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6) - 하바롭스크의 첫날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6. 러시아 극동의 중심 도시 - 하바롭스크(첫날) -

 

 밤늦게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기차에서 잠을 깨니 06:00경이었다. 기차 안에서 창밖을 쳐다보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아 바깥이 어두웠다. 잠시 누워서 아무런 소득도 없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 시간쯤 지나니 창밖으로 해가 비치고 있다. 어제까지 우중충하던 하늘인데 그래도 해가 비치니 새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 들어 상쾌하다. 하바롭스크로 가는 열차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벌판과 곳곳에 울창한 숲과 큰 습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몇 시간을 달려도 산이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잠간만 야외에 나가면 보이는 것은 산뿐인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니 참 넓은 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이 땅의 주인이 아니었던 시절에 우리 조상들이 이 땅을 선점했더라면 우리나라가 좁은 반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륙을 호령했으리라 하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땅이 워낙 넓다보니 사람이 사는 곳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아니 사람이 사는 곳에 기차역이 들어섰는지도 모르겠다. 들판에는 이름도 모르는 러시아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기차는 계속 달려서 오전 10:18분에 하바롭스크역에 도착했다. 역 앞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역 광장으로 나가니 동상이 먼저 눈에 띈다. 하바롭프의 동상이다. 이 도시를 건설한 사람이 아니라 이 땅을 개척한 사람이란다. 그래서 이 사람의 업적을 기려 이 도시의 이름을 하바롭스크라 하였다고 한다.

 

 

 

 

 

 

하바롭스크행 열차와 내부, 그리고 잠자는 러시아 꼬마

 

 

 

 

 

 

 

하바롭스크 가는 도중에 펼쳐지는 시베리아 평원

 

 

 

하바롭스크 역과 하바롭프 동상

 

 역에서 나와 숙소를 찾아가는데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트랩(전차)을 타고 오면 된다고 안내에는 되어 있으나, 몇 번 트랩인지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니 안내는 무용지물이다, 아들 녀석과 의논한 뒤에 도시를 구경하는 셈치고 걸어가 보기로 했다. 역 앞에는 트랩이 다니는 찻길 주위에 숲이 울창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러시아가 워낙 넓은 땅을 가진 나라이다 보니 곳곳에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공원이 잘 만들어져 있다. 스마트폰 구글지도에 의존하여 숙소를 무작정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 이 구글지도가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구글지도에 의존하여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를 찾아가니 아파트를 개조한 것 같은데 아파트 입구가 꼭 무슨 수용소 감방에 들어가는 것 같아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숙소에 들어가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니 난감하여 겨우겨우 의사소통을 하여 짐을 맡기고 시내 구경을 하러 나갔다.

  

 

 

역앞의 공원 

 

 거리로 나가니 흐린 하늘에서 가끔 바가 뿌리기도 한다. 날이라도 맑아야 하는데 어째 불라디보스토크부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먼저 자연사박물관(정식 명칭은 하바롭스크 지역박물관)을 찾아보기로 했다. 오늘이 일요일이고 내일은 월요일이니 세계 어디에서나 대개는 월요일에 박물관 같은 곳은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시아 박물관과 미술관 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사진을 찍는 일에는 상당히 관대하다. 일정한 요금만 지불하면 전시물을 사진 찍는 것을 금하지 않는다. (입장료 : 350루블, 촬영료 : 110루블) 우리나라도 좀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싶었다. 사진을 찍는다고 훼손이 되지 않는 유물들도 무조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잘못된 제도를 바뀌어야 한다. 물론 사진을 찍으면 색이 훼손되는 특수한 미술품 같은 것은 러시아에서도 금지하고 있다. 이 박물관에는 하바롭스크 주변에서 발굴된 여러 유물들과 동, 식물 등의 자연물과, 하바롭스크를 개척한 여러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 나의 눈길을 가장 끈 것은 매머드의 뼈였다.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볼 수 없는 귀중한 유물이다.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엄청나게 큰 뼈를 그대로 전시하여 웅대한 매머드를 연상하게 하였다.

 

 

 

 

 

자연사박물관 전경

 

 

 

맘모스의 모형과 뼈

 

 

  

 

 

전시되어 있는 자연의 모습 

 

  자연사박물관을 구경하고 고고학박물관을 구경하러 갔다.(입장료 220루블, 촬영료 110루블) 아들놈과 나의 취향이 이 점에서는 일치한다. 나도 역사학과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었고 아들도 고고학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 아들 녀석은 심지어 대학을 고고학과로 갈까? 하는 고민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 지역이 과거 발해의 영토였으므로 ‘발해의 유물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박물관에 들어가니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발해의 유물들이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발해가 우리 역사라는 주장을 우리 학계에서 많이 하지만 아직 우리는 한반도에만 갇혀서 이 광대한 대지가 우리 조상들의 터전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역시 고고학박물관은 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우리나 여기나 흥미가 없는 분야임을 증명하고 있어 좀은 씁쓸하였다. 고고학박물관을 나와 옆에 있는 미술관과 전쟁박물관을 찾아 갔으나 무슨 일인지 문을 닫아 놓고 있어 구경을 하지 못했다. 미술관에서는 무슨 행사가 있어 일부만 구경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아들과 상의하여 일부만 보는 것은 효율성이 없다고 생각하여 구경을 하지는 못했다.

 

 

 

고고학박물관 입구

 

 

 

고고학박물관의 전시품중 일부

 

 

박물관 입구(공사중이었다)

 

 

 

 

 

 

 

 

박물관 뜰에 있는 조형물(아마 돌에 새겨져 있는 그림을 모사한 듯하다)

 

    

 

박물관 뜰에 있는 비

 

 

미술관의 전경

 

 

 

 

전쟁박물관의 전경

 

 시간이 아직 여유가 있어 아무르 강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하바롭스크는 이 아무르강을 중심으로 주변에 대부분의 관광지가 형성되어 있다. 아무르강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중국에서는 이 강을 흑룡강이라고 부른다. 날씨가 좋으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었을 것인데 날이 잔뜩 흐려서 뿌옇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다 보니 강이 상당히 넓고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르강 주변 위에 광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하바롭스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깜사몰광장이다. 하바롭스크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을 구경하면 대부분은 다 보았다고 생각된다. 이 광장 주변에 대부분의 박물관과 사원들이 있고, 아무르강을 조망하도록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해 놓았다. 이 광장주변에 있는 우스뺀스키사원(성모승천사원)은 하바롭스크의 랜드마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사원은 1917년 소비에트 혁명 이후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 이념에 의해 공산주의자들에게 파괴되었다가 2001년에 다시 재건된 교회다. 러시아정교회는 서양 교회와는 다르게 정십자 십자가를 쓴다.(녹십자, 적십자 같은 가로 세로 사이즈가 같은 십자가, 기독교는 세로변이 더 긴 십자가를 쓴다.) 그것은 교회를 건물에도 형태가 반영되어 있다. 기독교 교회들은 성전에 들어서면 제대까지 쭉 길기 때문에 그 웅장함이 있지만, 정교회 사원은 그렇게 넓은 예배당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하늘 높게 더더욱 올라가는 편이다. 그리고 이슬람 느낌도 풍기게 하는 비잔틴 돔이 있는데, 이 우스뻰스키 사원은 좀 더 뾰족하게 솟아 있는 모습이 그것과는 다르면서도, 하얀 배경과 푸른 지붕의 색의 대비가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바롭스크 어디에서도 이 사원의 첨탑이 보이니 혹시 길을 잃어버리면 이 사원을 보고 찾으면 되리라 생각된다. 저녁을 카페에서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에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사원이 또 보였다. 쁘라아브라젠스키 사원이라는데 일부는 공사중이지만 겉 모양은 매우 아름다웠다. 이 사원 주위에서 보는 아무르강의 모습을 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깜사몰 광장에서 보는 아무르강

 

 

 

 

깜사몰광장에서 보는 우스뺀스키사원(성모승천사원)

 

 

 

아무르강 유람선

 

 

 

 

 

 

 쁘라아브라젠스키 사원

  

 

 

 

쁘라아브라젠스키 사원에서 보는 아무르강

 

 

하바롭스크 거리를 달리는 부산의 버스

 

 숙소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고 차를 끓여 먹기 위해서 주방에 가니 여러 여행자들이 모여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약간 시장하기도 하여 음식을 좀 얻어먹을까 하여 손동작을 하면서 말을 거니 앉으라고 하였다. 아들놈도 불러서(왜냐하면 내가 혼자서 의사소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식을 얻어먹었다. 음식을 먹으며 자기 소개를 했는데 오스트리아 청년과 러시아 청년, 그리고 러시아 아가씨였다. 그들이 만든 음식은 러시아 토속음식이라 했는데, 이름이 запеканка (자페칸카 : 구워 먹는 음식)  영어로 zapekanka라고 하였다. 소고기에 감자와 당근 양파 버섯 등을 넣고 익혀서 먹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갈비찜과 유사하였는데 맛이 있었다. 내가 조금 시장해서인지 소고기 갈비를 꽤 많이 먹었다. 오스트리아청년이 맥주를 가져와서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여행 정보를 교환하였다. 오스트리아청년은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왔는데 기차에서 물이 가장 비싸니 미리 준비하고 열차를 타라고 하였다. 서로가 자신이 겪은 유용한 정보를 나누고 자신의 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나그네들의 공통된 인정이다. 처음에는 이 집이 인상이 좋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아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러시아청년들이 아주 순박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러시아어를 말할 줄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호스텔에 있는 종업원(대개가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어느 정도 영어가 되었으나, 일반인들은 의사소통을 하기에 너무 어려워 손짓 발짓과 느낌으로 알아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숙소에서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