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 -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아들과 함께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한달간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러시아를 여행하였습니다. 이제부터 그 여행기를 계속하여 올리겠습니다.

 

1.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의 여행 지도>

 시베리아!

 

 나이를 어느 정도 든 어른들에게는 동토의 땅으로 알려져 있고, 젊은이들에게는 엄청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개발이 되지 않은 땅으로 타이가 삼림과 툰트라의 평원으로 낭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꼭 여행해 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하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해 보고 싶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어떻게 타고, 어디에서 출발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시베리아를 꿈꾸고 있다.

 

 지리적으로 시베리아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편의에 의해 태평양의 끝자락인 아시아 끝에서 모스크바 사이를 지칭하는데 우랄산맥을 기점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두산백과의 설명에 의하면 시베리아는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북아시아 지역으로 러시아어로는 시비르(Sibir)라고 한다. 러시아 연방에서는 자연 ·인문 양면에서 우랄산맥 동쪽 사면에서 태평양 사면의 하천 분수령까지를 ‘시베리아’라고 부르고, 태평양 사면 부분을 ‘극동부’라고 하여 시베리아와는 명확히 구분한다. 또, 러시아 연방 국민경제회의의 경제지역 구분에서도 ‘넓은 의미의 시베리아’는 우랄, 서시베리아, 동시베리아, 극동지방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즉, 러시아의 개념으로 시베리아는 동서 7,000 km, 남북 3,500 km, 면적 650만 km2이고, 극동지방을 포함한 광의(廣義)의 개념으로는 면적 1380만 7037km2으로 아시아 대륙의 1/4을 넘는다. 라고 말한다.

 

 이 광대한 대지를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중간에 쉬지 않고 달리면 열차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7박 8일이 걸린다. 정확히 거리로 9,288km라고 러시아 국영철도회사에서 표시해 놓았다. 지구 둘레를 약 40,000km라고 하면 지구 둘레의 약 1/4을 기차로 여행하는 것이다. 웬만한 인내나 체력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쉽게 도전해 보지 못하는 여행이다. 물론 중간 중간에 내려서 러시아 여러 도시를 구경하면서 간다. 그러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바쁜 사람들은 중간에 쉬지 않고 논스톱으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7박 8일 동안 열차만 타고 광활한 대륙을 건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러시아와 수교를 하고 여행을 할 수 있게 되고 나서 나는 언젠가는 꼭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건널 것이라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없는 꿈이었다. 처음에는 러시아여행 자체가 어려운 시기였고, 또 직장에서 그 긴 시간을 휴가를 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0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러브오브시베리아’(2000년, 줄리아 오몬드, 리차드 해리스 주연)란 영화를 보고나서는 더욱 더 시베리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그 장엄한 자연의 대지를 한번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꿈을 꿀 수밖에 없었다.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서 실행에 옮기기에는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가고 나이가 60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꿈으로만 생각하고 그저 모스크바나 바이칼호수 정도는 한번 가 봐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누가 말했던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러시아 여행을 하게 될 줄을......

 

 2014년 1월에 군에 가 있는 막내 놈이 휴가를 와서 갑자기 하는 말이 자기가 전역을 7월 14일에 하는데 전역을 하면 아버지하고 시베리아횡단기차를 타고 러시아여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경비는 모두 아버지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不敢請固所願(불감청 고소원)이라 내가 아들놈에게 부탁을 해도 아들놈이 들어줄는지 모르는데 아들놈이 요청하는데 어찌 거절하랴. 옆에 있던 아내도 아무 말 하지 말고 무조건 가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도 가면 안 되는지 물었다. 아들의 말이 엄마하고는 중학교 때부터 함께 많이 여행했고 또 여행이 힘들 것도 같으니 아버지하고 둘이 가겠다고 했다. 아내도 선뜻 동의하여 감히 꿈으로만 여겼던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실행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아들이 아버지와 여행을 하면서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기특한 욕망도 들어 있었다.

 

 이 계획이 잡히고 나서 실제 출발하는 7월까지는 계속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무더운 7월과 8월 한국을 떠나 시베리아를 여행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몇 달을 보내며 준비를 했다. 준비래야 아들놈이 대부분을 계획하고 나는 그저 뒤에서 바라보며 따를 뿐이었다. 준비하는 도중에 러시아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대해서도 여러 정보를 수집하였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정보는 생각보다 없었고 시중에 나온 러시아 여행기도 그저 감상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들놈이 휴가를 나오는 틈틈이 둘이서 함께 계획하고 준비를 하였다.

 

 그 계획의 대략적인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여행일정은 7월 16일부터 8월12일가지로 예정하였다.

- 그 이유는 아들놈이 7월 14일에 전역하고, 돌아와서 복학을 하기 때문이었다.

2. 출발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하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간다.

3. 시베리아횡단열차는 6인실을 타고 간다.

4. 음식은 무조건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먹는다.

5. 숙박은 호스텔에서 한다.

6. 러시아 현지에서는 되도록 걷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둘 다 걷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7. 러시아 각 지방의 미술관, 박물관 등을 꼭 구경한다.

8. 되도록 모스크바의 볼쇼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에서 발레를 관람한다.

- 왜냐하면 발레는 러시아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이런 계획을 세우고 우리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비행기로 가서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의 여정은 블라디보스토크(우스리스크 포함), 하바롭스크, 이르크추크(바이칼 포함),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정하였다. 그리고 일정에 맞추어 항공권과 기차표를 예약하고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항공권을 사는 것은 어느 시기에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여하튼 할인항공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예약하고 기차표를 예약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러시아 철도를 예약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는 큰일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당히 쉽게 할 수 있었다.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러시아 국영철도사이트에 영어 안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http://rzd.ru/에 접속하여 오른쪽 위에서 영어로 언어를 바꾸거나 또는 소치올림픽을 계기로 생긴 영문사이트- http://pass.rzd.ru/main-pass/public/en 에 접속하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국내에서 우리 일정에 맞추어 모든 기차표를 예매를 할 수 있었다. 러시아 철도를 타려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예매를 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괜히 말도 통하지 않는 러시아에서 열차표를 구입하려고 하지 마라. 러시아 기차역의 역무원들은 전혀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이 러시아어를 능통하게 말할 수 있으면 모르지만..... 한 가지 덧붙인다면 열차는 모두 침대석이다. 러시아 열차는 한 열차 안에 2인 1실(룩스), 4인 1실(꾸뻬), 6인 개방형침대(쁠라찌까르뜨)가 있다. 2인실, 4인실은 방의 구조로 문을 잠그게 되어있고, 6인실은 완전히 개방형 구조다. 나는 오히려 6인실이 더 안전한 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하여튼 열차의 침대는 2층보다 1층을 택하도록 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나중에 다시 말하겠다.

 

 열차표를 모두 예약하고 나서 이 일정에 맞추어 호스텔을 모두 예약하였다.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호화로운 호텔에서 잠을 잘 수는 없고 하여 하루에 우리 돈으로 25,000원 내외의 숙소를 구하였다. 숙소는 안전도를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시내의 위치를 중시 여겨 여러 차례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예약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예약이 크게 잘못 되지 않았다고 우리는 돌아와서 생각했다. 아니 어느 정도 만족하는 숙소였다고 생각했다.

 

 또 볼쇼이극장에서 발레공연을 예매하려고 했는데 모르는 것이 죄라고 볼쇼이는 8월에는 모든 것을 멈추고 휴가를 가버린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을 수배해 보니 우리가 필요한 날에 발레 ‘지젤’을 공연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표도 미리 예매를 하고 갔다. 공연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마린스키극장예매권

 

 이렇게 준비를 하고 난 뒤 아들놈이 마지막 휴가를 와서 떠나는 짐을 정리하고 아들놈은 부대로 돌아가 7월 14일 전역하고 나는 15일에 서울에 가서 만나 7월 16일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 여행의 장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