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13 코스(배둔시외버스터미널 - 거류면사무소 - 통영황리사거리)
남파랑길 13 코스는 배둔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하여 3.1운동 창의탑 ~ 해상보도교 ~ 마동호 ~ 거류면사무소 ~ 통영시 광도면 황리사거리 순으로 이어진다. 마동호를 지나서 당동만의 여러 작지만 아기자기한 마을을 걸어가면서 고성과 통영의 아름다운 해안을 즐기고, 면화산 둘레길을 돌아 황리사거리에 도착하는 20.9km의 제법 긴 길이다.
13 코스 지도
오늘 예정한 코스가 13 코스와 14 코스이기에 아침 일찍부터 여정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배둔에 도착하니 8시 30분 무렵이 되었다. 간단하게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걷기를 시작한다. 배둔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는 제법 볼만한 거리가 있어 소개한다.
버스터미널 안에 있는 관광안내도
3.1운동 창의탑
남파랑길 안내도와 마을 소개
공룡의 도시임을 알리는 입구
여기서 남파랑길 13 코스 걷기를 시작하려고 주변을 보니 아마도 나와 같이 남파랑길을 걷는 것 같은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배낭을 메고 걷기를 시작한다. 이번 남파랑길 걷기를 하면서 이 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작년에 해파랑길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남해안 길에서는 제법 만나니 걷기도 대중화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오는 들의 모습
이제 4월이 되니 남쪽에는 안연하게 봄의 모습이 보인다. 들에는 푸르른 빛이 짙어지고, 온갖 꽃들이 피어 마음을 다사롭게 한다. 봄의 전령인 매회부터 벚꽃,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 산수유, 목련 그리고 동백을 비롯하여 따뜻한 양지에 있는 배나무도 하얀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본다. 물론 봄이 오는 길가에는 조그마한 야생화들도 꽃을 피우고 있다. 걷기를 하면서 보는 즐거움이다.
남해안은 해안이 꾸불꾸불하게 굽어져 바다라기보다 호수와 같이 만이 발달해 있다. 지금도 저번 코스에서 걸은 당황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황만을 따라 걸으니 거북선 모형을 보이는 다리가 나타난다. 당황만둘레길 해상보도교로 길이 150m, 폭 3m의 바다와 바다 사이를 잇는 다리로, 다리 건너기 전 길목은 당항만 둘레길과 연결되고 건너편은 청룡사 방면 육지를 잇는다.
이 다리의 특징으로는 보도교 한가운데에 설치된 거북선 조형물이 그것이다. 야간 경관 조명이 설치돼 있어 밤이 되면 물 위에 거북선이 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보지를 못했다. 거북선 모형을 다리 중앙에 만들어놓은 건 고성군 회화면 당항포가 임진왜란 해전지 가운데 하나여서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왜선 57척을 격파하고 승전보를 올렸다.
당황만둘레길 해상도보교
당황만둘레길 해상도보교에서 보는 당황만
거북선 모형
당황만의 풍경
당황만을 돌아가면 마동호습지가 나타난다. 바다를 가로 막아 방조제를 만들어 인공적인 내륙 호수를 만들었는데 이 호수가 마동호이다. 그리고 이 마동호가 국가보존습지로 지정되었다.
고성 서부의 대곡산과 천왕산 자락에서 발원해 북동쪽으로 흐르는 고성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인 마암면 삼락리 두호리와 거류면 거산리 등에 걸쳐 만들어진 마동호는 1962년 준공된 고성천 하구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제방을 쌓아 만든 400여 ㏊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습지다.
마동호는 황새와 저어새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3종을 비롯해 총 739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자생하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다. 특히 썰물 때 바닥이 드러나는 마동호 상류 지역 간사지 일대는 갈대밭이 넓은 면적에 걸쳐 형성돼 있어 습지로서 생태적 가치가 아주 높은 곳으로 매년 한반도를 찾는 다양한 철새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소중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마동호는 생물다양성·생태적 가치가 높아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전국 29번째이자 경상남도내 7번째로 2022년 2월에 지정됐다.
마동호 방조제
마동호를 지나 농촌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을 돌아 나가면서 앞산에 보이는 벚꽃이 핀 경치가 아름답다. 농촌 마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퇴락한 집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 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슬레이트 지붕을 쓰는 옛날 집부터 봄을 맞아 농사를 준비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는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을 내곡리와 외곡리 마을 길목에서 만났다.
농촌마을과 앞산 풍경
퇴락한 집
동림마을 표지
신당마을 표지
신당마을에서 다시 해안으로 나가면 당동만이 나온다. 이 당동만을 빙 돌아나가면서 보는 남해의 풍경에는 갯벌가 양식장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해안을 따라서 가다가 다시 면화산위로 올라가서 면화산 둘레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조선소(성동조선)이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 길을 막아 놓았으므로 산위를 걸어가면서 남해를 조망한다.
면화산과 가까워지는 인근 도로부턴 경사가 있다. 13코스 여정 가운데 가장 힘든 구간이다. 어렵게 언덕을 넘어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면화산 밑 비포장도로에 와 있다. 면화산을 경계로 한쪽은 고성, 다른 한쪽은 통영으로 행정구역이 나뉜다.
당동만의 모습
면화산 둘레길에서 보는 풍경
성동조선의 모습
면화산 둘레길을 돌아 나와 잠시 성동조선 구내의 길을 따라 걷다가 아스팔트 대로를 따라 걸으면 길 양쪽에 활짝 핀 벚꽃이 걷는 피로감을 감소시킨다.
길가의 벚꽃
이 길을 따라 걸으니 황리사거리가 나온다. 여기까지가 13 코스이다.
남해안의 잔잔한 호수와 같은 만을 끼고 있는 여러 마을은 조용하다.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선도 보이지 않는다. 남해의 갯벌과 양식장의 부표만이 나그네를 반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