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8코스(염포산 입구 - 일산해변)
8코스는 염포산 입구에서 염포산을 올라가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다시 산을 내려와 방어진항으로 가서 해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울산 대왕암공원을 보고 일산해변까지 가는 길이다. 코스의 거리는 비교적 짧은 곳이고 염포산도 그렇게 높지 않기에 다소 편안한 길이다.
염포삼거리를 지나 염포산 입구에 도달하여 이 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쉬다가 염포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울산광역시 동구 전하동과 북구 염포동의 경계를 이루는 높이는 해발 203.4m인 산인 염포산(鹽浦山)은 소금을 생산하는 포구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염포산은 마을 뒷동산 같은 작고 아담한 산이지만 높이는 낮아도 바닷가 산의 특성 때문에 주변 조망이 매우 뛰어나서, 최근에 산림을 조성하여 규모는 작지만 편백나무 숲길도 있고 벚꽃 길이 있어 꽃이 피는 봄이 되면 꽃 축제를 즐기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하늘길이라 칭하는 염포산의 걷기 길은 울산광역시 동구 일대의 월봉사와 염포삼거리를 잇는 둘레길로, 염포산 하늘길은 염포산이 바다에서 이어져 있으므로, 염포산(鹽浦山)에 조성된 길을 걸으면 마치 하늘을 끼고 걷는 길처럼 느껴진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총길이 6㎞이며, 차선과 폭은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는 둘레길로 염포산을 중심으로 월봉사~화정산삼거리~염포삼거리를 잇는 경로다. 염포산의 길은 적당한 오르내림이 있는 산길로 푸른 향기가 짙고 시원하게 트여 있으며, 걷는 내내 흙을 밟을 수 있다.
염포산 입구 안내도
염포산 약수터
산을 따라 걸어가면 적당히 땀이 나는 지점에 약수터가 있다. 물맛이 시원하고 좋기에 한잔의 물을 들이켜고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하고 다시 길을 계속한다.
염포산 산길 안내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보는 울산항의 여러 모습
염포산을 돌아 내려오면 멀리서부터 보이던 울산대교전망대에 도착한다. 지상 4층에 높이 63m인 전망대는 울산대교와 울산의 3대 공업지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산업단지와 울산의 7대 산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더구나 대개의 전망대는 입장료를 받는데 이 전망대는 무료이다. 꼭 올라가서 탁 트인 광경을 보기를 바란다.
울산대교 전망대의 모습
천내봉수대
봉수는 과거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못하였던 시대의 군사통신제도로 조망이 양호한 산정에서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국경과 해안의 여러 사항을 중앙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울산 화정 천내봉수대(蔚山 華亭 川內烽燧臺)는 울산광역시 동구 화정동에 있는 해발 120m 봉화산 정상에 위치한 봉수대로 울산광역시의 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되었다. 가리산 봉수대에서 연락을 받아 남목(南木, 현재 주전봉수)으로 전하던 곳으로, 울산만의 관문을 지키는 봉수대 가운데 핵심이 되는 곳이다. 흙으로 쌓은 지름 25m의 둥근 둑 안에 돌로 대(臺)를 쌓았는데, 그 지름은 8m이고, 높이는 7.5m이다.
천내봉수대를 뒤로하고 산을 내려가면 방어진 배수지를 지나고 곧 방어진항에 도착했다
방어진은 울산 동구 방어동에 있었던 나루로 바다로 돌출한 곶의 형국을 띠고 있으므로 예로부터 해양 진출의 교두보로서 역할을 해 왔다. 방어진의 지명 유래는 이곳에서 방어(魴魚)가 많이 잡힌다는 해서 생겼으며 세종 때 삼포(三浦)가 개항되면서 이곳 염포(鹽浦)에 왜인(倭人)이 드나들게 되었다. 삼포왜란 후 염포의 왜인들이 물러났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인들이 이곳을 군사기지로 삼았다.
조선시대에는 부근 일대가 국가 경영의 목장으로 이용되었고, 울산에 경상좌도병마절제사영(慶尙左道兵馬節制使營)이 있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중요시되던 곳이었다.
1917년 방어진 등대가 설치되었고, 천연적인 양항인 방어진항에는 방파제가 축조되었다. 일제 때 어업전진기지로 사용되면서 청어, 정어리, 방어, 고래 등의 수산자원을 바탕으로 크게 번성했으며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다. 방어진항은 울산만의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울산 시민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울산시가 공업도시로 급속히 성장하면서 개발되고 있으나 방어진 지역은 염포산(鹽浦山) 줄기가 해안까지 뻗치면서 해식애(海蝕崖)를 이루고 있는 지형적인 제약으로 대단위 임해공업단지의 조성이 어렵다. 따라서 이 지역은 자연 녹지대로 보존되면서 쾌적한 주거 공간으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어진항 입구로 들어가니 증곡 천재동의 여러 흔적이 보인다. 증곡선생은 내가 제법 잘 아시던 분이라 매우 친근감이 들었다. 증곡선생을 기려서 여러 기념조형물을 조성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언제 다시 와서 증곡선생을 추모하리라 생각했다.
천재동(1915~2007)은 울산 출신의 동래야류 예능 보유자이자 문화예술인으로 호는 증곡(曾谷)이다.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전일본아동화미술대회에서 특선하여 천재성을 드러내었다. 1939년 일본 가와바타미술학교 소묘과를 수료하고, 1943년 11월 귀국하여 울산의 방어진초등학교에 교사로 재직하였다. 25년간 평교사 생활을 하였으며, 토우 만들기와 창작가면 전시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화 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회고록에서 자신의 다섯 가지 전공을 토우, 동요 민속화, 연극, 탈·가면, 민속놀이라고 밝혔다.
1965년 10월 한국 최초의 창작가면전시회(제2회 천재동탈작품전)를 시작으로 1999년까지 25회의 탈 작품전을 개최하였다. 1971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야류(가면 제작) 예능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다양한 활동을 계속하던 천재동은 2007년 7월 26일 노환으로 사망하였다.
생존해 계실 때 어떤 인연으로 두어 번 뵈옵었고, 그의 작품도 몇 점이 집에 있기도 해서 더욱 반갑게 와 닿았다.
방어진 횟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서 항구를 걸어 지나니 슬도에 도착한다.
방어진 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슬도(瑟島)의 명칭은 갯바람과 파도가 밀려올 때 바위에서 나는 소리가 거문고 소리 같다고 하여 유래한 지명이다. 일설에는 섬의 모양이 옛날 중국 악기인 비파와 같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이라고도 한다. 슬도는 '바다에서 보면 모양이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하여 시루섬 거북이 모양 같다고 하여 구룡도, 또는 섬 전체가 오랜 세월 조개가 뚫어놓은 자그마한 구멍으로 만들어진 왕곰보 돌로 덮여 있어 곰보섬이라고도 한다. 슬도에 울려 퍼지는 파도소리를 일컫는 슬도명파(瑟島鳴波)는 방어진 12경 중의 하나다. 무인 섬이나 지금은 성끝마을에서 슬도까지 260m의 파제제(파도를 제어하는 둑)가 놓여 있어 쉽게 슬도를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1950년대 말에 세워진 무인등대가 홀로 슬도를 지키고 있으며 이곳에는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경관이 아름다워 드라마 「욕망의 불꽃」, 「메이퀸」이 촬영되기도 하였다.
멀리 보이는 슬도 다리
고래모형과 슬도등대와 슬도 모습
슬도에서 보는 바다
슬도를 벗어나 길을 조금 가면 대왕암공원의 지역에 들어선다. 대왕암공원 영역은 매우 넓기에 여러 곳으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먼저 입구에 소리체험관이라는 독특한 건물이 있다.
울산 슬도 대왕암에 위치한 소리체험관은 지상 2층 654제곱미터 규모로 '여음(소리의 잔향)의 풍경'을 컨셉으로 건축되었으며, 특별한 문화체험인 울산 '동구의 소리 9경'을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전시관이다. 참고로 ‘소리 9경’이란 1. 동축사 새벽종소리 2. 마골산 숲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 3. 옥류천 계곡 물소리 4. 현대중공업 엔진소리 5. 신조선 출항 뱃고동소리 6. 울기등대 무산소리 구원의 소리 7. 대왕암공원 몽돌 물 흐르는 소리 8.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 9. 슬도명파라고 하는데 다 듣지 못하여 아쉽다.
소리체험관부터는 모두 대왕암공원 영역이라 생각하면 된다.
대왕암공원에는 신라시대 삼국통일을 이룩했던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은 후 문무대왕을 따라 호국룡이 되어 울산 동해의 대암 밑으로 잠겼다는 신비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또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1만 5천 그루의 해송, 바닷가를 따라 조화를 이루는 기암괴석, 파도가 바윗 구멍을 스치면 신비한 거문고 소리를 내는 슬도,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울기등대는 대왕암 공원만이 가진 자랑거리입니다. (대왕암공원 홈페이지에서)
대왕암공원 홈페이지에 있는 공원 안내도
대왕암공원(大王巖公園)은 울산광역시 동구 등대로 95에 있는 동해안에 자리한 아름다운 해변공원이다. 울기공원으로 불리다가 대왕암공원으로 개칭하였다. 공원은 대왕암과 연결되며, 울기등대와 미르놀이터, 미로원, 소리체험관, 어린이 테마파크, 둘레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산해수욕장 부근의 진입로부터 펼쳐진 소나무 숲길을 따라 600m쯤 가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오래된 등대인 동해 뱃길의 길잡이가 되는 울기등대가 나온다.
또한 대왕암은 울주군 간절곶과 함께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으로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서도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 하여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대왕암은 ‘용추암’ 또는 ‘댕바위’라고도 불리며 육지에 있는 바위와 철교로 연결된다. 주변에는 울산대교전망대와 일산해수욕장, 주전해안, 남목마성(南木馬城) 등 관광 명소 및 맛집이 많이 있다.
대왕암공원의 여러 이야기길을 따라 걸으며 대왕암에 도착했다. 울산의 대왕암은 경주의 대왕암과는 다르다. 울산의 대왕암의 주인공은 문무와의 왕비이다. 문무왕을 따라서 죽은 뒤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이 되어바위섬 아래에 잠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울산 대왕암의 여러 모습
멀리 보이는 울기등대
대왕암 주변의 풍경
멀리 보이는 공사 중인 출렁다리
일산해수욕장을 가까이 가면 지금 공사 중이라 길을 조금 솔밭 쪽으로 우회하게 하고 있다. 제법 긴 출렁다리를 놓고 있는데 완공이 되면 제법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새파란 바다 위를 걷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대왕암(大王巖)과 슬도(瑟島)를 잇는 길에 소나무가 많아 바람이 불면 소나무 향이 퍼진다는 뜻에서 유래된 솔바람길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과 여가 활동을 위한 공간 활용을 목적으로 해안길을 조성하여 2012년에 준공하였다.
대왕암 솔바람길은 일산해수욕장에서 대왕암공원으로 연결된 나무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바깥막구지기부터 시작한다. 구석의 방언인 ‘구지기’와 막다른 곳 또는 남쪽의 의미가 있는 ‘막’이 합쳐진 ‘바깥막구지기’는 일산해수욕장의 남쪽 백사장 끝이라는 뜻이다. 도깨비불이 많이 날아다녔다는 전설에서 이름 붙여진 ‘헛개비’ 벼랑을 지나 안막구지기에 도착하면 바다에 섬 하나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이 섬은 민둥민둥한 대머리 같은 불모의 섬이라는 뜻에서 ‘민섬’으로 불린다. 길게 읽으면 ‘미인섬’이 되는데, 보는 위치에 따라 여인이 누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해안길을 따라 대왕암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민섬뿐 아니라 사근방, 탕건암, 할미바위, 거북바위 등 저마다 이야기를 가진 개성 있는 바위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안막구지기 근처에는 망루를 설치해 놓고 숭어 잡이 망을 보던 수루방과 소나무 아래 숨은 천연 동굴 덩덕구디도 있다. 대왕암공원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몽돌 해안인 과개안(너본개)이 펼쳐진다. 경상도 방언으로 넓게 열린 곳이란 뜻의 ‘너본개’는 1960년대까지 포경선들이 고래를 몰아 포획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 설명과는 반대로 나는 슬도에서 일산해수욕장으로 걸어왔다.
일산해수욕장
드디어 이 코스의 종착점인 일산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방어진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대왕암공원(일산유원지) 입구에 있다. 깨끗한 모래로 된 사빈해안으로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며 반달모양의 백사장 가운데로 시내가 흘러 담수욕도 즐길 수 있고 인근 해수욕장 주변은 대왕암공원(일산유원지)의 기암절벽과 송림을 끼고 있어 신선한 솔잎 향을 맡으며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주변에 대왕암공원과 울기등대·대왕암 등의 관광명소가 있고 화암추등대의 전망대에서는 울산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번 코스는 유난히도 이야기가 많은 곳이었다. 제법 큰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부는 지자체에서 개발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곳이었다.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이야기다. 그저 막연하게 경치만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이야기지만 곳곳에 서려 있는 그 지방의 이야기를 스토리 텔링으로 만들어 꾸며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