌써부터 생각해 두었던 수능엄사를 가보기로 랬다. 

 

 수능엄사는 부산 하단 낙동강 하구언에서 철새도래지인 을숙도를 지나 녹산 수문 쪽으로 다리를 건널 즈음에 조그마한 바위언덕 노적봉을 돌아가면 남해를 바라보며 고즈넉이 앉아있는 절집이다. 옛날에는 바위산을 돌아서는 작은 길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간신히 차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길이 절 앞마당까지 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절은 조선조 말엽에 창건된 사찰로 향림 스님이 1970년대에 주석하며 오늘의 도량을 만들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절에는 절에 얽힌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듯이 이 절도 한일합섬 창립자 김한수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김한수가 어린 시절 그의 모친이 이곳 바다에서 조개를 열심히 줍다가 밀물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고립되어 죽었구나 했는데 눈을 떠보니 현재 능엄사 자리에 떠밀려 와있어, 이곳이 생명을 다시 살려준 것이라 여겨 불심이 강한 그의 어머님은 노적봉을 보고 저 산의 높이만큼 돈을 쌓아두고 사는 부자가 되어 이곳에 절을 세워 부처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게 해달라고 축원하였다 한다. 이후 김한수는 일본으로 건너가 포목점에서 일하다가 1944년 그 때 돈 5천원을 가지고 귀국하여 경남모직을 설립했고, 한일합섬을 만들었다. 어머님의 축원대로 부자가 된 김한수는 대처승이 이절을 매입하여 조계종에 시주하고, 계속하여 불사를 하였다고 한다.

 

 능엄사가 자리해 있는 이곳 노적봉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남해대전 때 볏가리를 쌓아놓고 조석으로 하얀 횟가루를 뿌려 군사가 많이 주둔한 것으로 위장하여 왜군이 침범을 하지 못하게 한 역사가 있는 곳이다.

 

 능엄사는 한 여름에는 옛날 과거 장원 급제자에게 내리던 어사화에 쓰이던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이 능소화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탐방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 여름에는 흐드러진 능소화를 보기가 어려웠다. 왜 그런지 궁금해 했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비구니 도량으로 깔끔하게 가꾸어 많은 종류의 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지하철 하단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능엄사입구에 내리면 녹산 수문 공원이 먼저 반긴다.

 

녹산수문과 자그마한 수문공원

 

녹산수문 주변

 

수능엄사입구

 

작은 바위언덕 - 노적봉

 

주차장에서 보는 녹산 앞바다

 

능엄사 표지석

 

꽃으로 치장된 법문

 

수능엄사의 여러 모습 - 여러 꽃들이 피어 있다.

 

언덕 위의 능소화

 

언덕 위의 산나리와 능소화

 

 

 올해 유난하게 능소화가 보고 싶었다. 길가를 가다 보면 능소화가 제법 예쁘게 핀 것이 눈에 보이곤 했지만 수능엄사 능소화를 보고 싶어 갔는데..... 올해 수능엄사에는 능소화를 보는 것이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자연의 이치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기에 예쁜 절집을 구경하는 것으로 발길을 돌려 나오다가 뜻밖의 행운을 만났다.

 

 점심 때가 되어 시장기가 돌았는데 절입구에 외따로 떨어진 곳에 국수전문집이 있었다. 사람도 다니는 곳이 아니고 마을이 있는 곳도 아닌데 왠 국수집이지....하고 들어가 냉콩국수 한 그릇을 시켜 먹었는데 뜻박에 좋은 집이었다. 이 수능엄사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국수 한 그릇을 먹어 보시기를....

 

국수집 '그집'

 

 

 뜻밖의 이 국수집은 손님이 많았다. 아마도 제법 알려진 집인가 보다 생각을 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런 좋은 집을 만나는 것도 큰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