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47 코스(구노량공영주차장 - 하동포구공원 - 섬진교동단)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47 코스는 구노량공영주차장을 출발하여 노량항을 지나 농촌마을 길로 들어가 대송리를 지나서 섬진강으로 나간다. 섬진강을 따라 걷는 길은 너무 아름답다. 하동포구에서부터는 너무 조용하게 흘러가며 펼쳐지는 섬진강을 보면서 걸으면 하동포구공원과 섬진강습지공원을 지나고 하동송림공원을 지나 섬진교동단에서 이 길은 끝난다. 여기까지가 남파랑길 경상도 구간이 끝이 난다.

 

남파랑길 47 코스 지도

 

 남파랑길 47 코스가 시작하는 곳에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47 코스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어절 수 없이 길을 가는데 길이 잘 찾아지지가 않는다. GPS를 보아도 길이 잘 보이지 않는데 겨우 찾으니 아주 조그마한 오솔길로 해안으로 내려가게 한다. 큰길도 있는데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가 의문이다. 남파랑길을 걸으며 느끼는 점이 코스 길을 좀 더 다듬어야겠다는 것이다. 하여튼 길을 가며 노량ㅁ항을 지나 오늘의 숙소를 찾으니 숙소를 찾기가 어렵다. 해파랑길에 비해 이런 점이 남해안이 좀 부족하다.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에 위치한 노량항은 옛날 남해로 유배 오는 선비들의 눈에 나룻배에 부딪히는 물방울이 이슬방울로 보였다 하여 노량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노량항은 남해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어항으로 발달하였으나 남해를 이어주는 다리가 놓이면서 옛날의 위용은 사라지고 지금은 작은 어항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순신 장군 최후의 결전지로 노량해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

 

노량항의 모습

 

 노량항을 지나 제법 걸어가니 숙소를 찾을 수 없다. 지도에는 숙소라고 되어 있는 곳을 찾으니 숙박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며 주변에는 숙소가 없다고 하였다.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발길을 돌려 다시 노량항 쪽으로 가서 숙소를 정하고 하루를 끝냈다. 좀 불편하지만 길을 걷는 나그네로서 이런 점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지난해에 해파랑길을 걷다가 늦게까지 숙소를 구하지 못해 걸은 경험이 생각났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떠났다. 해안을 조금 걸어가면 농촌마을길로 들어간다. 대송리 마을길로 이 길에서 보는 아침 풍경이 몽환적이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르겠지만 산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도 좋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해가 비치는 모습도 좋았다.

 

 금남면에 속하는 대송리(大松里)는 마을에 큰 소나무가 있어 대송(大松)이라 하였다. 다르게는 대송개라고도 하였다는데, ‘는 포구를 뜻하는 말이다. 북동쪽의 금오산(金鰲山) 줄기가 남서 방향으로 남해를 향해 뻗어 내린 100~300m 산지 사이로 평지가 길게 형성되어 있고, 거기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대송리마을의 모습

 

 

 마을 산길을 지나 내려오면 선소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오며 섬진강의 지류인 여러 하천이 나온다. 하천 주변에는 갈대가 우거져 무료함을 달래며 길을 가게 한다.

 

 

 

 여러 하천을 지나니 하동포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제 섬진강자락으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내가 강중에서는 섬진강을 좋아하여 이 강변은 여러 번 와 보았고 중간 중간을 거닐어 보았지만 오늘은 섬진강을 포구입구부터 걸어서 하동읍 주변의 섬진교까지 걸어가는 아주 재미있는 길이라 마음이 벅차다.

 

하동포구 이정표

 

 이 이정표를 따라가니 섬진강이 마주친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보면 항상 어머니의 강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 포근함을 느낀다.

 

 흔히 오백리라고 하는 섬진강은 212.3로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과 장수군 장수읍의 경계인 팔공산(八公山)에서 발원하여 전라남·북도의 동쪽 지리산 기슭을 지나 남해의 광양만(光陽灣)으로 흘러드는 강이다.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긴 강으로 물줄기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넘나들며 계곡과 산과 들과 마을을 적셔 주며, 지리산 자락을 끼고 돌아 숱하게 아름다운 강변을 만들어 내는 어느 강보다 정겹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강이다. 섬진강은 본디 모래가람, 다사강(多沙江), 사천(沙川), 기문화, 두치강 등으로 불릴 만큼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염도가 낮은 강으로도 손꼽히며, 강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한 강물에서 잡히는 은어, 참게, 재첩이 유명하다. 1385(우왕 11)경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침입하였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때부터 두꺼비 섬()’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불렀다 한다. 그러나 전설만을 의지하여 지명을 해석할 수는 없고, ()은 차자표기에서 산을 뜻하는 로 읽히는 차훈자(借訓字)이다. 따라서 섬진(蟾津)달나루또는 줄여서 달래란 고유어를 한자어 지명으로 적은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남한에서 네 번째로 큰 강으로 지리적으로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3도에 걸쳐 있고 역사적으로는 고대 가야문화와 백제문화의 충돌지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를 이루었다.

 

하동포구교

 

 하동포구를 꼭 집어서 어디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동포구(河東浦口)는 배가 드나들던 하동의 섬진강 물길을 일컫는 말로, ‘하동포구 80라는 표현을 자주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80리인지를 알 수도 없고 가 정확한 거리는 아니다. 화개, 악양, 하동(하동읍), 하저구, 갈사 등지를 거쳐 바다에 이르는 하동의 섬진강 물길을 통칭하는 말로 포구(浦口)란 배가 드나드는 개(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어귀라는 의미이다.

 

섬진강의 여러 풍경

 

 섬진강 강줄기가 바다로 빠져나가며 작별을 고하는 섬진강 하구는 섬진강의 진객, 재첩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섬진강의 강변을 유유하게 따라 걸으니 재첩국을 파는 식당들이 보인다. 점심때도 되었고 재첩국을 먹기로 미리 마음을 먹었기에 주저없이 들어가 재첩국에 간장게장 한 접시를 청하여 맛있게 먹었다. 길을 가면서 그 지방의 특산물을 먹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재첩은 민물조개로 조금의 염분에는 버티는데 바닷물이 교차하는 하구에까지 자란다. 재첩은 강조개에서 유래해 하동 사투리로 갱조개, 가막조개라 부른다. 가막조개는 '까만 아기조개'란 뜻으로 재첩의 생김새를 보고 지은 이름이다. 재첩은 모래가 많은 진흙바닥에서 서식하는 민물조개로 물 맑은 1급수에서 산다. 또 번식력이 왕성해 하룻밤 사이에 3대손을 볼 정도로 첩을 많이 거느린다 하여 재첩이라 불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예전에는 낙동강, 영산강, 한강 등 여러 강에도 있었고, 특히 부산의 낙동강 재첩은 유명하여 어릴 때 아침에 "재첩국 사이소." 하며 동내를 다니던 아낙네들의 소리가 귀에 선하다. 지금은 오염으로 인해 자연 상태에서 채취가 가능한 곳은 섬진강뿐이라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재첩은 한국에서 먹는 조개 중에 가장 작은 조개이다. 보통은 삶아서 국으로 먹지만 살만 거두어 무침도 한다. 재첩은  4~6월과 9~11월 봄과 가을 두 차례의 제철이 있는데, 이 중에 봄에 나는 재첩이 맛있다. 5~6월이 산란로 이때에 살이 차기 때문이다.

 재첩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들어 있어 간장의 활동을 도와주고, 타우린이 담즙 분비를 활발하게 해서 해독 작용을 하기도 한다. 재첩국은 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나 애주가들이 간을 보호하고 주독을 풀기 위해 많이 찾는다.

 

재첩국 식당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니 재첩국이 맛있었다. 특히나 잔 알갱이의 재첩은 구수하기도 하여 주변을 보니 이 식당의 아들이 직접 재첩을 잡아 국을 끓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택배가 되는가를 물으니 판다고 하여 아는 지인들에게 재첩국을 보내었다. 길을 가다가 그 고장의 특산물이 있으며 아는 지인들에게 보내 주는 것도 길을 걷는 즐거움이다.

 

점심을 먹고 다시 섬진강변을 걸어 올라가니 하동습지공원이 나온다. 예전에도 와 본 곳으로 계절에 따라 느끼는 풍경이 다르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갈대도 푸르고 강물도 풍부하고 모두가 생생하게 보인다. 습지공원에는 습지를 걸을 수 있게 나무 테크를 설치하여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어린 아이들에게는 자연에 대한 공부도 될 수 있는 좋은 곳이나 휴게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점이 단점으로 사람들에게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섬진강 습지공원 안내판

 

섬진강 습지공원의 여러 모습

 

 섬진강 습지공원을 지나 조금 가면 섬진강 대나무 숲길이 나온다.남파랑길은 이 숲길은 걷지 않고 주변의 도로가를 따라 걸으며 그냥 구경만 하는 코스라 지나가면서 대나무 숲길의 향기만 맡는다.

 

대나무 숲길의 풍경

 

 섬진강 변의 길을 따라 계속 가니 하동포구공원이 나온다.

 

 하동군 하동읍 목도리에 있는 하동포구공원(河東浦口公園)은 과거 하동포구였던 곳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2년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섬진강 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하동포구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 과거 이곳이 포구였음을 알리는 배 형상의 알림판, 드라마 허준의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입간판,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그리고 실제 소규모의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포구 시설 등이 있다.

 

하동포구의 여러 모습

 

 하동포구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앉아 있으니 주위의 노부부가 사과를 주기에 맛있게 먹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섬진강을 따라 올라간다.

 

멀리 보이는 섬진강교

 

 

 하동군 금성면 궁항리와 광양시 진월면 선소리를 연결하는 다리인 섬진강교(蟾津江橋)는 길이 760m, 12m, 높이 8m로 고속국도 10호선 31.27km 지점에 위치하며 왕복 4차선 남해고속도로 제 2의 대교로서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여 상호 교류와 균형적인 지역 발전에 일조하기 위하여 구교는 1973년에 준공되었고, 이를 전면 재시공하여 1992년에 신교를 준공하였다.

 

 

 알프스 하모니 철교(구 섬진철교)는 하동군 하동읍 광평리와 광양시 다압면 월길리를 연결했던 경전선 철로상의 철교로 섬진강을 건너는 철도 교량이란 의미에서 섬진철교로 명명되었다. 20167월에 폐선되어 지금은 알프스 하모니 철교로 개명되어 사람이 건너갈 수 있는 다리로 활용하고 있다.

 

알프스 하모니 철교

 

 이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하동송림이 나온다.

 

 섬진철교와 섬진교 사이의 섬진강변에는 하동 8경 중의 하나인 하동포구 백사청송의 모래언덕 위의 소나무 숲인 하동 송림공원이 있다. 하동 송림은 인공림으로 섬진강 변 백사장에 소재한다고 하여 백사 송림(白沙松林)’ 또는 소나무가 푸르다는 의미의 하동 창송(蒼松)’이라고도 한다. 2005218일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11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천연기념물로 재지정 되었다.

 하동송림은 영조 21(1745)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심었던 소나무 숲으로 약 900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노송의 나무껍질은 거북이 등과 같이 갈라져 있어 옛날 장군들이 입었던 철갑옷을 연상케 한다.

하동송림은 오늘날 국내 제일가는 노송 숲으로 넓은 백사장과 맑은 섬진강물이 어우러진 경치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하동송림에 들어가 길을 걸으니 거대한 카메라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나무 숲 주변에 진을 치고 있다. 전문적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집단이라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라는 사람에게 무엇을 찍느냐 물으니 새를 찍는다고 한다. 아주 휘귀한 새인지 많은 사진작가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앉아 있다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니 긴장을 하면서 새 이름을 물으니 무어라 말을 하던데 무슨 새인지도 모르는 새였다. 수고하라는 말을 하고 내 길을 가면서 참으로 세상에는 다양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다.

 

새를 기다리는 사진 작가들

 

하동 송림의 여러 모습

 

 송림이 끝나는 곳에 섬진교가 있다. 하동군 하동읍 광평리와 광양시 다압면 신원리를 연결하는 섬진교(蟾津橋)는 섬진강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라는 점에 착안하여 섬진교로 명명되었다.

 섬진교가 처음 건설된 것은 일제 강점기로 경남과 전남 양 도의 연결을 위한 것으로 19357월 완공되었으나 6·25 전쟁 시 남하하는 인민군을 저지하기 위하여 폭파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섬진교는 1993년 개축 공사가 이루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섬진교 입구에 있는 남파랑길 47 코스 안내판

 

 뜻밖에 47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47 코스 안내판이 있다. 조금은 생뚱맞은 안내판이다. 여기까지가 남파랑길 경상도구간이 끝나는 것이다.

 

섬진교의 모습

 

 이곳에서 이번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동터미널로 가려니 교통편이 너무 불편하다. 지도를 보니 멀지는 않아 걷기로 라고 7월의 땡볕 아래를 걸어서 하동터미널에 도착하니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제법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땀을 식히며 기다리다가 부산으로 향했다.

 

새로 지은 하동역

 

하동공용버스터미널

 

 여기까지 걸음으로 3월에 시작한 남파랑길 걷기의 경상도구간 약 750km는 끝이 났다. 내가 미리 예상한 시간에 끝을 내게 된 것에 매우 만족한다. 중간중간에 여러 가지 일정도 있고, 기상상태도 고려하여 길을 걷고 또 나 자신의 능력도 고려해서 길을 걷기에 한 번에 모든 길을 주파한 것은 아니나 하여튼 경상도 구간은 끝이 났다.

 

 이제부터는 전라도 구간을 걸어야 하는데 여름의 장마가 계속되어 비가 오기에 언제 시작을 해야 하는지를 계속 연구 중이다. 발리 걷기에 좋은 날씨가 계속되기를 기원한다.